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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악인은 너무 많다 2: 제주 실종사건의 전말(Too many villains 2 - missing in Jeju, 2021), 느와르, 스릴러

by 모락모~락 2025.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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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악인은 너무 많다 2: 제주 실종사건의 전말' 줄거리

 

탐정 강필(김준배)은 10년 전 정적 ‘잠수함’에게 피습당한 이후 칩거하며 폐인처럼 살고 있습니다. 하루는 친동생 병도가 찾아와 제주도의 한 건설업자에게 실종된 축구 감독을 찾아주면 큰 보수가 된다는 제안을 합니다. 재정적 궁핍에 시달리던 강필은 제주로 떠나 의뢰를 수락하게 됩니다. 제주에서 찾으려는 인물은 K3 리그 승부조작에 연루된 정황이 있고, 주니어 축구교실 학부모 대상 성매매 알선까지 이루어진 것으로 드러납니다. 조사할수록 주변 인물들이 숨겨온 범죄적 이면이 속속 입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강필은 의뢰를 계속 추적해도 되는지 갈등합니다. 점차 “건드리면 안 되는 진실”에 접근하면서, 이 사건이 단순 실종 사건이 아닌 정의와 복수가 교차하는 어두운 사회의 한 단면임을 깨닫게 됩니다.  전작에 비해 액션의 빈도는 줄었지만, 더 강렬하고 날카로운 하드코어 액션이 중후반부에 이어집니다. 전체적으로 정교한 서사 속에서 냉혹한 현실과 인간성의 경계를 부각시키며, 주인공 강필의 내면에 깃든 복합적 고뇌를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2. 시대적 배경

 

김회근 감독의 '악인은 너무 많다 2'는 2020년대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외진 지역인 제주도를 배경으로 합니다. 그러나 이 배경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의 은폐된 악과 권력의 단면을 보여주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영화는 현대 한국의 사회 부조리를 사실감 있게 담아냅니다. 특히 지방 소도시 혹은 외딴 지역에서 벌어지는 구조적 폭력과 범죄 은폐, 그리고 그것을 '모두 알지만 말하지 않는 분위기'를 리얼하게 포착합니다. 축구계 승부조작, 학부모 대상 성접대, 건설업자와 연계된 뒷거래 등 실제 사회에서 문제 되었던 사건들과도 유사성이 있어, 현실감이 강하게 드러납니다.

 

제주도는 일반적으로는 ‘휴양지’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외부 감시로부터 단절된 공간, 고립과 은폐의 장소로 묘사됩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는 대조되는 사람 사이의 부패, 방치된 폭력, 그리고 진실을 외면하는 공동체의 침묵이 이야기 전반을 지배합니다. 공권력은 거의 부재하거나 무기력하게 그려지며, 탐정 강필의 수사 역시 법에 기대기보다는 본인의 양심과 감각에 의존합니다. 이는 2020년대 한국 사회에서 법적 정의가 제때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반영합니다. 사람들은 제도를 믿지 않고, 정의는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그로 인해 정보는 오히려 무기화되고, 사람들은 더 많이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영화 속의 ‘실종 사건’은 사실상 ‘사람들이 보고도 외면한 범죄’로, 무관심과 묵인이 낳은 결과입니다. 제주도라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배경에 투영해, 관객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3. 총평

'악인은 너무 많다 2'는 단순한 추적 스릴러를 넘어서, 사회 깊숙한 곳에 스며든 악과 침묵의 공모 구조를 정면으로 파헤치는 한국형 하드보일드 느와르입니다. K3리그 승부조작, 학부모 성접대, 지역 권력과의 유착 등 실제로도 문제가 되었던 사건들과 닮아 있어 현실감과 몰입도가 강합니다. 영화는 범죄 자체보다 그것을 방조하는 구조와 사람들을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주인공 강필(김준배)은 정의롭지도, 완전히 타락하지도 않은 회색 인간상으로 묘사되며, 도덕적 양심과 현실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복잡한 내면이 설득력 있게 그려집니다. 전체적으로 무채색 톤의 영상, 절제된 대사, 묵직한 정서는 한국 느와르의 정통성에 가깝습니다. 휴양지의 이미지와 대비되는 차갑고 불쾌한 진실의 공간으로 제주를 그려내 공간 자체가 서사의 중요한 요소로 기능합니다.

 

빠른 전개나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기대하는 관객에겐 지루하거나 무겁게 느껴질 수 있고 일부 인물과 사건의 배경이 암시만으로 전달되어, 친절한 서사를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불친절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전작에 비해 물리적 충돌보다 심리적 대립이 중심이라, 자극적인 걸 좋아하는 관객에겐 다소 밋밋할 수 있습니다. '악인은 너무 많다 2'는 화려한 액션이나 통쾌한 결말 대신, 현실의 불편한 진실을 끝까지 마주보는 시선으로 관객을 압도합니다. 악이 너무 많아진 시대, 정의는 어디에 있고, 우리는 얼마나 침묵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고요하지만 폭력적인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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