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로스트 도터' 줄거리
영화 '로스트 도터'는 매기 질렌할 감독의 데뷔작으로, 엘레나 페란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올리비아 콜맨, 제시 버클리, 다코타 존슨, 에드 해리스 등이 출연하며, 심리적으로 섬세하고 불편한 여성의 내면을 집중적으로 묘사한 드라마입니다.
대학 교수 레다(올리비아 콜맨)는 여름 휴가를 맞아 그리스의 해변 마을을 찾아온다. 외롭게 혼자 여행 온 그녀는 조용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려 하지만, 곧 한 무리의 시끄럽고 위협적인 대가족이 해변을 점령하면서 불편한 기운이 감돕니다. 그 가족 중 젊은 엄마 니나(다코타 존슨)와 그녀의 어린 딸 엘레나가 레다의 시선을 끄는데. . . 니나는 겉보기엔 평온해 보이지만, 아이를 돌보는 데 지친 듯한 표정을 자주 짓는데 레다는 그런 니나를 보며 과거 자신의 기억 속으로 서서히 빠져듭니다.
과거의 레다(젊은 시절은 제시 버클리 분)는 두 딸을 키우면서도 학문적 경력을 쌓고 싶어했던 젊은 학자였습니다. 하지만 육아와 커리어의 양립은 쉽지 않았고, 점점 몰려오는 압박감 속에서 그녀는 큰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한동안 아이들을 버리고 집을 떠나고 그 결정은 레다의 삶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현재의 레다는 니나와 엘레나를 보며, 과거의 자신과 자신의 아이들을 떠올립니다. 그러던 중 엘레나가 해변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사건이 벌어지고, 모두가 아이를 찾아 나서고 레다는 아이를 우연히 발견하고 안전하게 돌려보내지만, 아이의 애착 인형은 자신이 몰래 훔칩니다. 그녀는 인형을 돌려주는 시늉을 하면서도 계속 감추며, 니나와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둘은 각자의 고민과 삶을 나누지만, 레다가 과거의 상처를 숨기지 못하고 점점 불안한 행동을 보입니다.
한편, 니나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레다는 그런 니나에게 공감을 표하지만 동시에 복잡한 감정을 느낍니다. 끝내 레다는 니나에게 인형을 훔쳤다고 고백하고, 니나는 충격과 분노로 반응합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레다는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상처를 입고 쓰러져 해변에 누운 채 정신을 잃은 듯했던 그녀는 결국 눈을 뜨고, 먼 바다에 있는 딸들과 통화를 합니다. 두 딸은 놀랍게도 따뜻하게 안부를 묻고, 레다는 눈물을 흘리며 “살아 있어”라고 대답합니다.
2. 배경
영화 '로스트 도터'의 배경은 그리스의 해변 마을로 설정되어 있으며, 시각적 분위기와 상징성이 작품 전체에 깊이 영향을 미칩니다. 주된 무대는 그리스의 한적한 섬 해변입니다. 영화는 실제로 스파체스(Spetses) 섬에서 촬영되었으며,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영화의 정서적 톤과 대비를 이룹니다. 푸른 바다, 햇살 가득한 해변, 여유로운 휴양지 분위기는 겉보기엔 평온하지만, 레다의 내면적 갈등과 불안을 더욱 부각시키는 대비 장치로 작용합니다. 이 공간은 외부로부터의 단절을 상징하기도 하며, 주인공이 자신과 과거를 직면하게 되는 심리적 무대 역할도 합니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 등장합니다. 과거 회상 장면은 약 20여 년 전, 레다가 젊은 학자이자 어린 두 딸의 엄마였던 시기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은 명확한 연도보다는 감정의 파편에 따라 이동하며, 모성과 자유 사이에서 주인공이 겪는 갈등을 시간적 거리로 강조합니다. 해변은 모성을 이야기하는 공간이자, 딸을 잃어버리는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입니다. 잃어버림과 회복, 자유와 고립이 이곳에서 교차합니다. 휴양지 호텔과 아파트는 고독과 관찰자의 위치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레다는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어린이 인형은 소품이지만, 딸과의 애착·불안·죄책감을 모두 상징하는 핵심 도구입니다. 이처럼 공간과 시간의 배경은 영화의 주제인 모성, 정체성, 죄책감, 자유를 깊이 있게 전달하는 중요한 장치로 기능합니다.
3. 총평
'로스트 도터' 모성에 대한 통념을 깨뜨리는 용감하고 섬세한 심리 드라마입니다. 겉으로는 한 여름 해변의 조용한 풍경을 배경으로 하지만, 실상은 한 여성이 내면 깊숙한 곳에서 과거의 선택과 죄책감, 자유의 대가를 마주하는 이야기입니다. 올리비아 콜맨은 내면의 균열과 외로움을 눈빛 하나, 숨결 하나로 표현하며, 제시 버클리는 젊은 시절의 레다를 복잡한 감정선으로 섬세하게 재현합니다. 다코타 존슨 역시 억눌린 젊은 엄마 니나를 묵직하게 표현하며, 각 여성 캐릭터가 “이해받지 못한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감독 매기 질렌할은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심리묘사와 분위기 조성에 매우 능숙합니다. 서스펜스 같은 긴장감을 여성의 심리로 끌어내고, 말보다 침묵과 표정, 시선으로 이야기합니다. 모성이 늘 숭고하고 헌신적일 수는 없다는, 말하기 어려운 진실을 드러냅니다.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한 여성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아이를 버린 죄책감은 시간이 흐른다고 사라지는가” 같은 질문이 영화 전반에 걸쳐 이어집니다. 공감하기 불편할 수 있지만, 여성의 자아와 자유, 정체성에 대해 솔직한 성찰을 유도합니다.
영화는 전통적인 줄거리 전개나 갈등 구조를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느리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고 주인공의 행동이 도덕적으로 공감되지 않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 감정적으로 거리를 둘 수 있습니다. 극적인 결말이나 해소 없이, 삶의 불편한 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끝맺기에 여운이 무겁습니다. '로스트 도터'는 단순히 “아이를 버린 엄마”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모성에 대해 얼마나 일방적인 기대와 신화를 갖고 있는가를 되묻습니다. 어떤 여성은 사랑하지만 버렸고, 버렸지만 여전히 아프고, 아프지만 살아가야 한다는 복잡하고 모순적인 인간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드문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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