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위손(Edward Scissorhands) 줄거리
이야기는 한 노부인이 손녀에게 오래전 있었던 신비로운 이야기, 한 ‘가위손’ 사나이에 대해 들려주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과거, 한 발명가는 외딴 언덕 위의 성에서 인조 인간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하던 중 손 대신 가위를 단 채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인조인간 ‘에드워드’를 만듭니다. 그러나 발명가는 에드워드에게 사람 손을 달아주기도 전에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에드워드는 가위를 손처럼 달고 홀로 고립된 채 살아가게 된다. 어느 날, 근처 마을에서 화장품 방문판매원으로 일하던 ‘펙’ 부인(페그 보그스)은 손님의 집들을 돌다가 우연히 성에 들르게 되고 에드워드를 발견합니다. 그의 비정상적인 외모에도 불구하고 순수하고 예의 바른 태도에 감동받아 에드워드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옵니다. 에드워드는 곧 마을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고 그의 가위손은 헤어스타일링이나 정원 손질에 놀라운 재능을 발휘하며 이웃들은 그를 유명인사처럼 대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마을은 단순하고 보수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에드워드의 이질적인 존재는 점차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펙 부인의 딸 킴(위노나 라이더)은 처음에는 에드워드를 무서워하지만 그의 따뜻한 마음을 점차 이해하게 되며 둘은 가까워집니다. 그러나 킴의 남자친구 짐은 에드워드를 질투하며 이용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에드워드를 시켜 무단침입과 절도를 저지르게 만들고 일이 발각되자 에드워드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웁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마을 사람들의 태도는 급격히 변하고 에드워드는 점점 외톨이가 되어 마을 전체가 그를 위험한 존재로 몰아가며 배척하기 시작합니다. 짐은 킴을 두고 에드워드와 대립하며 성으로 쳐들어오는 과정에서 둘은 격투를 벌이고 에드워드는 자기를 지키려는 킴을 보호하기 위해 짐을 죽이게 됩니다. 킴은 마을 사람들에게 에드워드가 불에 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하며 그를 지키고 에드워드는 다시 홀로 성으로 돌아가 평생을 살아갑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노부인은 자신이 킴이라고 밝히며 에드워드는 지금도 성에서 눈 조각을 만들며 조용히 살고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의 슬픈 사랑과 존재는 전설처럼 남게 되었습니다.
2. 시대적 배경
에드워드가 내려가 살게 되는 마을은 파스텔 색상의 집들, 완벽하게 깎인 잔디밭, 단정한 외모의 주민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50~60년대 미국 교외의 전형적인 모습을 과장되게 표현한 것으로, 당시 미국 사회가 지향하던 ‘이상적인 가족과 공동체’의 환상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전후(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경제 호황과 함께 대규모 교외 개발 붐이 일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가족 중심, 안정적이고 질서 정연한 삶을 지향했지만, 그 이면에는 획일성, 편견, 이질적인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에드워드가 살던 성은 마치 19세기 고딕 소설의 무대처럼 음침하고 외딴 곳에 위치해 있으며, 교외 마을과는 시각적으로 완전히 대조됩니다. 이는 두 세계 간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며, ‘다름’에 대한 공포와 차별, 순수한 존재가 자본주의적 규범 속에서 어떻게 왜곡되는가를 시사합니다. 영화 가위손의 시대적 배경은 1950~60년대 미국 교외 사회를 모티브로 하며, 이는 표면적 이상과 이면의 편협함, 획일화된 사회의 위선, 그리고 타자에 대한 공포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됩니다. 팀 버튼은 이 배경을 통해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동화처럼 우화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3. 총평
‘가위손’은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의 냉혹함과 그 속에서도 피어나는 순수한 사랑을 동화처럼 그려낸 작품입니다. 팀 버튼 특유의 몽환적인 미장센과 대조적인 색채 연출은 에드워드의 고립과 순수함을 더욱 부각시키며,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사랑하지만 함께할 수 없는 존재' 에드워드의 이야기는 다소 잔혹하지만, 그 안에는 인간성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안타까움이 녹아 있습니다. 가위손(Edward Scissorhands)은 단순한 판타지 로맨스가 아닌 다름과 배척, 사랑과 희생, 환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탐색하는 우화적 서사입니다. 팀 버튼 감독은 특유의 고딕적 상상력과 감성적 연출을 통해 현대 사회가 가진 모순과 인간 본성의 이중성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조니 뎁은 거의 대사 없이도 에드워드의 내면을 눈빛과 표정만으로 설득력 있게 표현하며, 순수함과 슬픔이 뒤섞인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들었습니다. 위노나 라이더 역시 킴 역을 통해 섬세한 감정선을 보여주며 극에 감정적 무게를 더합니다. 대조적인 색채 연출과 음악, 그리고 비주얼 미장센은 감정의 흐름을 뒷받침하며 관객에게 시각적 동화 같은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이 영화는 겉으로는 기묘하고 동화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가혹한 현실과 존재론적 질문을 품고 있습니다. 그 어떤 블록버스터보다 더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며, 시간이 흘러도 계속해서 재조명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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