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리뷰

대니쉬 걸(The Danish Girl, 2016), 드라마

by 모락모~락 2025. 5. 14.
반응형

1. '대니쉬 걸' 줄거리

1920년대, 덴마크 코펜하겐. 젊은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Einar Wegener)는 아내 게르다 베게너와 함께 예술가로서 평온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에이나르는 풍경화를 그리는 것으로 유명했고, 게르다는 인물화를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갑니다. 어느 날, 게르다의 모델이 나타나지 않아 급하게 에이나르에게 여성 옷을 입고 모델을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시작된 일이었지만, 여성복을 입고 스트킹과 구두를 신은 자신을 거울로 바라본 에이나르는 묘한 감정을 느낍니다. 이후 에이나르는 종종 ‘리리’라는 이름으로 여성 복장을 하고 외출을 하게 되고, 게르다 역시 남편의 새로운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우면서도 호기심을 느끼게 됩니다. 그녀는 리리를 주제로 한 그림을 그리며 성공을 거두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점차 달라져 갑니다. 리리는 점점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이 여성임을 깨닫고, 단순한 취미나 성적 욕망이 아닌 자신 안의 본질적인 자아를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에이나르는 더 이상 남성의 삶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 리리 엘베로서 살기 위해 당시로서는 전례가 없던 성전환 수술을 받기로 결심합니다. 위험하고 실험적인 수술이지만, 리리는 그것만이 자신이 진정으로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게르다는 사랑과 슬픔이 교차하는 감정 속에서 리리를 지지하며 곁에 머뭅니다. 리리는 독일 드레스덴에서 의사 쿠르트 바르네코스의 도움을 받아 여러 차례의 수술을 받습니다. 수술 후 점점 더 여성으로서의 삶에 적응해가지만, 그녀의 몸은 큰 무리를 겪습니다. 결국 리리는 마지막 수술 이후 회복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합니다.

2. 시대적 배경

1920년대 유럽은 전통적인 성 역할과 규범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남성과 여성의 역할은 명확히 구분되었고, 트랜스젠더라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거나 극히 제한적으로 이해되었습니다. 성 정체성에 대한 탐구나 표현은 의학적으로 병리화되거나 사회적으로 금기시되었으며, 성전환은 극도로 위험하고 이례적인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리리 엘베가 살던 당시에는 성별 정체성을 인정받거나 법적, 의료적으로 전환하는 길이 거의 없었으며, 그녀가 받았던 수술은 세계 최초의 성전환 시도 중 하나로 기록됩니다. 이는 과학과 의학의 발전과 더불어 개인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도전이었고, 시대를 앞선 결정이었습니다. 1920년대 유럽, 특히 코펜하겐과 베를린, 드레스덴 등지는 예술적 실험과 자유로운 창작활동이 활발한 도시였습니다. 이는 영화 속에서 게르다가 여성으로서 화가로 활동하며 리리의 인물화를 통해 주목받는 장면에서도 나타납니다. 비록 여성 화가에 대한 차별은 있었지만, 새로운 예술적 흐름과 페미니즘 담론이 형성되던 시대이기도 합니다. 독일의 드레스덴과 베를린은 당시 성과학(Sexology)의 중심지로, 성과 성정체성에 대한 연구가 일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영화 속에서 리리가 수술을 받는 배경은 실제로 당시 독일에서 활동하던 성과학자들(예: 마그누스 히르슈펠트)의 영향을 반영합니다. 그러나 이런 진보적인 움직임은 나치의 집권으로 급속히 탄압받고 사라지게 됩니다. 리리 엘베의 이야기는 한 인간의 정체성을 향한 투쟁이 당대 사회 질서와 충돌한 사례이며, 그녀의 용기는 이후 트랜스젠더 인권운동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영화는 단지 한 개인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사회적 금기와 맞선 역사적 인물의 초상을 통해 우리가 오늘날 당연하게 생각하는 인권과 자아 실현이 얼마나 값진 투쟁의 결과인지 상기시킵니다.

3. 총평

1920년대 덴마크, 코펜하겐. 재능 있는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는 아내이자 동료 화가인 게르다 베게너와 함께 예술가로서 평온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게르다의 초상화 모델이 오지 않자 에이나르에게 여성복을 입고 대신 포즈를 취해달라고 부탁한 것이 모든 시작이었습니다. 여성의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선 순간, 에이나르는 자신 안에 숨겨져 있던 또 다른 자아, ‘리리’의 존재를 느끼게 됩니다. 이후 에이나르는 점차 ‘리리’라는 여성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을 억누를 수 없게 됩니다. 처음엔 장난처럼 보였던 리리는 점차 그의 정체성을 대체하며, 에이나르는 더 이상 자신을 남성으로 느낄 수 없게 됩니다. 게르다는 혼란과 상실, 슬픔 속에서도 남편의 변화 과정을 받아들이려 애씁니다. 그녀는 리리를 모델로 한 그림을 통해 화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되지만, 부부의 관계는 서서히 사랑에서 우정과 동료애로 바뀌어갑니다. 리리는 스스로를 여자로 받아들이고, 마침내 여성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당시로서는 전례가 없던 성전환 수술을 결심합니다. 이는 의료적 위험이 크고 사회적으로도 극단적인 선택이었지만, 리리는 자신의 진정한 모습으로 살기를 원했습니다. 그녀는 독일 드레스덴으로 가 수술을 받으며 점차 외적으로도 여성의 모습으로 변화해갑니다. 그러나 여러 차례의 고된 수술 끝에 그녀의 몸은 감당하지 못하고, 리리는 결국 수술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게르다는 리리의 죽음 이후에도 그녀의 존재를 예술로 기억하며, 리리가 비록 짧은 삶을 살았지만 진정한 자신으로서 세상에 존재했음을 기립니다. '데니쉬 걸'은 1920~30년대 유럽, 특히 덴마크와 독일이라는 배경 속에서 펼쳐집니다. 이 시기는 예술과 문화가 번성했지만, 성 정체성에 대한 사회적 이해는 매우 낮았고, 성소수자는 의학적으로 병리화되거나 사회적으로 배척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리 엘베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수술은 세계 최초의 성전환 수술 시도 중 하나로,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진 트랜스젠더 인권운동의 상징적인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당시 독일에서는 성과학이 일부 발전하고 있었으나, 나치 집권과 함께 이런 진보적 흐름은 탄압당하고 사라지게 됩니다. 리리의 삶은 단순히 한 개인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적 금기와 억압 속에서도 인간으로서 ‘자신답게 살고자 하는 용기’를 상징합니다. 영화는 이를 통해 정체성, 사랑, 이해, 상실, 희생의 가치를 묵직하게 전달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