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랑은 타이핑 중!' 줄거리
1958년 프랑스, 시골 마을에 사는 21세 여성 로즈 팜필은 평범한 마을 소녀로,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것이 일반적인 시대에 '비서'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대도시로 나옵니다. 그러나 그녀는 단정하지 못하고 서툰 모습으로 여러 면접에서 낙방합니다. 그러던 중, 보험 회사 사장인 젊고 매력적인 루이 에샤르의 면접을 보게 되는데, 실수투성이인 로즈가 기계 타자 실력만큼은 눈부시게 빠르다는 점을 발견한 루이는 그녀를 채용합니다. 다만, 그는 단순히 비서를 고용한 것이 아니라, 타자 대회에 출전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루이는 과거 유망한 운동선수였으나 부상으로 꿈을 접은 과거가 있어, 로즈를 자신의 두 번째 기회처럼 생각하며 훈련시킵니다. 그는 로즈에게 엄격한 타자 훈련을 시키고, 영어와 예절, 옷차림까지 다듬어갑니다. 둘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점차 서로에게 끌리게 되지만, 루이는 로즈가 자신의 성공 수단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일부러 감정을 숨깁니다.
로즈는 점점 타자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지역 대회, 국가 대회를 거쳐 세계 타자 선수권 대회(미국 뉴욕) 출전 기회를 얻게 됩니다. 로즈는 대회 준비 중 루이에게 진심을 고백하지만, 루이는 냉정하게 거절합니다. 그의 무관심에 상처받은 로즈는 자신의 힘으로 성공하기로 결심하고 뉴욕으로 떠나고, 루이 역시 뒤늦게 자신의 감정을 깨닫게 됩니다.
뉴욕에서 열린 세계 타자 대회. 로즈는 대회 중 손가락을 다치지만, 한 손으로 타이핑하며 결승까지 오릅니다.결국 그녀는 눈부신 속도로 타이핑하며 세계 챔피언이 되고, 대회장에서 갑자기 등장한 루이는 그녀를 진심으로 축하하며 사랑을 고백합니다. 로즈는 세계 최고의 타자 타이피스트가 되고, 루이와 사랑도 이룹니다. 그녀는 더 이상 누군가의 비서가 아니라, 자신의 꿈과 인생을 스스로 개척한 여성으로 성장해 나갑니다.
2. 시대적 배경
1958년, 프랑스는 샤를 드골 장군이 정권을 잡으며 제5공화국이 출범한 해입니다. 정치적 혼란 속에서 안정과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었고, 이에 따라 도시화,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됩니다. 여성의 교육 수준도 점차 향상되며 비서, 교사, 간호사 등 전문직 진출이 활발해졌습니다. 1950년대 프랑스 사회는 여전히 전통적 성 역할에 뿌리를 두고 있어, 여성은 주로 아내, 어머니, 가정주부의 역할을 기대받았습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후, 전쟁 동안 노동시장에 투입되었던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점차 고용의 현실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비서, 판매원, 사무직과 같은 직종에 많은 여성이 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타자기 타자 실력은 그 시대 여성의 대표적인 능력 중 하나로, 타자기 대회는 여성의 역량을 보여주는 드문 공식 무대였습니다.
타자기는 1950년대 후반까지 기업의 필수 도구였으며, 속도와 정확도는 사무직 여성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영화 속 로즈처럼, 빠른 타자 실력을 가진 여성은 비서로 취업할 기회를 얻거나 타자기 대회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었고, 이는 계층 상승과 자립의 수단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당시엔 지역별, 국가별, 세계적인 타자기 대회가 열렸고, 이는 여성 스포츠 또는 기능 대회처럼 인식되기도 했습니다.
1950년대 프랑스는 미국 대중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던 시기로, 영화·음악·패션에서 할리우드 스타들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여성 롤모델로는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 오드리 헵번 등이 떠올랐고, 이들은 자기 표현에 당당한 여성상을 상징했습니다. 로즈는 이 영향을 받아 화장, 옷차림, 예절 교육을 통해 비서 이상의 여성으로 성장해 갑니다.
3. 총평
'사랑은 타이핑 중!'은 1950년대 말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시골 여성의 자기계발과 사랑을 밝고 유쾌하게 풀어낸 레트로풍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눈부신 색채감, 복고적인 미장센, 타자기 대회라는 독특한 소재가 조화를 이루며, 마치 1950~60년대 헐리우드 영화의 오마주처럼 느껴집니다.
감독은 과장된 훈련 장면, 슬로모션 경기 연출 등으로 스포츠 영화의 흥미와 로맨스의 감성을 동시에 살립니다. 레트로 감성과 음악, 의상, 세트 디자인이 시각적으로 매우 매력적입니다. 단순한 연애 이야기 그 이상으로, 여성이 타인을 위한 존재가 아닌 스스로 주체가 되는 과정을 그린다는 점에서 진정성 있는 여성 서사로 읽힙니다. ‘타자기’라는 도구는 로즈가 자립하고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는 수단으로 기능합니다. 사제지간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과정이 감정적으로 섬세하고 설득력 있게 그려집니다.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관계라는 점에서, 단순한 로맨스 이상의 깊이를 보여줍니다.
전개가 전형적이어서 예측 가능한 로맨틱 코미디 공식을 따릅니다. 페미니즘적 시각에서는 남성 주인공이 여성의 성공을 ‘훈련’시키는 방식이 구시대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로즈는 점차 자기 결정을 내리는 주체로 변모하며 이를 극복합니다.
“1950년대 타자기 대회를 배경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에서, 사랑보다 더 눈부신 건 자신을 믿는 여성의 손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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