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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로렌조 오일(Lorenzo's Oil, 1993), 드라마

by 모락모~락 2025.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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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렌조 오일' 줄거리

1984년, 아프리카 코모로에서 근무 중인 은행가 아우구스토 오돈과 그의 아내 미카엘라 오돈은 5살 아들 로렌조와 평범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로렌조는 갑작스럽게 말이 어눌해지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며 이상 징후를 나타냅니다. 미국으로 돌아온 후, 의사들은 로렌조에게 ALD (부신백질이영양증, Adrenoleukodystrophy)이라는 희귀 유전 질환을 진단합니다.

 

ALD는 중추신경계를 공격해 뇌 기능을 빠르게 퇴화시키는 치명적인 유전 질환으로, 당시에는 치료법이 없고 대부분 몇 년 안에 사망하는 병이었습니다.

 

의사들은 로렌조가 몇 개월 안에 시력을 잃고, 말하지 못하게 되며, 결국 식물인간 상태가 될 것이라 경고합니다. 병원에서는 증상 완화를 위한 대증요법밖에 제안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우구스토와 미카엘라는 “그냥 기다릴 수 없다”며 아들의 병을 직접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수많은 의학 서적과 논문을 읽고, 연구자들과 연락하며, 병의 원인이 포화 및 불포화 지방산의 축적임을 알아냅니다. 특히 긴 사슬 지방산(VLCFA)이 뇌에 쌓이며 병이 악화된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기존 의사들과 ALD 협회의 비관적인 태도에도 굴하지 않고, 두 부부는 자신의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합니다. 그 과정에서 올레산(oleic acid)과 에루크산(erucic acid)을 특정 비율로 섞으면 체내 VLCFA 수치를 억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도달합니다. 이들은 약사, 화학자, 연구기관에 직접 연락하고 실험을 반복하며, 마침내 그 혼합물을 만들어냅니다. 이 오일은 훗날 ‘로렌조 오일’이라고 불리게 됩니다.

 

로렌조에게 오일을 투여한 결과, 놀랍게도 그의 VLCFA 수치가 눈에 띄게 감소합니다. 그러나 이미 상당한 신경 손상이 진행된 상태였기에 곧바로 회복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후 수년간의 꾸준한 관리와 치료를 통해 로렌조는 점차 청각과 시각 반응을 되찾기 시작하고, 기본적인 감정 표현도 가능하게 됩니다. 의료계는 점차 오돈 부부의 노력을 주목하게 되고, 이 오일은 ALD의 치료 가능성을 여는 획기적인 발견으로 평가받습니다.

 

2. 시대적 배경

희귀병(ALD)은 일반 대중은 물론, 의사들 사이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미국 의료 시스템은 희귀 질환 연구에 거의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고, 연구 또한 매우 더뎠습니다. 환자 가족들은 정보 부족, 의료계의 무관심, 지원 체계의 부재 속에서 고립감을 느꼈습니다. 영화는 당시 의학계의 폐쇄성을 비판적으로 그립니다. 부모가 치료법을 찾으려는 시도는 의사들로부터 '비전문가의 위험한 개입'으로 간주되기도 했습니다. 의사들은 임상시험을 지나치게 신중하게 다루며, 새로운 치료 접근에 보수적이었습니다.

 

이 시기부터 미국 사회에서는 '환자 가족이 목소리를 내는 운동'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HIV/에이즈 환자 가족, 희귀병 환자 부모들이 정보 수집, 대중 캠페인, 약품 개발 요구 등을 하며 사회적 관심을 유도했으며 오돈 부부는 그 선두에 선 상징적인 인물로 자리잡습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논문을 찾기 위해 도서관을 직접 뒤지고, 연구자에게 전화와 편지로 직접 연락해야 했습니다. 아우구스토와 미카엘라는 의학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었음에도 수년간 스스로 학습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치료 가능성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더욱 놀라운 성과로 기록됩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투병기가 아니라, 1980년대 희귀병 환자 가족의 절박한 현실과 의학계의 경직성, 그리고 그 한계를 극복하려는 개인의 의지를 보여주는 시대적 기록으로 평가됩니다.

 

3. 총평

'로렌조 오일'은 부모의 헌신과 사랑, 인간 의지의 힘을 진정성 있게 담아낸 실화 기반의 영화입니다. 치료법이 없다고 단언한 희귀 난치병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연구하며 기적을 만든 오돈 부부의 이야기는 관객에게 깊은 울림과 희망을 줍니다. 의학계의 보수성과 관료주의, 비전문가에 대한 불신, 그리고 희귀질환 환자에 대한 무관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동시에, 기존의 질서 안에서는 불가능했던 해결책이 바깥에서 왔다는 아이러니를 통해 제도적 성찰을 유도합니다.

 

수전 서랜든은 미카엘라 역으로 절절한 모성애와 강단 있는 여성상을 표현하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닉 놀테는 이탈리아 억양까지 연구하며 아우구스토 오돈을 실감나게 그려냈습니다. 연출은 의사소통이 단절된 병원 장면과 부모의 절박한 감 정을 절제된 시선으로 묘사하며 감정 과잉 없이도 깊은 감동을 전달합니다.

 

이 영화는 "과학은 전문가만의 것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합니다. 사랑이 과학을 움직이고, 의지가 지식을 이긴다는 주제를 통해, 학문과 인간성 사이의 균형을 사유하게 만듭니다. '로렌조 오일'은 의료의 한계 앞에서 인간성과 과학, 사랑과 절망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잊을 수 없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희귀질환이나 가족 간병, 의료 윤리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반드시 볼 가치가 있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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