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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블라인드(Blind, 2011), 스릴러

by 모락모~락 2025.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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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블라인드' 줄거리

시각장애인 수아는 경찰대학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교육을 받았지만, 과거 교통사고로 동생을 잃고 자신도 시력을 잃으면서 경찰의 꿈을 접게 됩니다. 깊은 죄책감 속에서 살아가던 그녀는 어느 날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 수상한 낌새를 느낍니다. 택시기사의 이상한 행동과 차 안의 분위기, 그리고 촉각과 청각에 의존해 감지한 세세한 단서들로 인해 수아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합니다. 며칠 후, 그녀가 탔던 택시와 관련된 실종 사건이 발생하고, 수아는 경찰서에 목격자로 자진 출두합니다. 경찰은 그녀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신빙성을 의심하지만, 수아는 촉각, 청각, 냄새 등 다른 감각을 통해 기억한 정보를 바탕으로 택시기사의 인상착의와 차량 정보를 정밀하게 진술합니다. 그녀의 진술은 사건 수사에 중요한 단서가 되고, 경찰은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합니다. 이와 동시에 또 다른 목격자인 고등학생 기섭이 등장합니다. 그는 비슷한 시기에 같은 택시를 타고 의문의 사고를 경험한 인물로, 수아와는 전혀 다른 시선에서 사건을 바라봅니다. 두 사람은 초반에는 서로를 믿지 못하고 대립하지만, 점차 협력하게 되며 사건의 실체에 가까워집니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연쇄살인범의 존재였으며 범인은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고, 수아와 기섭은 범인의 표적이 되며 목숨을 위협받게 됩니다. 특히 수아는 시각이 없는 상태에서 여러 위협 속에서도 침착하게 위기를 돌파하며 생존해 나갑니다. 결국 수아와 기섭은 치밀한 계획과 용기를 바탕으로 범인과 맞서게 되고, 긴박한 추격전과 치열한 몸싸움 끝에 범인을 제압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 과정에서 수아는 다시금 자신 안의 용기와 정의감을 발견하고, 경찰로서의 소명의식을 되새기게 됩니다.

2. 배경

도시화된 현대 서울을 배경으로 대부분의 사건이 도시의 뒷골목, 지하철역, 택시 안, 경찰서, 고층 빌라 등 도시적 공간에서 전개됩니다.  범죄가 일어나기 쉬운 익명성과 밀집성을 보여주며, 현대 도시가 가진 어두운 이면을 강조합니다. 2010년대 초 한국 사회에서 첨단 과학수사와 CCTV 활용이 보편화되기 시작했으며, 영화 속에서도 CCTV나 휴대폰, 차량 번호판 등 기술적 증거물들이 수사에 활용됩니다. 하지만 영화는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인간의 증언에 주목함으로써 인간성과 기술 사이의 균형을 그립니다. 수아는 시각장애인으로, 경찰 내부와 사회 전반에서 편견과 선입견을 겪습니다. 영화는 당시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과 차별 문제를 드러내고 있으며, 동시에 장애를 극복한 주체적인 인물로서 수아를 그려냄으로써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합니다. 고등학생 기섭은 보호자 없이 홀로 살아가는 인물로, 가정 해체나 청소년 문제와 같은 사회적 현실을 반영합니다. 이는 당시 한국 사회의 청소년 복지 문제와 사회적 무관심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맥락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3. 총평

'블라인드'는 전형적인 범죄 스릴러의 틀 안에  신선한 인물 설정(시각장애인 목격자)을 더해, 장르적 긴장감과 인간극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결합한 작품입니다. 단순한 범인 추적을 넘어, 개인의 트라우마 극복과 사회적 편견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듭니다. 시각장애인이 주인공이자 사건의 핵심 목격자라는 설정은 기존 스릴러물에서 보기 드물며, 서사에 독창성을 부여합니다. 김하늘은 시각장애인 수아 역을 설득력 있게 소화하며 감정선과 긴장감을 동시에 이끌어냅니다. 유승호 역시 날것 그대로의 청소년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연기하며 극에 활력을 더합니다. 추격전, 긴박한 장면 등 장르적 쾌감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인물의 심리와 감정에 집중하는 연출력이 돋보이며 음악과 조명, 카메라 워크도 시각장애인의 감각적 세계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장애에 대한 시각은 단순한 '약자'로서의 장애인이 아니라, 오히려 감각적 직관과 강인함을 가진 주체적 인물로 묘사함으로써 인식의 지평을 넓힙니다. 범인과의 대결 구조나 결말은 장르 클리셰에 의존하는 면이 있어, 신선했던 초반부에 비해 긴장감이 약간 줄어드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블라인드'는 장르적 재미와 메시지를 모두 갖춘 한국 스릴러의 수작입니다. 시각장애인이라는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며, 관객에게 긴장과 감동, 사회적 울림을 동시에 전달합니다. 클리셰의 한계가 일부 존재하지만, 연기와 주제의식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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