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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더러스 브루클린(Motherless Brooklyn, 2019), 범죄, 드라마, 미스터리

by 모락모~락 2025.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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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머더러스 브루클린' 줄거리

1950년대 뉴욕. 뚜렛 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설 탐정 라이오넬 에스로그는 놀라운 기억력과 관찰력을 지닌 인물입니다. 그는 자신을 구해주고 가족처럼 돌봐준 사설탐정 사무소의 수장 프랭크 미나 밑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프랭크는 어떤 중요한 사건을 조사하던 중 총격을 받아 살해당합니다. 라이오넬은 프랭크의 죽음이 단순한 강도 사건이 아님을 직감하고, 그가 남긴 단서를 따라 조사를 시작합니다. 프랭크가 마지막으로 만나려 했던 인물은 정치와 도시개발의 중심 인물인 부동산 개발업자 모지스 랜돌프의 비밀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라이오넬은 프랭크의 옛 동료들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끈질기게 움직입니다. 조사를 거듭하던 중, 그는 흑인 커뮤니티를 위한 권리를 주장하는 변호사와 활동가들을 만나게 되고, 특히 강인한 여성 활동가 로라 로즈와 인연을 맺습니다. 로라는 도시 재개발로 인해 흑인 거주지와 커뮤니티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려 합니다. 라이오넬은 도시의 ‘진짜 권력자’가 랜돌프라는 것을 점차 알게 됩니다. 랜돌프는 뉴욕의 기반 시설과 재개발 계획을 장악한 거물이며, 겉으로는 시민의 발전을 위해 일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소외 계층과 흑인 공동체를 밀어내며 도시를 자기 뜻대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정치적 암투와 폭력, 살인까지 개입되어 있습니다. 프랭크는 과거 이 거대한 부패의 실체를 알아차리고 그 증거를 모으다 죽임을 당한 것이었고, 라이오넬은 그의 뒤를 따라 그 진실에 다가섭니다. 그는 랜돌프의 사무실에서 비밀 문서와 도청 장비를 통해 범죄의 실체를 확보하게 되고, 자신의 뚜렛 증후군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진실을 마주합니다. 결국, 라이오넬은 프랭크가 남긴 유산을 지키고, 로라와 함께 부패한 도시 시스템의 진실을 세상에 드러냅니다. 그러나 권력의 거대한 구조는 쉽게 무너지지 않기에, 영화는 완전한 정의 실현보다는 진실을 알게 된 자의 조용한 승리와 자기 정체성에 대한 확립으로 마무리됩니다.

 

2. 시대적 배경

1950년대는 뉴욕이 급격한 도시 개발을 추진하던 시기입니다. 실제로 영화 속 모지스 랜돌프(Moses Randolph)는 실존 인물 *'로버트 모지스(Robert Moses)'에서 영감을 받은 캐릭터로, 당시 뉴욕시의 도시계획을 사실상 좌지우지했던 막강한 인물입니다. 그는 고속도로, 주택 단지, 공원 등을 건설했지만, 많은 흑인 및 저소득층 거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키는 방식으로 비판을 받았습니다. 1950년대 미국 전역에서 인종 분리 정책(제도적 인종차별)이 여전히 존재하던 시대입니다. 영화는 흑인 공동체가 도시 재개발의 희생양이 되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흑인 주거지를 헐고 고급 주택이나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방식의 불평등을 강조합니다. 이를 통해 당시 흑인 사회의 억압된 상황과 시민권 운동의 씨앗을 암시합니다. 냉전과 매카시즘의 영향 아래에서 공포와 불신이 팽배하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직접적으로 이 부분을 다루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음모’, ‘감시’, ‘도청’ 등의 요소들이 시대의 불안을 반영하는 장치로 사용됩니다. 고전 필름 느와르와 재즈 음악의 전성기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재즈 클럽, 어두운 골목, 비 내리는 거리, 트렌치코트와 중절모, 모노톤 색감 등 시대적 미장센을 충실히 재현하며, 시청각적으로 당시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달합니다.

'머더리스 브루클린'의 1950년대 뉴욕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도시 권력, 인종 갈등, 사회적 불평등이 복잡하게 얽힌 실체를 드러내는 핵심 무대입니다. 영화는 과거를 통해 현재의 문제를 은유적으로 비추며, 시대적 배경과 주제가 깊이 맞물리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3. 총평

'머더리스 브루클린'은 고전 느와르의 미학을 현대적 주제와 결합해 재해석한 작품으로, 에드워드 노튼의 열정과 섬세함이 짙게 묻어난 영화입니다. 감독, 각본, 주연을 모두 맡은 그는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클래식 필름 느와르를 연상시키는 촬영, 조명, 세트 디자인이 탁월합니다. 비 내리는 뉴욕의 골목과 재즈 음악은 시대 분위기를 완벽히 살립니다. 에드워드 노튼은 뚜렛 증후군을 앓는 인물을 과장 없이 진정성 있게 표현하며, 윌럼 대포, 알렉 볼드윈 등 조연들도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입니다. 단순한 추리극이 아닌, 권력과 도시 개발, 인종 차별 등 실질적인 사회적 문제를 건드리는 점에서 깊이 있는 작품입니다. 대니얼 펨버턴의 재즈 중심 사운드트랙과 톰 요크의 주제곡 〈Daily Battles〉는 영화의 분위기를 정교하게 뒷받침합니다.

144분이라는 긴 러닝타임과 느린 전개는 일부 관객에게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으며, 플롯이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원작의 내용을 시대를 옮겨 각색하면서 일부 인물과 사건의 개연성이 약화되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머더리스 브루클린'은 모두의 취향에 맞는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적 깊이와 사회적 메시지를 함께 전달하고자 한 진중한 시도입니다. 느와르 장르와 사회 드라마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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