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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레이디 맥베스> 억압된 여인의 비극적인 선택

by 모락모~락 2025.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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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이 낳은 비극, 한 여인의 섬뜩한 초상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섬뜩하고 강렬한 드라마, <레이디 맥베스>입니다. 제목만 들으면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떠올리지만, 이 영화는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소설 ‘므첸스크의 레디 맥베스 부인’ 을 각색한 작품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젊고 아름다운 캐서린입니다. 그녀는 돈 때문에 자신보다 훨씬 나이 많은 남작과 강제로 결혼하게 됩니다. 거대한 저택에 갇혀 남편과 시아버지의 억압적인 시선 속에서 숨 막히는 삶을 살던 캐서린. 그녀의 존재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저택의 차가운 공기 속에 갇힌 듯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과 시아버지가 집을 비우게 되면서 캐서린에게 예상치 못한 자유가 찾아옵니다. 억압받던 감정이 폭발하듯, 그녀는 하인인 세바스찬과 위험한 관계를 맺으며 숨겨왔던 욕망을 표출합니다. 이때부터 영화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캐서린은 더 이상 나약한 피해자가 아닙니다. 자신의 자유를 위협하는 모든 것을 제거하기 위해 끔찍한 살인을 서슴지 않는 섬뜩한 괴물로 변모하죠. 심지어 자신에게 닥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죄 없는 사람들까지 희생시키는 냉혹함을 보여줍니다.

 

<레이디 맥베스>는 흔한 복수극이 아닙니다. 이 영화는 억압적인 환경이 한 사람을 어떻게 파멸로 이끄는지를 잔혹할 정도로 현실적으로 보여줍니다. 캐서린의 이야기는 '피해자였으니 살인은 정당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의와 폭력이 또 다른 불의와 폭력을 낳는 비극의 순환을 고발하죠. <레이디 맥베스>는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특히 주연 배우 플로렌스 퓨의 섬세한 연기는 압권입니다)와 차갑고 어두운 미장센으로 영화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레이디 맥베스>는 단순히 흥미로운 스릴러를 넘어, 인간의 욕망과 사회적 억압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 될 것입니다.

 

압도적인 저예산과 초고속 촬영

<레이디 맥베스>는 영국 독립영화 제작 지원 프로그램인 'iFeatures'를 통해 제작된 영화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약 35만 파운드(한화로 5~6억 원)의 제작비로 영화를 만들도록 지원하는데요. 이 예산은 할리우드 영화의 제작비는 물론, 일반적인 상업 영화에 비하면 매우 적은 규모입니다.

 

감독 윌리엄 올드로이드는 이 저예산의 한계를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했습니다. 거대한 세트장 대신 노섬벌랜드에 있는 '램턴 성(Lambton Castle)' 한 곳을 주요 촬영지로 사용해 이동 시간을 최소화했죠. 24일이라는 매우 짧은 촬영 기간 동안, 배우와 스태프들은 이 성에 머무르며 모든 것을 해결했습니다. 덕분에 영화 속 캐서린이 갇혀 있던 저택의 답답하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가 현실적인 촬영 환경에서 고스란히 담길 수 있었습니다.

 

 

최고의 발견, 플로렌스 퓨

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주연 배우 플로렌스 퓨입니다.

<레이디 맥베스>는 사실상 그녀의 첫 번째 주연작이었는데요.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그녀는 작품의 흥행을 이끌며 전 세계에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습니다.

 

특히, 캐서린이라는 복잡한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촬영 전 10일간의 강도 높은 리허설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영화 속에서 격정적인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들이 많은데, 그녀는 스턴트 대역 없이 직접 액션을 소화하며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했습니다. 감독은 그녀의 섬세한 표정 연기와 폭발적인 에너지를 보며 "캐서린 역에 완벽한 배우"라며 극찬했다고 하네요. 영화 속 미장센은 캐서린의 심리 변화를 따라갑니다. 초반부 억압된 생활을 보여주기 위해 정적이고 차가운 톤을 유지하고, 캐서린의 욕망이 폭발하는 순간부터는 점차 따뜻하고 강렬한 색감의 의상과 배경이 등장합니다. 이는 저예산의 한계를 극복하고 예술적 깊이를 더하려는 감독의 의도적인 선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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