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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MARIA, 2025), 드라마

by 모락모~락 2025.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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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리아' 줄거리

한때 "신이 사랑한 목소리"라 불리며 세계 무대를 누비던 마리아 칼라스는, 이제 파리의 한 조용한 아파트에 홀로 살아갑니다. 그녀는 무대에서 은퇴한 지 수년이 지났고, 목소리는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습니다. 언론과 세상은 그녀를 잊어가고 있으며, 남은 건 몇 권의 책, 오래된 레코드, 그리고 두 마리의 개뿐입니다. 그녀를 돌보는 이는 충직한 집사 페루치오와 가정부 브루나뿐입니다. 고요한 일상 속에서 마리아는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히고 무대 위에서 모든 것을 불태우던 시절, 관객의 박수 소리, 오페라의 격정적인 선율, 그리고 그녀의 삶을 뒤흔들었던 사랑 그중에서도 특히, 그리스 재벌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와의 복잡한 관계는 끊임없이 그녀의 마음을 떠돕니다. 오나시스는 그녀의 연인이었으나, 결국 또 다른 유명 인물인 재클린 케네디와 결혼하면서 마리아를 상처 입힌 인물입니다. 마리아는 종종 오나시스와의 기억을 떠올리며 혼잣말을 하거나, 상상 속의 대화를 나눕니다. 현실과 환상이 흐려지는 순간이 많아지면서, 관객은 그녀의 시점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게 됩니다. 그녀는 한때의 명성과 사랑을 회상하면서도, 자신이 그토록 열망했던 사랑과 예술이 결국 자신을 황폐하게 만들었음을 느낍니다. 그녀는 한 번 더 무대에 오르고 싶어 하지만, 목소리는 그녀를 배신했고, 그녀의 몸은 이미 약해져 있습니다. 극 중반부에는 그녀가 다시 노래를 부르고 싶어 하는 의지를 내비치며, 성악 교본을 들여다보거나 발성 연습을 하려는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실패와 좌절은 반복되고, 그녀는 더욱 침잠합니다.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마리아는 죽음을 예감하듯 고요한 체념 속에 빠져듭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걱정하지만, 마리아는 더 이상 이 세계에 속한 존재가 아니며 그녀는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마음은 과거의 무대 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결국 영화는 마리아가 침대에 누운 채 눈을 감으며 끝을 맞습니다. 소리 없이 흘러나오는 오페라 아리아 속에서, 관객은 그녀가 죽음과 화해하며 마지막을 맞이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녀는 육체는 사라졌지만, 예술의 신전 속에 영원히 남게 되는 상징적 존재로 그려집니다.

2. 시대적 배경

영화 '마리아'의 시대적 배경은 1977년 프랑스 파리, 마리아 칼라스 생애의 마지막 시기입니다. 이 시기는 유럽 사회가 급격한 문화적 전환점을 지나고 있던 때로, 2차 세계대전 이후 고도 성장을 겪은 서유럽은 점차 산업화와 대중문화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전통 예술의 위치가 약화되던 시기입니다. 특히 오페라와 같은 고전 예술은 점점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장르들에 밀려났으며, 오페라 스타였던 마리아 칼라스 역시 시대의 흐름에서 멀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1950~60년대 전 세계를 뒤흔든 오페라의 아이콘이었지만, 1970년대 후반에는 이미 목소리의 전성기를 지나 무대를 떠난 상태였습니다. 이 시기의 마리아는 한때 절정에 있던 명성을 뒤로한채, 세상과 단절된 조용한 삶을 파리의 아파트에서 보내고 있었습니다. 또한 1977년은 여성의 사회적 위치와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변하던 시기로, 전통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활발했습니다. 마리아 칼라스는 시대적으로는 고전적인 여성 예술가이자, 동시에 자신의 삶과 사랑, 예술에 대한 주체적인 선택을 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그런 시대의 끝자락에서, 과거의 가치와 현재의 공허 사이에 놓인 그녀의 복합적인 내면을 그립니다. 즉,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단순한 시간적 배경이 아니라, 고전 예술이 쇠퇴하고 개인의 정체성과 외로움이 더욱 부각되는 문화적 전환기를 의미하며, 마리아 칼라스라는 인물의 심리적 몰락과 고독을 이해하는 핵심 맥락으로 작용합니다.

3. 총평

영화 '마리아'는 단순한 전기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전설적인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라는 한 인물의 마지막 일주일을 통해, 예술과 인간성, 사랑과 고독, 삶과 죽음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섬세하게 풀어낸 내면 심리극이자 감각적 명상 영화입니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안젤리나 졸리의 연기로 그녀는 말보다 눈빛과 자세, 숨결로 마리아 칼라스를 연기하며, 목소리를 잃은 가수의 침묵 속에서 더 큰 울림을 만듭니다. 이전 작품에서 보여준 카리스마 있는 모습과 달리, 졸리는 이번 영화에서 매우 절제되고 조용한 연기를 통해 극도의 고독과 감정의 잔잔한 파문을 표현합니다. 칼라스가 예술과 인생을 어떻게 동시에 사랑하고, 또 그 둘에 의해 어떻게 파괴되었는지를 몸으로 보여줍니다. 감독 파블로 라라인은 현실과 환상을 흐릿하게 엮어내며, 고립된 인물의 내면을 극도로 정제된 미장센과 리듬으로 전달합니다. 대사보다는 침묵, 음악, 공간의 여백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장면 하나하나가 마치 고요한 회화처럼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대적 배경이나 외부 사건보다는 인물의 내면 감정에 집중함으로써, 이 작품은 전형적인 ‘전기물’의 경계를 넘어서 있습니다. 물론, 이 영화는 모든 관객에게 쉽게 다가가는 작품은 아닙니다. 뚜렷한 갈등 구조나 극적인 전개 대신, 느리고 정적인 흐름을 통해 인물의 감정 상태를 천천히 스며들게 하기 때문에 관조적이고 성찰적인 감상을 요구합니다. 오페라나 마리아 칼라스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도 감상할 수는 있지만, 그녀의 삶과 상징성에 대한 이해가 깊을수록 더욱 큰 감정적 울림을 줍니다. 결론적으로, '마리아'는 한 위대한 예술가가 세상을 떠나기 전 자신의 존재와 목소리, 사랑을 어떻게 기억하고 받아들이는지를 깊이 있게 성찰하는 작품입니다. 안젤리나 졸리의 커리어에서 가장 절제된 동시에 가장 감정적으로 무거운 연기 중 하나로 남을 것이며, 감정과 미학을 중심에 둔 영화로서 오래도록 회자될 자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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