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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 . .ing(2003), 멜로/로맨스, 드라마

by 모락모~락 2025.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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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 .ing' 줄거리

주인공 민아(임수정 분)는 선천성 질환을 앓고 있는 고등학생입니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계속된 수술과 치료로 학교생활보다는 병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고, 자연스레 세상과 거리 두며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민아는 밝고 씩씩하려 하지만, 병으로 인해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잃어버린 채, 보호받는 존재로만 살아갑니다. 민아의 곁에는 그녀의 엄마 미숙(이미숙 분)이 있습니다. 남편 없이 딸 하나 바라보며 살아온 미숙은 사랑 앞에 솔직하고, 때로는 철없어 보이기까지 하지만, 딸을 위해서라면 세상의 모든 짐을 짊어질 각오가 되어 있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웃음으로 딸을 다독이고, 때로는 눈물로 응원하며 민아의 삶을 지켜줍니다. 어느 날, 민아의 아파트 윗집으로 사진작가 지망생 영재(김래원 분)가 이사 옵니다. 철없고 수다스러운 듯한 영재는 자꾸만 민아의 일상에 스며듭니다. 처음엔 영재의 적극적인 접근이 불편하기만 했던 민아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합니다. 영재는 민아에게 세상을 보여주려 하고, 민아는 그런 영재 덕분에 병에 갇혀 있던 삶에서 한 걸음씩 나아갑니다. 그들의 관계는 단순한 우정에서 연정으로, 그리고 진심 어린 사랑으로 발전해갑니다.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고, 서로의 불완전함을 끌어안으며 민아와 영재는 함께하는 순간 속에서 살아 있음을 실감합니다. 하지만 이 따뜻한 이야기는 단순한 로맨스로 끝나지 않습니다. 영화는 중반부를 넘어서며 전혀 다른 감정의 결을 드러냅니다. 민아가 겪고 있는 병은 단순한 치료로 끝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수술로도 버티기 힘든 상황. 미숙은 그런 민아의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알고 있으며, 그 사실을 민아에게 감추고 있습니다. 그녀는 딸의 마지막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고, 영재에게도 이를 알리지 않습니다. 결국, 민아는 자신의 상태를 알게 되고, 영재와의 관계를 정리하려 합니다. 그러나 영재는 끝까지 민아의 곁을 지키고 병마와 싸우는 민아를 지켜보며, 그녀의 일상과 기억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영화는 시간의 흐름을 뒤섞으며 구성되는데 초반부에 등장하는 한 장면 성인이 된 영재가 사진을 바라보며 회상하는 장면 은 영화의 마지막에서 그 의미가 완성됩니다. ‘...ing’라는 제목처럼, 삶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진행형입니다. 민아의 삶은 짧았지만, 그녀가 남긴 감정과 흔적은 영재의 시간 속에, 관객의 기억 속에 계속해서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2. 시대적 배경

영화 속에서 주인공 영재는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 사진을 찍고, 민아와의 추억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기록합니다. 이는 디지털이 보편화되기 직전, 아날로그의 감성이 일상에 깊이 배어 있던 2000년대 초반의 정서를 반영합니다. 휴대폰과 인터넷은 존재하지만 지금처럼 전면화되지는 않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은 오프라인에서 더욱 진하게 그려집니다. 영화의 주요 배경은 서울의 평범한 고층 아파트 단지입니다. 이 공간은 익숙하고 안정된 일상공간인 동시에, 주인공 민아에게는 외부 세계와 단절된 ‘작은 감옥’처럼 묘사됩니다. 이러한 배경은 당시 도시 생활에서 개인의 고립감과 외로움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민아의 어머니 미숙은 홀로 딸을 키우는 싱글맘입니다. 2000년대 초반 한국 사회는 전통적인 가족 구조에서 점차 변화하던 시기로, 영화는 이런 변화상을 미숙의 캐릭터를 통해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그녀는 희생만 강요받는 어머니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삶의 기쁨을 찾아가는 독립적인 여성으로 묘사됩니다. 이러한 인물 설정은 2000년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자립, 싱글맘 가정에 대한 사회적 인식, 그리고 가족 내에서 감정의 소통이 중요해지는 흐름을 반영합니다. 2000년대 초반의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는 IMF 외환위기 이후 점차 회복 국면에 들어서 있었고, 사회적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화와 개인주의 문화가 확산되던 시기였습니다. '...ing'의 주인공들은 각자의 이유로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서로를 통해 삶의 의미와 희망을 발견합니다.이처럼 영화는 그 시대 특유의 불확실성과 불안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자 하는 청춘과 가족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담아냅니다. 영화 '...ing'는 명확하게 특정 역사적 사건이나 사회적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진 않지만, 2000년대 초반 한국 사회의 정서와 변화하는 인간관계의 풍경을 세심하게 반영한 작품입니다. 이런 시대적 배경이 영화의 감성을 더 진하게 만들어 주며, 지금 보아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로 남게 했습니다.

3. 총평

'...ing'는 병을 앓는 소녀와 그녀의 가족, 그리고 사랑을 통해 삶의 의미를 다시 바라보게 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감성 멜로드라마입니다. 이 영화는 잔잔한 서사와 따뜻한 감정선, 그리고 현실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연출을 통해 관객의 마음을 천천히 파고듭니다. 억지스러운 신파를 피하고, 일상적인 대사와 상황을 통해 인물들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며 특히 임수정의 섬세한 연기와 김래원의 순수한 매력은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입니다. 단순한 모녀 관계를 넘어선 인간적인 유대와 갈등, 그리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잘 보여줍니다. 제목인 '...ing'가 암시하듯, 삶은 언제나 진행 중이라는 메시지를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이는 병, 사랑, 이별, 죽음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영화가 궁극적으로 따뜻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비 오는 날의 서울, 탁 트인 옥상, 조용한 아파트 복도 등 도시적이면서도 고요한 분위기를 잘 살린 미장센이 인물들의 내면과 어우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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