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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강변의 무코리타(Riverside Mukolitta, 2023), 드라마

by 모락모~락 2025.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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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변의 무코리타' 줄거리

주인공 야마다 야스케(마츠오카 마사히로)는 과거의 사건으로 감옥에 수감되었다가 출소한 후, 한적한 시골 마을로 이사 오게 됩니다. 그가 정착한 곳은 강변 근처의 낡은 임대주택, 이름도 생소한 '무코리타 하우스'입니다. 이곳은 도시와는 동떨어진 조용한 마을이며, 주변엔 기이하지만 정감 어린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야스케는 이 마을에서 공장에서 일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그는 말수가 적고,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성격이지만, 이웃들과 점차 소소한 관계를 맺기 시작합니다. 특히 이웃 사카모토(에이타)는 그의 집에 수시로 찾아와 밥을 함께 먹자고 하며 말을 겁니다. 사카모토는 자칭 '혼밥이 싫은 남자'로,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데 익숙한 인물입니다. 또 다른 이웃인 '야요이(미야모토 노부코)'는 정겹고 호기심 많은 할머니로, 야스케에게 인간적인 관심을 보입니다.

 

그러던 중 야스케는 고독사한  유골함을 맡게 됩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유골함을 들고 그는 삶과 죽음,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죽으면 결국 혼자’라는 두려움과 함께, 살아 있는 동안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기 시작합니다. 사카모토와의 소박한 식사, 이웃들과의 대화, 작은 정과 배려는 그에게 다시 삶의 의미를 불어넣습니다. 그렇게 무심한 듯 조용히 흘러가는 마을의 일상 속에서, 야스케는 점점 사람들과 연결되며 마음을 열어갑니다.

 

2. 배경

영화 제목 속 ‘강변(川っぺり)’처럼, 주인공이 이사 온 집은 강 가까이에 있는 임대주택 단지입니다. 이곳은 세상과 단절된 듯한 분위기를 풍기며, 고요한 강물과 풀벌레 소리, 낡은 건물 등이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을 자아냅니다. 강은 흐르는 존재로서 삶의 유한성과 순환, 그리고 치유와 재출발의 상징으로도 작용합니다. 야스케가 일하게 되는 공장은 소규모 전통식 식품 가공장으로, 수작업의 일상과 땀의 노동을 통해 정직한 삶의 상징으로 그려집니다. 현대적 도시와는 거리가 먼, 투박하지만 사람 냄새 나는 공간입니다.

 

주인공이 살게 되는 낡은 임대 주택, 이름은 '무코리타'. 이름도 생소하고 묘한 어감을 지닌 이 주택은 사회에서 벗어난 이들이 잠시 머무는 공간처럼 느껴집니다. 고독사한 이의 유골함이 방치돼 있는 장소이기도 하여,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현대를 배경으로 하되, 휴대폰이나 자동차처럼 세련된 문명이 거의 등장하지 않기에 비현실적이고 느릿한 시간감각이 강조됩니다. 계절은 초가을 무렵으로 보이며, 추수를 앞둔 들판, 서늘한 강바람, 노란빛이 감도는 햇살 등이 따뜻하고도 쓸쓸한 정서를 자아냅니다.

 

고립된 장소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인연이 싹트는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주인공은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는 법, 함께 식사하는 기쁨, 살아 있다는 감각을 회복합니다. 자연 속 정적은 주인공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되며, 관객에게도 치유와 성찰의 여지를 남깁니다.

'강변의 무코리타'의 배경은 조용한 시골 마을의 강변, 된장 공장, 무코리타 하우스 등의 공간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 그리고 인간관계의 회복을 상징적으로 그려내며, 영화 전체에 잔잔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부여합니다.

 

3. 총평

'강변의 무코리타'는 눈에 띄는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 없이, 삶의 고요한 면면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영화입니다. 죽음, 고독, 연결, 그리고 삶의 의미라는 철학적인 주제를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며, 작지만 소중한 감정들을 차분히 전달합니다. 격렬한 드라마 없이도 보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느린 호흡이 인상적입니다. 강가의 자연, 공장의 땀 냄새, 식사를 나누는 소소한 장면들이 현실적이면서도 시적입니다.

 

고독사, 유골함, 감옥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삶을 긍정하는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습니다. 죽음은 무겁지만, 살아 있는 사람들의 식사 한 끼, 대화 한 마디가 삶을 붙들게 만드는 힘으로 그려집니다. 인간은 결국 혼자일 수도 있지만, 타인과 나누는 작은 관계가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는 메시지가 잔잔하게 스며듭니다. "혼자 밥 먹는 건 외롭다"는 사카모토의 말처럼, 누군가와 함께 먹는 밥 한 끼는 이 영화의 핵심 주제이기도 합니다.

 

주연 마츠오카 마사히로는 말수 적은 인물을 깊이 있는 표정과 움직임으로 표현하며, 에이타의 따뜻하고 유쾌한 연기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듭니다. 감독 오키타 슈이치 특유의 유머감각과 인간미가 곳곳에서 빛납니다. '강변의 무코리타'는 사소하고 조용한 이야기 안에 깊은 울림을 담은 영화입니다. 누구에게도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 타인과의 작지만 따뜻한 연결을 통해 살아가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하지만, 가장 중요한 일이 일어난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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