1. 귀향(Volver, 2006) 줄거리
라임룬다(페넬로페 크루즈)는 마드리드의 외곽에서 남편과 딸과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여성입니다. 그녀는 근근이 살림을 꾸려가며 헤어 살롱에서 일하고, 무뚝뚝한 남편 파코와는 정서적으로 멀어진 지 오래입니다. 라임룬다의 딸 파울라는 십 대로, 점점 사춘기에 접어들며 갈등도 커져 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는데 라임룬다의 남편 파코가 파울라에게 부적절한 접근을 시도하고 이를 막기 위해 파울라는 그를 칼로 찔러 죽이게 됩니다. 라임룬다는 딸을 보호하기 위해 파코의 시신을 냉동고에 숨기고, 사건을 은폐하려 합니다. 한편, 이런 상황 속에서 그녀는 어릴 적 고향인 라 만차 마을로 향하게 됩니다. 그곳엔 그녀의 고모 이레네와 여전히 연을 이어가고 있는 친척들이 살고 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라임룬다는 더 큰 충격에 직면합니다. 어릴 적 화재 사고로 죽었다고 믿었던 그녀의 어머니 '이레네'(카르멘 마우라)가 살아 있다는 소문이 마을에 퍼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마치 유령처럼 숨어 지내던 이레네는 사실 살아 있었고, 과거의 비극적인 진실을 감추기 위해 자취를 감췄던 것 입니다. 이레네가 과거 사라졌던 이유는,
라임룬다의 아버지가 그녀의 언니(라임룬다의 이모)와 불륜을 저질렀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이레네가 화재를 일으켜 두 사람을 죽게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점차 밝혀집니다. 이런 가족사와 함께 라임룬다는 딸을 보호하고 자신과 어머니, 그리고 여자로서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결국 영화는 여성들이 서로를 지지하고, 고통과 비밀 속에서도 다시 삶을 살아나가는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냅니다. ‘귀향’이라는 제목처럼, 이는 단지 고향으로의 물리적인 귀환이 아니라, 진실, 가족, 그리고 자신 안의 여성성으로의 돌아감을 의미합니다.
2. 시대적 배경
영화 '귀향'(Volver, 2006)의 시대적 배경은 2000년대 초반의 현대 스페인, 특히 마드리드 외곽 도시와 카스티야-라만차 지방의 농촌 마을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이 시기는 스페인이 유럽연합(EU)에 통합되어 경제적·사회적 변화가 활발히 일어나던 시기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며 충돌하는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도시와 농촌을 교차하며 진행되는데, 도시에서는 핵가족과 생계 중심의 바쁜 일상이 강조되는 고향 마을에서는 여전히 전통적인 가족 구조, 믿음(미신 포함), 그리고 공동체 중심의 삶이 남아 있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영화 속 남성들은 대체로 부재하거나, 부정적인 인물로 묘사됩니다(예: 무책임한 남편, 학대자 아버지 등). 반면, 여성들은 서로를 돌보고 비밀을 공유하며, 삶의 위기를 함께 헤쳐나갑니다. 이는 스페인의 가부장적 사회에 대한 비판이자, 여성 연대와 회복에 대한 현대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야기 안에는 과거의 비극적 사건(화재, 가족 간 불륜, 아동 학대 등)이 현재의 인물들의 삶에 깊게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과거를 마주하고 치유하려는 현대인의 시선을 담고 있으며, 시대의 흐름 속에서 전통과 트라우마를 끌어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경제적 현실의 암시라임룬다의 가족은 생계를 위해 끊임없이 일해야 하고, 딸의 학업이나 생활도
넉넉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는 당시 스페인의 노동계층 여성들이 겪는 현실을 반영합니다.
3. 총평
'귀향'은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아름답고도 섬세한 작품입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이 영화에서 모성, 가족의 비밀, 죽음과 재생, 여성 간의 연대라는 주제를 그의 특유의 색채감과 감성으로 풀어냅니다. 특히 페넬로페 크루즈는 이 작품을 통해 커리어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며, 강인하면서도 따뜻한 라임룬다라는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소화해냈습니다.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가족 드라마와 미스터리로 시작되지만, 깊이 들어갈수록 여성들의 삶과 상처, 회복의 서사가 진하게 베어 있습니다. 남성 중심의 시선이 배제된 구조 안에서 여성들은 고통을 이겨내고, 서로를 보듬고, 묵은 진실을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는 단순한 페미니즘적 선언이 아니라, 감정과 서사의 힘으로 관객을 설득하는 방식으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미장센적으로도 알모도바르는 강렬한 원색 특히 빨간색과 푸른색의 대비, 그리고 스페인 농촌의 소박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통해 감정의 결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듭니다. 음악 또한 영화의 정서를 풍부하게 하고, 극의 흐름을 감성적으로 끌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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