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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에이터(The Aviator, 2005), 드라마, 모험, 멜로/로맨스

by 모락모~락 2025.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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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비에이터' 줄거리

영화는 어린 하워드 휴즈가 어머니로부터 질병(콜레라, 장티푸스 등)에 대한 강박적 두려움을 주입받으며 시작됩니다. 이로 인해 그는 평생 결벽증과 강박장애에 시달리게 됩니다. 젊은 하워드는 아버지로부터 유산을 상속받아 휴즈 툴 컴퍼니(Hughes Tool Company)를 운영하며 부유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기술과 영화 제작에 열정을 갖고 있었고, 자신의 자산을 투자해 전쟁 영화 '지옥의 천사들(Hell's Angels)'을 제작합니다. 이 영화는 항공 장면을 위해 진짜 비행기를 사용해 대규모 공중전을 연출하면서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흥행에 성공합니다.

 

하워드는 할리우드에서 영화 제작자로 입지를 굳히고, 당시 유명 여배우들과 관계를 맺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은 여배우 케서린 헵번(Katharine Hepburn)입니다. 두 사람은 깊은 관계를 맺지만, 하워드의 점점 심각해지는 강박 행동과 케서린의 독립 성격으로 인해 결국 결별합니다. 이후 그는 또 다른 할리우드 스타 에바 가드너(Ava Gardner)와도 관계를 맺지만, 그녀 역시 그의 정신 상태에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하워드는 영화보다 비행에 더욱 심취하며, 항공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듭니다. 그는 신기록을 세우기 위해 직접 비행기를 몰고, 세계 일주 비행(91시간)을 성공하며 대중의 영웅이 됩니다. 휴즈는 혁신적인 비행기 설계를 통해 휴즈 H-1 레이서 등을 개발하고, TWA(Trans World Airlines)라는 항공사를 운영하면서 경쟁사인 팬암(Pan Am)과 맞섭니다. 팬암을 소유한 후안 트리프와 미국 상원의원 오언 브루스터는 휴즈를 공공 연방 자금 낭비자로 몰아세우기 위해 청문회를 개최합니다. 그 중심에는 휴즈가 군사 계약을 맺고 만든 수송기 'Hercules' (소위 'Spruce Goose)의 개발 실패가 있습니다. 하지만 하워드는 자신만의 논리와 강한 반박으로 청문회에서 반전을 이끌어내며 정부와 언론의 지지를 회복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워드의 강박장애(OCD)는 극단적으로 심해져, 그는 사회적 고립을 자초하고 스스로를 방 안에 가둔 채 수개월간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합니다. 그는 손을 씻지 않거나, 같은 말을 반복하고, 청결에 집착하며, 이상한 행동을 보입니다. 극적으로 청문회를 마친 후, 하워드는 “나는 비행기 조종사다(I’m not a paranoid, I’m not crazy… I’m the aviator)”라고 되뇌며 점점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2. 시대적 배경

1920년대는 '광란의 20년(Roaring Twenties)'로 불리며, 기술과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던 시기입니다. 하워드 휴즈는 이 시기 유산을 바탕으로 영화와 항공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1929년 대공황이 터지면서 미국은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습니다. 그럼에도 하워드는 영화 제작( 'Hell’s Angels')과 항공 사업에 거액을 투자하며 자신만의 길을 갑니다. 이때는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전환되던 시기이며, 스튜디오 시스템이 정점에 이르던 때입니다. 휴즈는 할리우드에서 영화감독 및 제작자로 활동하며 스타들과 교류합니다. 이는 대중문화와 자본의 결합이 활발하던 시기의 산물입니다.

 

휴즈는 미국 항공 기술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활동하며, 레코드 비행과 혁신적인 항공기 설계를 시도합니다. 당시 항공은 군사적, 상업적 측면 모두에서 ‘미래 산업’으로 각광받았으며, 경쟁도 치열했습니다. 하워드 휴즈는 TWA를 통해 팬아메리칸(팬암) 항공의 독점에 맞서 싸웁니다. 이는 단순한 기업 경쟁이 아니라, 정부 지원과 로비, 규제 정책이 얽힌 정치적 싸움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은 국가 산업의 자유 경쟁과 규제를 놓고 첨예한 갈등이 있던 시기였습니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군수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워드는 미 정부로부터 자금을 받아  정찰기와 수송기(Hercules 등) 를 개발합니다. 이 시기 정부 계약은 기업에 엄청난 기회를 주기도 하고, 동시에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1947년, 하워드는 군자금 낭비와 부정계약 혐의로 상원 청문회에 소환됩니다. 이는 실제 역사상 미국 내에서 기업과 정부 간 투명성을 둘러싼 논쟁과 반공주의 분위기를 반영합니다. 당시 청문회는 정치적 권력 투쟁의 수단이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시대적 배경과 함께, 강박장애(OCD)라는 질환에 대한 사회적 무지와 낙인을 조명합니다.당시 정신질환은 대부분 개인의 약점이나 기행으로 취급됐으며, 치료보다는 격리나 억제가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워드는 사회적 위상을 갖고 있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점점 고립되어 갑니다.

 

3. 총평

'에비에이터'는 하워드 휴즈라는 실존 인물을 통해 미국 산업 자본주의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천재성과 정신질환의 경계를 뛰어난 연출력과 배우의 몰입감 있는 연기로 풀어낸 걸작입니다.


고전 헐리우드 영화의 색감, 카메라 워킹, 조명까지 세밀하게 재현하며 시대적 분위기를 탁월하게 구현합니다. 특히 공중 비행 장면의 박진감과 청문회 장면의 긴장감이 뛰어납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젊은 천재 사업가에서 점점 정신적으로 무너져가는 하워드 휴즈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냈으며, 특히 OCD 증세를 보여주는 장면들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이 영화로 그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1920~40년대 미국의 문화, 패션, 기술 발전, 영화 산업, 항공 기술 등을 정밀하게 고증하여 역사 영화이자 인물극으로서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인간의 욕망과 성공, 자본과 권력의 유착,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 등의 주제를 유기적으로 연결합니다.

 

서사가 방대하다 보니 중반부 이후 다소 느슨하다는 평가가 있으며, 하워드의 정신적 붕괴 과정이 반복적으로 비춰져 일부 관객에겐 피로감을 줄 수 있습니다.

 

"에비에이터는 한 천재가 하늘을 날며 세상의 정점에 도달했지만, 결국 내면의 어둠에 추락해가는 인간 비극의 대서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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