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리뷰

굿 라이어(The Good Liar, 2019), 스릴러

by 모락모~락 2025. 5. 17.
반응형
반응형

1. '굿 라이어' 줄거리

영국의 노신사 로이 코트니(Roy Courtnay)는 노년에도 사기를 치며 살아가는 노련한 사기꾼입니다. 그는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를 통해 최근 남편을 잃은 상냥하고 부유한 미망인 베티 맥리시(Betty McLeish)를 만나게 됩니다. 그녀는 전직 교수로 은퇴 후 조용한 삶을 살고 있으며, 상당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로이는 베티에게 접근해 천천히 신뢰를 얻고, 그녀의 재산을 노리기 시작합니다. 로이는 자신의 파트너인 빈센트와 함께 베티의 자산을 공동 명의 계좌로 옮기게 하려는 사기 계획을 실행합니다. 베티의 손자 스티븐은 로이에 대해 불신을 품고 있고, 계속해서 조사를 합니다. 하지만 베티는 로이를 믿고 그를 점점 가까이 받아들입니다. 줄거리가 전개되면서 로이의 과거가 드러납니다. 그는 로이 코트니라는 이름조차도 가명이었고, 실제 정체는 한스 타우버(Hans Taub)라는 독일 출신의 전쟁범죄자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에 귀순한 척하며 신분을 바꾸고, 전쟁 이후 여러 차례 이름을 바꿔가며 사기행각을 벌여왔습니다. 로이가 베티를 속여 돈을 빼돌리려던 결정적인 순간, 모든 것이 반전됩니다. 베티는 사실 릴리안 슈바르츠라는 독일 출신 여성이었고, 어린 시절 로이(한스)로부터 가족을 배신당하고 인생을 파괴당한 피해자였습니다. 로이는 과거 소년 시절, 릴리안의 가족을 나치에게 밀고했으며, 그녀의 아버지는 수용소에서 죽고 그녀도 학대를 당하며 삶이 무너졌습니다.베티는 수십 년에 걸쳐 로이를 추적했고, 그에게 접근한 것 또한 계획된 복수였던 것입니다. 베티는 로이의 돈을 모두 빼돌려 자선 단체에 기부하고, 그의 신분과 범죄 사실을 경찰에 알립니다. 로이는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며 말년을 빈털터리에 가까운 상태로 병원 요양 시설에 수감된 채로 보내게 됩니다. 결국 베티는 가족과 평온한 삶을 되찾고, 로이는 자신이 저지른 죗값을 고스란히 받게 됩니다.

2. 시대적 배경

영화의 주요 사건은 2009년 런던과 그 주변에서 벌어집니다. 인터넷 데이트와 은행 거래, 스마트폰 등 현대적인 요소들이 등장하며, 중년 이후의 삶과 관련된 일상적인 배경이 주로 펼쳐집니다. 등장인물들은 은퇴 후의 삶을 살고 있으며, 고요한 외곽 주택이나 카페, 병원, 은행 등이 주요 무대로 활용됩니다. 이 배경은 주인공 로이(한스)가 베티(릴리안)를 속이기 위한 ‘현대 사기극’의 무대입니다.

영화의 후반부에는 과거 독일에서 벌어진 로이(본명 한스 타우버)와 베티(본명 릴리안 슈바르츠)의 어린 시절이 회상으로 등장합니다. 이 시기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이 패망한 혼란스러운 시대입니다. 젊은 한스는 릴리안의 가족과 함께 학교를 다니며 라틴어와 고전을 배우지만, 나중에는 나치 협력자 역할을 하며 그녀의 가족을 배신하고 파멸로 몰아넣습니다. 이 시기는 릴리안의 복수 동기를 제공하는 핵심 시대적 배경입니다. 영화는 한 사람의 과거 범죄가 수십 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고 결국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한스가 저지른 전쟁 직후의 반인륜적 배신은 단순한 개인적 사기가 아닌 역사적인 죄악으로 그려집니다. 현대 사기극의 외피 속에 숨은 전쟁 범죄의 그림자는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묵직하게 만듭니다.

3. 총평

이언 맥켈런(로이 역)과 헬렌 미렌(베티 역)은 단순한 연기를 넘어 심리전과 감정의 층위를 섬세하게 표현해 냅니다. 특히 후반부 베티의 반전이 드러나는 장면은 헬렌 미렌의 연기력이 정점을 찍는 순간입니다. 초반은 느릿하고 일상적인 흐름을 보이다가 중후반에 급격히 스릴러 장르로 전환됩니다. 마지막 30분은 예상치 못한 반전과 과거사 폭로로 몰입감을 극대화합니다. 단순한 사기극이 아니라, 전쟁 범죄와 그로 인한 피해자의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어 무게감이 있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가 뒤바뀌는 구조는 도덕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합니다. 젊은 주인공이 아닌 노년의 두 인물이 주도하는 심리전은 흔치 않은 구성으로, 깊이 있는 캐릭터 중심의 전개를 가능케 합니다. 관객에 따라서는 초반 1시간 가까이의 전개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굿 라이어'는 노련한 두 배우가 이끄는 품격 있는 사기극이자, 전쟁의 그림자와 복수의 집념을 조용히 드러내는 심리 스릴러다. 반전이 주는 충격과 연기력은 뛰어나지만, 전체 플롯의 개연성과 속도감에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