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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것이 좋아(Some Like It Hot, 1961), 코미디

by 모락모~락 2025.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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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뜨거운 것이 좋아' 줄거리

1929년 시카고. 금주법이 한창인 이 시절, 조(Tony Curtis)와 제리(Jack Lemmon)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무명 재즈 뮤지션입니다. 클럽에서 연주하며 근근이 살아가던 이들은 어느 날 우연히 마피아의 총격 사건을 목격하고, 살해 위협을 받게 됩니다. 도망칠 방법을 찾던 그들은 여성으로 변장해 여자들만으로 구성된 밴드에 몰래 합류하게 됩니다. 두 남자는 각각 여성 이름 조세핀과 다프네로 분장해 기차를 타고 플로리다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밴드 활동을 하며 시간을 벌고, 마피아로부터 숨어 지낼 계획입니다. 기차 안에서 그들은 매력적인 보컬 슈거 케인(마릴린 먼로)을 만나게 됩니다. 슈거는 사랑에 서툴지만 부잣집 남자와 결혼해 안정적인 삶을 꿈꾸는 순진한 여성입니다. 조는 슈거에게 첫눈에 반해 그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변장을 벗고 ‘셸 오일 재벌 아들’로 신분을 속입니다. 그는 부자 행세를 하며 바닷가에서 그녀를 유혹하고, 슈거는 조의 정체를 모른 채 점점 빠져듭니다. 한편, 제리(다프네)는 자신을 여자로 착각한 노년의 부자 오스굿에게 구애를 받습니다. 처음엔 당황하던 제리도 점차 상황에 익숙해지고, 심지어 그를 받아들일까 고민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던 중, 마피아 조직이 플로리다에서 큰 회합을 연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조와 제리는 또다시 생명의 위협을 받습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조는 슈거에게 진실을 털어놓고, 제리는 결국 여성 복장을 한 채 오스굿과 함께 도망칩니다. 영화는 전설적인 마지막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제리가 진짜 남자라고 고백하자, 오스굿은 말합니다. Well, nobody's perfect. (누구나 완벽하진 않잖아요.)”

2. 시대적 배경

영화는 1929년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당시 미국은 헌법 수정 제18조에 따라 알코올 제조, 판매, 운송이 금지된 ‘금주법 시대’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술에 대한 수요는 여전했으며, 이를 불법적으로 유통하는 암주장(스피크이지)과 갱 조직들이 활개를 치던 시기였다. 주인공 조와 제리가 일하던 클럽도 표면적으로는 음악 연주장일 뿐, 그 실체는 불법으로 운영되는 술집이었습니다. 이런 암흑의 시기엔 알 카포네(Al Capone)로 대표되는 마피아 조직들이 정치, 경제, 문화에까지 손을 뻗고 있었고, 그들 간의 갱 전쟁도 빈번했습니다. 영화 초반에 벌어지는 총격 사건은 실제로 1929년에 벌어진 성 발렌타인 데이 대학살(St.Valentine’s Day Massacre)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조직 간의 폭력과 무법의 시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1929년은 역사적으로 대공황 직전의 해이기도 하다. 많은 미국인들이 직장을 잃고, 생계를 위해 방황하던 시기였습니다. 조와 제리 역시 음악가이지만 고정된 직장이 없어 떠돌며 연주로 생계를 이어가는 처지입니다. 이들의 불안정한 사회적 위치는 그 시대 젊은이들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영화는 겉으로는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불안정한 경제, 폭력적인 사회,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혼재된 시대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남성 두 주인공이 여장을 하고 ‘여성 밴드’에 숨어드는 설정은 당시 보수적인 성 관념에 대한 도전이자 풍자로도 읽힙니다.

 

3. 총평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는 단순한 코미디 영화 이상의 가치를 지닌 시대의 걸작입니다. 빌리 와일더 감독의 치밀한 연출력, 마릴린 먼로의 매혹적인 존재감, 그리고 토니 커티스와 잭 레먼의 기막힌 연기 호흡은 영화를 시대를 초월한 명작으로 만들어냈습니다. 이 작품은 성별의 경계, 사회적 위선, 사랑의 진실성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경쾌한 웃음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냈습니다. 주인공들이 여장을 하면서 겪는 해프닝은 단순한 유머를 넘어, 당시 보수적이었던 성 역할의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비틀고 풍자합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Nobody’s perfect”라는 대사는 인간 관계의 본질에 대해 유쾌하지만 뼈 있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 대사는 단지 웃음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영화는 1920년대 금주법 시대라는 역사적 배경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와 불안을 위트 있게 풀어냅니다. 겉으로는 밝고 가벼워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체제에 대한 비판, 인간관계의 진실, 자유에 대한 갈망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가벼움과 깊이를 동시에 지닌 시나리오는 시대를 초월한 공감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기술적으로도 영화는 완성도가 높습니다. 흑백 화면은 오히려 세련된 연극성을 부여하고, 재즈 음악과 역동적인 카메라 워킹은 리듬감을 극대화시킵니다. 마릴린 먼로는 슈거 케인 역을 통해 섹시함과 순수함, 어리숙함과 똑똑함을 절묘하게 오가며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그녀는 이 영화로 대중문화 속 아이콘으로서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했습니다. 결국 '뜨거운 것이 좋아'는 웃음과 풍자, 사랑과 인간성에 대한 보편적 질문을 가장 우아하고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낸 고전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신선하고, 지금도 많은 영화인들에게 영감을 주는 이 작품은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영화사에 길이 남을 예술적 성취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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