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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첨밀밀(Comrades: Almost A Love Story, 1997), 멜로/로맨스, 드라마

by 모락모~락 2025.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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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첨밀밀' 줄거리

소련(여명)은 중국 북부에서 홍콩으로 온 젊은 남자입니다. 더 나은 삶을 찾아 이주했고, 사촌이 도와주기로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이차오(장만옥) 역시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건너온 여자. 강하고 현실적인 그녀는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실용적인 인물입니다. 두 사람은 어학원에서 만나 친구가 되며, 점점 가까워집니다. 이차오는 천진난만한 소련을 처음에는 무시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을 열게 됩니다. 소련은 성실히 일하며 생활을 꾸리려 하지만, 현실은 고되고 비참합니다. 한편 이차오는 부유한 남자와 연애를 하며 현실을 타협하려 하지만 마음이 비어 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미묘한 감정이 흐르지만, 현실의 벽과 각자의 선택 때문에 연인이 되지 못한 채 헤어집니다. 몇 년 후, 두 사람은 다시 우연히 재회하지만 이차오는 이미 다른 남자의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소련은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지만, 다시금 엇갈린 인연을 확인합니다. 영화의 후반부, 두 사람은 각각의 삶을 살다가 뉴욕에서 극적으로 다시 마주칩니다. 덩리쥔의 음악이 배경에 흐르는 가운데, 두 사람은 결국 진심을 확인하고 조용히 손을 맞잡습니다.

2. 시대적 배경

영화 '첨밀밀'은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의 홍콩과 중국, 그리고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중국 본토 출신 이민자들의 삶과 정체성의 혼란, 그리고 홍콩의 변화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개혁개방 이후 (1978년), 중국은 점차 국경을 열고 경제 자유화를 추진했습니다. 많은 중국 본토인들이 홍콩을 '기회의 땅'으로 인식하고 밀입국하거나 합법적으로 이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 소련과 이차오는 이 시기에 홍콩으로 넘어온 사람들로, 낮에는 육체노동, 밤에는 영어 학원을 다니며 더 나은 삶을 꿈꿉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고, 홍콩 사회 내 차별과 경제적 불균형을 겪습니다. 홍콩 반환(1997년)이 가까워지며, 홍콩 사회는 중국과의 통합에 대한 불안과 정체성 혼란을 겪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캐나다, 미국, 영국 등지로 이민을 준비하고 있었고, 중국 본토인과 홍콩인 사이에는 문화적 간극이 존재했습니다. 영화는 이 배경 속에서 사랑보다 생존이 더 중요한 현실, 이주민 간의 연대와 고립을 섬세하게 그립니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덩리쥔의 음악은 중국인에게 익숙하면서도 금기시되었던 감성의 상징입니다. 1980년대 중국에서 덩리쥔은 금지곡으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많은 이들에게 꿈과 자유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녀의 음악은 영화 속에서 노스탤지어와 이산(離散)의 정서를 더욱 깊이 있게 표현합니다. 마지막 장면은 뉴욕의 중국 이민자 사회를 배경으로 하며, 세계화와 디아스포라라는 주제를 암시합니다. 중국인들은 홍콩을 거쳐 다시 서방 세계로 이주하며, 끝없는 이주의 연쇄 속에서 정체성과 소속감을 잃어갑니다. 주인공들이 다시 만나는 곳이 뉴욕이라는 점은, 사랑조차도 이주와 떠남 속에서 겨우 유지될 수 있었음을 상징합니다.

3. 총평

이 영화는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테마를 통해 1980~90년대 중국 본토 이민자의 삶을 사실적으로 조명합니다. 삶과 사랑의 엇갈림을 통해 인생의 아이러니, 운명, 현실적인 선택과 감정의 진실성을 조용히 드러내며 잔잔하지만 묵직한 감정선이 관객의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여명(소련)은 순수하고 낭만적인 캐릭터를 담담하게 소화, 관객의 감정이입을 유도합니다. 장만옥(이차오)은 현실적이고 강인한 여성상을 깊이 있게 표현하며, 내면의 갈등을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는 이 영화의 정서를 완성시키는 가장 중요한 축입니다. 진가신 감독은 절제된 연출로 공간의 분위기와 인물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담아냅니다. 덩리쥔의 음악, 특히 주제곡 '첨밀밀'은 영화의 주제와 정서를 관통하며, 음악과 영화가 한 몸처럼 어우러진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힙니다. 홍콩 반환, 중국의 개혁개방, 디아스포라 등 구체적 시대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사랑, 외로움, 이별, 그리움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은 시대를 초월해 누구에게나 공감될 수 있습니다. "사랑은 때로 삶의 시간표를 기다리지 않는다." '첨밀밀'은 삶의 진폭 속에서 피어난 진심 어린 사랑의 기록으로, 홍콩영화의 황금기와 동시에 사라져 가는 정체성의 애수를 담은 영화적 명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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