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라이언' 줄거리
5살 소년 사루 브리얼리(원래 이름 사루 먼시 칸(Saroo Munshi Khan))는 형 구두(Guddu)와 함께 가난한 어머니를 돕기 위해 역 주변에서 잡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어느 날 밤, 구두가 철도역으로 일터를 찾아 나서자 사루도 따라나서고 형이 “기다리고 있어”라고 당부한 틈을 견디지 못한 사루는 빈 객차에 올라 잠이 듭니다. 기차는 무려 1,600km 떨어진 콜카타(당시 캘커타)까지 달려가고, 말도 통하지 않는 대도시에 홀로 내던져진 사루는 거리에서 구걸하며 연명합니다.
길거리에서 유괴 위험을 가까스로 피한 사루는 결국 선량한 시민에게 발견돼 국영 고아원에 보내지지만 고향 이름도, 정확한 집 주소도 모르는 탓에 가족을 찾을 길이 없습니다. 마침내 호주 태즈메이니아에 사는 존·수 브리얼리 부부가 입양 의사를 밝히고, 사루는 지구 반대편으로 향합니다. 브리얼리 가족은 그에게 끝없는 사랑과 교육 기회를 제공하며, 사루는 밝고 성실한 청년으로 자랍니다. 이후 브리얼리 부부는 또 한 명의 인도 소년 만토시를 입양하지만, 만토시는 트라우마로 정서적 불안에 시달려 사루도 함께 힘겨운 시간을 보냅니다.
20대가 된 사루(데브 파텔 분)는 멜버른의 호텔경영학과에 진학해 새로운 친구들을 사귑니다. 파티 자리에서 튀김 간식 ‘잘레비’를 보자, 잊고 지내던 어린 시절 기억이 냅킨 위에 쏟아지고 맙니다. “내 가족은 여전히 날 찾고 있을까?”라는 죄책감과 그리움이 덮쳐온 사루는 구글어스(Google Earth)를 써서 ‘역에서 출발해 하루 이상 달렸을 거리, 물탱크 모양, 풍경’ 같은 파편적 기억을 조합하는 집요한 탐색을 시작합니다. 그 과정은 외로움과 집착의 연속. . . 여자친구 루시(루니 마라 분)와의 관계도, 양부모에 대한 사랑 표현도 서서히 무너져 가며 구글어스 화면 속 위성사진만이 사루의 밤을 밝히는 집착의 촛불이 됩니다.
수천 번의 스크롤 끝에, 사루는 어린 시절 기억 속 철로와 물탱크, 근방 언덕이 정확히 일치하는 도시 ‘가네슈탈라이(Ganesh Talai)’를 찾아냅니다. 지도에 적힌 ‘가니(Gani)’라는 역 이름을 소리 내 읽자, 오랫동안 입 밖에 내본 적 없는 말 “가네시탈라이!”가 터져나오며 온몸이 떨립니다. 25년 전 잃어버린 자신을 향한 여정이 단번에 현실로 수렴되는 순간입니다.
사루는 곧장 인도로 날아가 열차를 갈아타고 고향 마을로 향합니다. 먼지투성이 골목을 걷다 마주친 한 여인. . . 바로 어머니 카밀라는 목걸이를 매만지며 아들을 알아봅니다. “사루?”라는 한마디에 둘은 서로를 부둥켜안습니다. 어머니는 구두가 사루를 찾아다니다 그날 밤 열차 선로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전합니다. 그 사실에 사루는 오열하지만, 동시에 잃어버린 가족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사루가 두 어머니(카밀라와 수 브리얼리)를 껴안으며 “난 두 개의 마음을 가졌어”라고 고백하는 실제 영상으로 마무리됩니다.
2. 시대적 배경
1980년대 중반. 사루의 고향인 인도 마디아프라데시는 당시 농촌 빈곤층이 밀집한 지역으로, 많은 가정이 생계 유지를 위해 어린아이들까지 일터로 내몰렸습니다. 사루의 가족은 석탄 운반, 허드렛일로 겨우 생계를 이어가며 경제적 불평등의 대표적인 희생자였습니다. 사루는 힌디어 지역에서 자랐지만, 기차를 타고 도착한 콜카타(벵골어 사용 지역)에서는 말조차 통하지 않고 이는 인도 내 지역 간 언어 단절과 정보 격차 문제를 보여줍니다. 당시 인도 대도시에서는 거리 아동, 고아, 실종 아동이 유괴·매매되는 일이 빈번했고 사루가 겪는 유괴 시도와 거리 생활, 고아원 수용은 현실적인 사회문제를 사실적으로 반영한 것입니다.
1987~1990년대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메이니아의 브리얼리 부부는 자녀를 낳는 대신 필요로 하는 아이를 돕겠다는 철학으로 인도 아동을 입양합니다. 이는 1980~90년대 호주에서 국제입양 운동과 윤리적 입양문화가 확산되던 흐름과 맞물립니다. 인도계 아동인 사루는 백인 중심 사회에서 자라며, 정체성 혼란과 소속감 문제를 겪고 다문화주의를 표방하던 호주 내에서도 입양인들의 내면적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2000년대 후반 ~ 2012년. 사루는 구글어스를 통해 위성사진을 분석하며 고향을 찾아냅니다. 이는 기억의 조각과 기술이 결합한 새로운 탐색 방식으로, 디지털 기술이 개인의 정체성과 가족사를 재구성하는 사례가 됩니다. 인터넷을 통한 글로벌 연결:멜버른에서 인도까지, 사루는 키워드 검색과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수집하며 국경과 시간을 넘어선 인간적 탐색을 수행합니다
3. 총평
가족의 재정의는 혈연과 양육 중 어느 쪽이 ‘진짜’인가를 묻지 않습니다. 두 어머니를 동등하게 포용하는 최종 장면이 ‘선택’이 아닌 ‘공존’의 답을 제시합니다. 구글어스는 서사의 도구이자 상징으로 ‘객관 지도’가 인간 기억을 보완하기보다, 오히려 개인 서사로 재인식되는 과정을 보여 줍니다. 국제입양을 미화하지 않고 만토시(입양 동생)의 트라우마, 사루의 정체성 혼란을 통해 ‘구원’ 뒤에 남는 평생 과제를 드러냅니다.
지구 반대편으로 이동해도 소년 시절의 이름·언어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글로벌 이주는 정체성의 다층화를 낳는다는 메시지를 남기는 작품입니다. 강렬한 초반부, 디지털 시대에 ‘귀향’ 서사를 새로 쓴 각본, 배우들의 진실성 있는 열연으로 완성된 휴먼드라마입니다. 다소 정형화된 감정 연출이 호불호를 가를 수 있으나, 실화를 뛰어넘어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에 속해 있는가'라는 보편적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시대를 초월하는 힘을 지니는 영화입니다.
'영화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컨테이젼(Contagion, 2011), 미스터리, 스릴러 (3) | 2025.06.26 |
---|---|
유주얼 서스펙트(The Usual Suspects, 1996), 범죄, 스릴러, 미스터리 (1) | 2025.06.26 |
백만엔걸 스즈코(One Million Yen And The Nigamushi Woman, 2008), 드라마 (2) | 2025.06.26 |
신의 구부러진 선(God's Crooked Lines, 2022), 미스터리 (1) | 2025.06.26 |
세렌디피티(Serendipity, 2001), 멜로/로맨스, 코미디 (0) | 2025.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