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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악녀(Lost in Perfection, 2023), 스릴러

by 모락모~락 2025.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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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악녀' 줄거리

리메이는 대만의 유명한 방송국에서 일하는 잘나가는 뉴스 앵커. 뉴스에서 정의를 외치고 진실을 말하는 그녀는 겉보기엔 냉철하고 능력 있는 커리어 우먼입니다. 그녀는 의사인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으며, 노쇠한 아버지를 돌보는 착한 딸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던 어느 날, 그녀의 아버지가 예상치 못한 약혼 발표를 합니다. 상대는 ‘슈란’이라는 낯선 중년 여성으로 슈란은 배경이 불분명하고, 생활수준은 수수께끼에 가깝습니다. 화려한 옷차림과 명품, 고급스러운 생활을 하는 그녀는 겉보기에 매력적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위험한 느낌을 풍기는데 리메이는 본능적으로 슈란을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슈란과 관련된 인물들이 차례로 번개탄을 피우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들은 모두 과거에 슈란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었던 남성들로 사건들은 언뜻 보면 자살처럼 보이지만, 수상한 정황이 여럿 있습니다. 검사 리즈웨이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슈란을 사기 및 유인살인 혐의로 조사하게 됩니다. 리메이는 아버지가 슈란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고, 그녀를 가족에게서 떼어놓으려 합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미 슈란에게 깊이 빠져 있고, 리메이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슈란은 리메이에게 오히려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며, 그녀의 직업적 신뢰와 개인적 삶을 서서히 무너뜨리기 시작합니다.

 

검사 리는 슈란을 기소하려는 목적을 위해 리메이를 끌어들입니다. 리메이는 처음엔 정의감을 갖고 협조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사가 단순한 법적 정의가 아니라 권력 싸움과 언론 플레이의 일부임을 알게 되고 슈란을 죄인으로 몰아가는 과정에는 과도한 조작과 편집된 진실이 개입되어 있든데그 배후엔 검사 본인의 정치적 야망도 숨어 있었습니다. 결국 슈란은 재판에 넘겨지고, 언론과 대중의 여론은 그녀를 ‘악녀’로 규정합니다. 리메이 역시 방송에서 슈란을 맹비난하며 시청률을 올리지만, 그 대가로 아버지와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이 깨집니다. 슈란을 믿고 끝까지 그녀를 지지하던 아버지는 리메이가 슈란을 파멸시킨 것에 절망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아버지의 죽음은 리메이에게 씻을 수 없는 죄책감을 남깁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리메이는 슈란의 자료와 검사 리의 수사 기록을 들여다보다가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됩니다. 슈란은 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지만, 검사 리는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 증거를 조작했고, 자살 사건도 과장되거나 연출된 측면이 있었습니다. 리메이는 자신이 진실을 파헤친 게 아니라, 권력의 도구가 되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습니다.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없게 된 리메이는 마지막으로 남은 방법으로 진실을 바로잡기로 합니다. 법이 해결하지 못한 정의를 위해, 리메이는 검사 리에게 반격을 가하고 결국 리는 몰락, 슈란은 재심을 통해 혐의에서 벗어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밝혀집니다. 사람들은 리메이가 끝까지 ‘악녀’를 쫓아 정의를 실현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권력과 진실 사이에서 자신 역시 ‘악녀’가 되어버렸다는 사실만이 리메이의 내면에 남습니다.

 

2. 배경

뉴스 앵커 리메이의 활동을 중심으로,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기보다 권력과 거래하며 시청률과 이익을 추구함 여론 조작, 편집된 진실, 자극적인 보도 등 쇼화된 저널리즘'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수사를 통해 정의를 실현해야 할 검사가,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위해 증거 조작 및 수사 왜곡을 저지릅니다. 법의 공정성이 무너지고, 검찰의 권한 남용이 주요 갈등의 촉매제로 작용합니다.

 

리메이와 슈란, 두 여성 인물 모두 남성 중심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무장하며 슈란은 생존을 위해 ‘악녀’의 이미지를 받아들여 남성들을 조종하고, 리메이는 도덕적 권위를 내세우지만 결국 스스로 권력의 하수인이 되는 모순을 경험합니다. 이 영화는 대만 사회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배경으로 하되, "정의란 무엇인가", "악녀란 누구인가", "진실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심리 스릴러 구조 안에 담고 있습니다.  특히 가족의 비극, 언론인의 윤리, 여성 간의 불신과 연대가 교차하며 복잡한 정서적 밀도를 형성합니다.

 

도심의 고급 오피스텔, 법정, 뉴스 스튜디오, 병원, 차가운 수사실 등 현대적이면서도 차갑고 무정한 공간들이 주 배경으로 등장하는데 이러한 공간들은 감정 없는 시스템 안에서 인간이 파괴되는 구조를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영화는 단순한 살인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진실과 거짓, 피해자와 가해자, 정의와 복수가 어떻게 뒤섞이는지를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3. 총평

“진실은 조작될 수 있고, 정의는 사람을 파괴할 수 있다.”
'악녀'는 선악의 이분법을 뛰어넘어, 권력과 진실의 경계에 선 인간들의 도덕적 붕괴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심리 스릴러입니다. 리메이(주인공)는 정의로운 기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권력에 휘둘리고 죄의식에 무너지는 입체적인 인물. 슈란은 악녀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진짜 동기와 상처는 영화 후반까지 관객에게 판단을 유보하게 만듭니다. 등장인물들의 양면성과 심리 묘사가 탁월해, 관객이 끝까지 어느 쪽 편도 들지 못하게 만듭니다.

 

미디어의 조작, 검찰의 권한 남용, 정치적 야망이 맞물려 ‘악녀’라는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구조는 현실의 사회 시스템과 닮아 있습니다. 단순히 한 여성을 사냥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시스템이 어떻게 희생양을 만들어내는지를 날카롭게 포착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진실이 뒤집혀 주인공의 태도나 행동에 숨겨진 동기가 드러나면서 몰입감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영화 전반에 걸쳐 인간관계, 사랑, 정의, 가족에 대한 신뢰가 철저히 부정당하고 주제의식이 묵직한 만큼, 정서적으로 부담스럽고 어둡다는 평도 있습니다. '악녀'는 단순한 범죄나 복수극이 아니라, 진실이 누구의 손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날카로운 탐구를 보여줍니다. 기자가 정의를 보도하는 자인지, 조작된 정의의 전달자인지 묻는 이 영화는 오늘날 언론과 권력, 대중의 시선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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