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더랜드' 줄거리
죽은 이나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사람과 영상통화를 통해 다시 만날 수 있는 가상현실 서비스 ‘원더랜드’를 소재로, 기술과 감정 사이의 복잡한 인간 드라마를 그려냅니다. 이 서비스는 인공지능이 생전 인물의 언어와 행동을 학습하여, 그 사람을 그대로 복원해줍니다. 남겨진 이들은 ‘가상’을 통해 현실에서 이룰 수 없었던 이별과 재회를 경험하는데 두 명의 사용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첫 번째 사용자는 구정인(배수지 분)입니다. 그녀는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남자친구 박태주(박보검 분)를 ‘원더랜드’ 안에서 복원합니다. 가상 속 태주는 우주비행사로 설정돼 매일 정인과 영상통화를 나누며 그녀의 일상에 함께합니다. 하지만 현실의 태주는 아무 의식도 없이 병상에 누워 있고, 정인은 점점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혼란을 겪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는 중국 출신의 싱글맘 바이리(탕웨이 분). 불치병으로 삶이 얼마 남지 않은 그녀는 어린 딸과 노모에게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않기 위해 ‘원더랜드’를 이용합니다. 그녀의 가상 아바타는 사후에도 딸과 연락하며, 마치 여전히 살아 있는 듯 존재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딸은 어렴풋이 엄마의 이상함을 느끼고,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조율하는 존재는 ‘원더랜드’ 서비스의 운영진인 서해리(정유미 분)와 김현수(최우식 분)입니다. 그들은 시스템의 조정자이자 감정의 관찰자로, 사용자들의 삶과 죽음 사이를 중재하며 점점 커지는 윤리적 고민에 직면합니다. 영화는 ‘기술이 과연 인간의 감정을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별의 순간까지도 시스템이 대신해도 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특히 결말부에서는 가상 존재와의 작별을 통해 진정한 이별과 치유에 도달하는 과정을 따뜻하면서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2. 시대적 배경
영화 속 세계는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디지털 휴먼 기술이 실생활에 자연스럽게 융합된 사회입니다. ‘원더랜드’는 사망자나 의식불명자의 '디지털 복제 인간(AI 아바타)'을 생성해, 살아 있는 사람과 실시간 대화를 나누도록 돕는 서비스로 등장합니다. 이 기술은 생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감정, 말투, 기억 등을 재현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며, 영상통화를 통해 복원된 인물과의 '일상적인 관계 유지'가 가능합니다. 시대는 과거 SF 영화에서 보여주던 먼 미래가 아닌, 지금의 기술이 조금만 더 진보했을 때를 전제로 합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영상통화, 의료기기, 건물 인테리어 등은 지금과 비슷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관객이 현실적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감정 인식 AI, 고차원 영상합성, 아바타 생성 기술 등은 현재보다 한 단계 진보된 수준을 보여줍니다. ‘원더랜드’는 영화 내에서 대중화된 서비스입니다. 특정 계층만 접근 가능한 특수 기술이 아닌, 일반인이 애용하는 상용 서비스로 그려집니다. 사용자들이 이 기술을 통해 죽은 가족과 식사하거나, 식물인간이 된 연인과 데이트하는 장면이 익숙하게 묘사되며, 사회적으로 이미 어느 정도 수용된 기술로 나타납니다.
3. 총평
죽은 사람과 영상통화를 한다는 소재는 신기하면서도 매우 감성적이고 단순한 SF 설정을 넘어, ‘기술이 인간의 감정을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는가?’, ‘이별을 기술이 도와줄 수 있는가?’라는 깊은 물음을 던집니다. 배수지와 박보검은 감정을 절제하며도 풍부하게 표현하며, 특히 두 사람의 가상-현실 사이 감정선이 인상 깊습니다. 탕웨이는 모성애와 죽음을 받아들이는 여성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연기하고 정유미와 최우식은 관찰자 입장에서 객관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습니다. 김태용 감독은 대사보다 표정과 분위기로 감정을 전달하며, 과잉 없이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끌고 미래 기술을 과시하기보다는 인물의 감정에 집중한 점이 진정성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감정선이 다소 느릿하다는 평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극적인 사건보다 감정의 흐름에 집중하기 때문에, 전개가 느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김태용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기술 발전이 인간의 감정을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를 질문합니다. 이 배경은 가까운 미래의 현실적인 공포와 따뜻함을 모두 품고 있으며, 현대인이 처한 '그리움'과 '상실'의 문제에 대해 기술적 상상력을 빌려 대답하려는 시도입니다.
'영화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리키 프라이데이(Freaky Friday, 2004), 코미디, 드라마 (6) | 2025.06.01 |
---|---|
터너바웃(Turnabout, 1940), 코미디 (2) | 2025.06.01 |
비밀(Secret, 2002), 판타지, 드라마, 멜로/로맨스 (0) | 2025.06.01 |
체인지(Change, 1997), 코미디 (4) | 2025.06.01 |
핫 칙(The Hot Chick, 2003), 코미디 (0) | 2025.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