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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드레스메이커(The Dressmaker, 2016), 드라마

by 모락모~락 2025.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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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드레스메이커' 줄거리

1950년대, 오스트레일리아의 외딴 시골 마을 '던가타라(Dungatar)'. 어느 날 밤, 고급 드레스를 입은 한 여인이 마을로 돌아옵니다. 그녀의 이름은 틸리 던니지(케이트 윈슬렛 분). 오랜 세월 외국에서 머물다 돌아온 그녀는 파리에서 오트 쿠튀르 디자이너로 일한 경험이 있는 뛰어난 재봉사입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반기지 않습니다. 틸리는 어린 시절, 동네 소년의 죽음에 연루되었다는 의심을 받고 마을에서 쫓겨났던 과거를 지니고 있습니다. 틸리는 자신이 살던 허름한 집으로 돌아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어머니 몰리(주디 데이비스 분)를 돌보며 과거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조용한 복수를 계획합니다. 그녀는 동시에 자신이 실제로 소년의 죽음에 책임이 있었는지를 확신하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합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흐릿하고, 자신도 자신을 믿지 못합니다. 틸리는 곧 마을 사람들의 시선을 이용하기 시작합니다. 파리에서 익힌 뛰어난 재봉 실력으로, 마을 여자들에게 아름답고 세련된 드레스를 만들어 주며 천천히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그녀를 미워하던 사람들마저 그녀의 손에서 탄생한 드레스의 매력에 굴복하며 점점 그녀에게 의존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틸리는 마을의 인기 있는 청년 테디 맥스웰(리암 헴스워스 분)과 가까워집니다. 테디는 틸리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으며 그녀를 따뜻하게 대해 주고, 둘은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은 오래가지 않고. . . 테디는 틸리의 트라우마를 이해하려 하던 중, 안타까운 사고로 사망하게 되고, 틸리는 다시 절망에 빠지게 됩니다. 한편, 그녀는 마을 사람들의 위선과 잔혹함, 그리고 과거에 자신에게 씌워졌던 누명이 마을의 일부 인물들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게 됩니다. 특히 마을의 교장, 시장, 경찰관 등 권력을 가진 인물들이 그 비극의 진실을 숨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틸리는 진실을 파헤칩니다. 자신이 결백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마을 사람들의 위선을 증명한 그녀는 마지막으로 통쾌한 복수를 감행한다. 마을 전체가 들떠있는 연극 공연 당일, 그녀는 마을에 불을 지르고  불타오르는 던가타라를 뒤로한 채, 기차를 타고 새 출발을 향해 떠납니다.

 

2. 시대적 배경

영화 '드레스메이커'의 시대적 배경은 1950년대 초반, 호주의 외딴 시골 마을인 던가타라(Dungatar) 입니다. 이 시대적 배경은 영화의 정서와 갈등 구조, 등장인물들의 가치관, 패션 스타일, 사회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영화의 주요 무대인 던가타라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마을이지만, 1950년대 호주의 전형적인 시골 마을의 모습을 반영합니다. 공동체 중심의 생활이 강하고, 외부인이나 과거에 오명이 있는 사람에 대한 배타적 태도가 강하게 나타납니다. 집단의 규범, 도덕, 체면이 더 우선시되 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당시 여성들은 주로 가정에 머무르며, 외모와 체면 유지가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졌습니다.틸리처럼 독립적이고 자기만의 직업을 가진 여성은 드물었고, 그런 여성을 향한 사회의 시선은 종종 차갑거나 경계심을 동반했습니다.틸리의 파리지앵 스타일과 당당한 태도는 그런 보수적 여성상에 대한 도전이자, 영화의 갈등 요소이기도 합니다. 1950년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시기로, 사회 전반에 변화의 기류가 일던 시기입니다. 도시화와 산업화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었지만, 시골 마을은 여전히 과거의 가치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틸리가 경험한 세계(파리)와 마을이 지닌 세계관의 극명한 대조는 이러한 시대의 전환기를 반영합니다. 영화 속 드레스들은 1950년대의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 스타일을 반영합니다. 당시 여성 패션은 디올의 뉴룩에서 영향을 받은 실루엣(잘록한 허리, 풍성한 스커트 등)이 특징이며, 틸리는 이를 통해 시골 마을에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줍니다. 이 드레스들은 단순한 의상이 아닌, 틸리의 복수와 영향력, 그리고 여성 해방의 상징적인 도구로 작용합니다. 결론적으로, '드레스메이커'의 1950년대 배경은 단지 시간적 배경이 아니라, 갈등의 뿌리이자 상징의 장치로 작용합니다. 그 시대의 문화, 사회 구조, 여성의 역할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고 있으며, 주인공 틸리의 반항과 복수는 곧 시대에 대한 반응이기도 합니다.

3. 총평

'드레스메이커'는 복수극, 블랙 코미디, 멜로드라마, 패션 영화의 요소가 절묘하게 혼합된, 매우 독특한 정체성을 가진 작품입니다. 외형은 화려하고 유쾌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어두운 과거, 복수의 욕망, 공동체의 위선, 여성 억압 등 무거운 주제들이 녹아 있습니다. 이질적인 장르들이 충돌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며, 한 편의 시적이면서도 잔혹한 이야기로 완성됩니다. 주인공 틸리 던니지 역을 맡은 케이트 윈슬렛은 절제된 감정과 강인함, 유머와 슬픔을 모두 표현해내며 영화의 중심을 단단히 지탱합니다. 복수심과 트라우마, 사랑과 상실을 모두 경험하는 인물의 복합적 심리를 설득력 있게 그려냅니다. 1950년대 오트 쿠튀르 스타일의 드레스들이 시골 마을의 배경과 대조를 이루며, 시각적으로 매우 인상적입니다. 의상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틸리의 힘과 영향력,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위선을 드러내는 서사적 도구로 기능합니다. 복수극과 코미디, 비극이 한데 어우러진 영화는 감정적으로 예측이 불가하고, 그 자체로 신선한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특히 웃음과 슬픔이 공존하는 전개는 일반적인 헐리우드식 이야기 구조와 차별화됩니다. 여성에 대한 억압, 사회적 낙인, 기억과 진실의 왜곡 같은 문제들이 직조되어 있어 단순한 복수극 이상으로 깊이를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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