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행복한 남자' 줄거리
19세기 말, 덴마크 유틀란드 지방의 보수적인 루터교 목사 가문에서 자란 페르 시데니우스(Per Sidenius)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와의 갈등 속에서 종교적 억압을 견디지 못하고, 집을 떠나 코펜하겐의 공과대학에 진학합니다. 그는 기술과 과학, 개인의 자유를 믿으며 종교 중심의 세계관을 부정합니다.
코펜하겐에서 그는 야심 찬 국가 수로 개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이 계획은 풍력과 수력을 이용해 덴마크 전역의 에너지 구조를 혁신하려는 것으로, 당대에는 매우 급진적이면서도 획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그의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는 기존 학계와도 마찰을 빚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덴마크 유대계의 부유한 금융 가문 살로몬 가족과 인연을 맺고 특히 가족의 맏딸인 야코베 살로몬(Jakobe Salomon)과는 서로의 지성, 열정, 고독에 끌려 연인 관계로 발전합니다. 야코베는 지적이며 자율적인 여성으로, 페르의 이상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줍니다. 살로몬 가문은 페르의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려 하고, 그의 설계안을 국가 기관에 전달하는 데 도움을 주면서 그는 점점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듯 보이고, 가족과의 단절도 잊을 만큼 도시 생활에 적응해갑니다. 그러나 그의 내면에서는 여전히 정체성의 혼란이 커져만 갑니다.
그의 아버지는 끝내 그를 다시 받아들이지 않고 죽음을 맞고 페르는 아버지의 장례식에조차 참석하지 않으며, 가족의 종교적 유산과 완전히 결별했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종교적 죄책감, 정체성에 대한 회의, 그리고 살로몬 가문과의 사회적 격차에서 오는 긴장으로 혼란에 빠집니다. 야코베와의 관계도 점차 금이 가고. . . 그녀는 그를 이해하려 애쓰지만, 페르는 점점 자신을 고립시키고,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며 냉소적으로 변합니다. 그는 결국 야코베와의 약혼을 깨고, 살로몬 가문의 후원도 포기합니다. 친구도, 사랑도, 야망도 모두 내려놓으며 자기 내면의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추구하는 길을 택합니다.
페르는 덴마크 외딴 지역의 작은 해안마을로 떠나 은둔 생활을 시작하고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수십 년을 조용한 삶 속에 묻혀 살아갑니다. 사람들은 그를 ‘이상한 사람’으로 여겼지만, 그는 과거의 명예나 성공, 사회적 지위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난 진정한 자유인이 되어 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페르는 자신이 가족에게 보냈던 오래된 편지와 신문 기사를 통해 세상과 화해하지는 않았지만 스스로에 대한 정직함을 선택한 인물로 남습니다.
2. 시대적 배경
산업화의 도입기에 들어선 덴마크는 19세기 후반부터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되며, 농업 중심 사회에서 기술과 과학 중심의 근대 사회로 전환을 모색하던 시기였습니다. 주인공 페르가 추진하는 수로 개발 및 재생 에너지 계획은 이 시대의 기술적 야망과 깊게 연결됩니다. 이 시기는 종교 중심의 전통적인 가치관이 계몽주의, 실증주의, 자유주의 사상에 의해 도전받던 시대입니다. 주인공은 그 전환기 한복판에서 전통(가족, 종교)과 진보(과학, 개인주의)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덴마크는 전통적으로 루터교가 지배적이었으며, 목사 가문 출신인 페르는 그 엄격한 종교적 체계에 반발하며 집을 떠납니다. 그의 아버지는 구시대의 권위와 억압의 상징으로 그려집니다. 코펜하겐 상류층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유대인 금융가문(살로몬 가족)은 개방적이고 진보적이지만, 여전히 ‘이방인’으로 여겨지는 존재입니다. 페르는 이들과 가까워지지만, 완전히 소속되지 못하며 내부적 거리감을 느낍니다. 코펜하겐은 진보와 기회, 산업과 정치의 중심지이며, 페르가 자신의 미래를 걸기 위해 향한 공간입니다. 반면, 유틀란드 지방과 해안 시골은 전통과 고립, 은둔의 상징으로, 페르가 마지막에 은둔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개인의 이야기이면서도, 덴마크 사회 전체의 근대화 전환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면 페르의 내면적 갈등과 선택이 더욱 깊이 와닿습니다.
3. 총평
'행복한 남자'는 단순한 인물 성장 서사를 넘어, 근대화와 개인의 자아 찾기라는 보편적 주제를 정교하고 묵직하게 그려낸 문학적이고 철학적인 영화입니다. 주인공 페르 시데니우스의 여정은 단지 성공과 실패를 오가는 드라마가 아니라, 자기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내면적 순례입니다. 그는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잡고도 스스로 그것을 거부하며, 결국 '행복한 사람'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존재로 완성됩니다. 영화는 종교 vs 과학, 전통 vs 개인주의, 사회적 성공 vs 내면의 자유라는 다층적인 갈등 구조를 통해 깊은 철학적 성찰을 이끌어냅니다.
감독 빌 어거스트(Bille August)는 북유럽 특유의 고요하고도 차가운 풍경, 절제된 감정선, 조명과 구도의 균형감을 통해 인물의 고독과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특히 해안 마을의 황량한 풍광, 어두운 실내, 코펜하겐 상류층의 화려한 공간 등은 페르의 내면 상태와 감정 곡선을 시각적으로 대조하며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에스벤 스메델(페르 역)은 내면의 갈등과 감정을 절제된 방식으로 표현하며 설득력 있는 주인공을 그려냅니다. 카트리네 그라이스 로셀(야코베 역)은 단순한 조력자를 넘어서, 시대를 앞선 여성상으로 영화에 뚜렷한 균형감을 더합니다.
이 영화는 빠르고 극적인 전개를 기대하는 관객보다는, 인물의 심리와 상징을 천천히 음미하는 관객에게 더 큰 감동을 줍니다. 결말이 열려 있고 설명이 생략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관객 스스로 생각하고 해석해야 하는 여운이 크며, 철학적 질문을 남깁니다.
“진정한 행복은 성공이 아닌, 스스로를 마주하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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