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리뷰

포가튼(The Forgotten, 2004), 드라마, 미스터리, SF, 스릴러

by 모락모~락 2025. 6. 4.
반응형

반응형

1. '포가튼' 줄거리

뉴욕에 사는 주부 텔리 패리타(줄리안 무어)는 9개월 전 비행기 사고로 아들 샘을 잃은 충격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매일 그의 사진을 바라보고, 추억을 곱씹으며 살아가는 그녀. 그러나 어느 날, 그녀의 세계가 송두리째 흔들립니다. 남편 짐은 샘이라는 아이는 존재한 적 없다고 말하고, 텔리의 정신과 주치의 먼로 박사는 그녀가 '가상의 아이'를 만들어낸 병리적 기억 장애라며 치료를 제안합니다. 집 안에서 샘의 모든 흔적은 사라지고, 친구들도 샘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마치 아들이 실제로 존재한 적이 없던 것처럼, 그녀의 기억만을 제외하고 세상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습니다.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한 텔리는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단서를 찾아 나섭니다. 그녀는 같은 비행기 사고로 딸을 잃었다고 주장했던 알 콕스(도미닉 웨스트)를 찾아가지만 알 역시 딸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텔리는 그를 설득하고, 점차 그의 기억도 돌아오기 시작하며 둘은 함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나서지만, 이들의 움직임은 미스터리한 존재들에 의해 감시당하고 방해받습니다. 정부 요원처럼 보이는 이들은 이들의 기억을 지우려는 듯 행동하며, 누군가는 문자 그대로 하늘로 ‘사라지는’ 기이한 장면들이 이어집니다. 이윽고 텔리는 자신들의 기억이 인위적으로 지워졌다는 사실에 다다릅니다. 아이들은 어떤 초자연적 존재에 의해 납치되었고, 이 존재는 인간의 기억과 정서, 특히 부모의 본능적 유대감을 실험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들의 기억은 선택적으로 지워졌으며, 실험의 일환으로 텔리만이 유일하게 기억을 유지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텔리는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끝까지 지켜내고, 마침내 실험을 주도하던 존재로부터 “엄마로서의 기억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는 인간 본연의 진실을 증명해냅니다. 실험이 종료되며, 모든 것은 원래대로 돌아가서 샘도 살아 있고, 텔리는 일상으로 복귀합니다. 그러나 그녀만이 이 모든 기억을 간직한 채 현실을 살아가고 알 역시 자신의 아이와 함께 평온한 하루를 보내는 모습이 잠깐 비춰지며, 영화는 조용한 여운과 함께 마무리됩니다.

2. 배경

주인공 텔리 패리타는 뉴욕 브루클린의 주택가에서 남편과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던 것으로 묘사됩니다. 도시는 현대적이고 익숙하지만, 점차 그녀의 일상이 무너지고 현실과 기억이 충돌하면서, 이 평범한 공간은 점차 불안과 공포의 무대로 전환됩니다. 도시의 일상적인 배경은 관객으로 하여금 “이 이야기가 내 옆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현실감을 강화시킵니다. 또한 장소의 구체성이 흐려지면서, 관객은 이야기의 심리적 측면에 더욱 몰입하게 됩니다. 텔리가 찾는 정신과 의사의 진료실은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보이는 공간이지만, 실제로는 그녀의 기억과 현실을 의심하게 만드는 중심지입니다. 이곳은 과학과 이성이 지배하는 장소처럼 보이지만, 그녀에게는 통제와 억압, 그리고 진실을 부정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작용합니다. 텔리가 아들의 흔적을 찾아 다니는 학교, 운동장, 사진관 등은 모두 과거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장소로 등장하지만 이 공간들에서는 샘의 존재가 삭제된 듯한 흔적만 남아 있어 관객에게 깊은 혼란을 안겨줍니다. 이는 영화가 지닌 기억 조작의 테마와 직결되고 영화가 중반을 지나면서, 물리적 공간 외에 '초자연적 존재'나 외계적 실험을 암시하는 요소들이 드러납니다. 갑자기 하늘로 사라지는 인물들,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 FBI 혹은 정부기관처럼 보이는 인물들의 개입 등은 현실의 배경 위에 음모론적, SF적 상상력을 덧입힙니다. 특정 시설이나 구역이 공개되지 않은 채 막연히 ‘실험의 장소’로 암시되는 점은, 누가, 왜, 어떻게라는 질문을 끝까지 남기면서 긴장감을 유지하게 합니다. 텔리의 내면 세계 또한 영화의 중요한 배경으로 외부의 공간이 점차 비현실적으로 변모하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내면은 점점 더 강한 확신과 모성애로 채워집니다. 

3. 총평

정부의 음모, 기억 삭제 실험, 초자연적 개입 등이 하나씩 등장하며, 영화는 현실과 환상을 뒤섞은 미스터리로 시작됩니다. 텔리는 모든 이가 아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상황 속에서도 모성애라는 본능적 기억을 끝까지 지켜냅니다. 영화는 "사랑과 기억은 인간의 핵심이며, 외부의 힘으로도 완전히 지워질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실험자의 입을 통해 “실패했다”는 선언이 나올 때, 관객은 인간성의 승리를 경험합니다. 줄리안 무어의 몰입감 있는 연기는 어머니로서의 고통과 집요함을 현실감 있게 표현해내며, 감정선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줍니다. 평범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들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리며 심리적 압박감을 극대화하고 단순한 음모론 스릴러가 아닌, 기억 조작이라는 철학적 질문을 SF 요소로 풀어내며 차별화된 스토리를 만듭니다. 외계 실험이라는 설정은 암시 수준에 머물고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아 일부 관객에게는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포가튼'은 '기억'이라는 인간 존재의 핵심 요소를 중심 테마로 삼아, 스릴러와 SF 장르를 접목시킨 독특한 작품입니다. 겉보기에는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의 감정적 고통과 싸움을 그린 심리극 같지만, 영화는 그 경계를 넘어섭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