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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배트맨 2(Batman Returns, 1992), 액션, SF, 판타지

by 모락모~락 2025.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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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배트맨 2' 줄거리

영화는 3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담시 상류층 부부인 코버트 부부는 기형적인 외모를 가진 자신들의 아이를 수치심에 버립니다. 유아는 배수구를 통해 고담시 하수도 깊숙한 곳으로 흘러들어가, 그곳에서 펭귄 떼와 범죄자 집단 ‘레드 서클’에 의해 길러지게 됩니다. 그렇게 그는 ‘펭귄’(본명 오스왈드 코블팟)이라는 이름의 괴물로 성장합니다. 현대로 돌아오면, 펭귄은 자신이 인간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고 결심하고, 고담시를 장악한 억만장자 산업가 맥스 슈렉(크리스토퍼 워큰 분)과 손을 잡습니다. 슈렉은 펭귄의 대중적인 동정심을 이용해 그를 시장으로 세우고, 자신의 권력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속셈입니다. 한편, 슈렉의 비서 셀리나 카일(미셸 파이퍼 분)은 그의 사악한 음모를 우연히 알게 되고, 입막음을 위해 고층에서 추락당합니다. 죽음 직전의 상태에서 수많은 길고양이들에게 둘러싸인 채 정신을 되찾은 그녀는 새로운 인격, 캣우먼으로 거듭납니다. 복수심과 혼란스러운 정체성에 휩싸인 셀리나는 배트맨과도 엇갈리는 감정을 교류합니다. 고담시는 펭귄의 등장에 열광하지만, 배트맨은 그의 진짜 정체를 의심합니다. 브루스 웨인은 셀리나와의 로맨스를 이어가면서도, 캣우먼과의 갈등 속에서 그녀의 정체를 점차 눈치채고. . .  펭귄은 결국 고담의 아기들을 납치해 자신을 버린 고담 시민 전체에 대한 복수를 선언합니다. 펭귄은 군사 무기로 개조된 펭귄들을 앞세워 도심을 공격하고, 캣우먼은 슈렉에게 최후의 복수를 결심합니다. 배트맨은 마지막까지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펭귄의 음모를 저지합니다. 캣우먼은 슈렉과 함께 건물 안에서 폭발과 함께 사라지며, 생사 여부는 알 수 없는 채 남겨집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브루스는 셀리나를 그리워하며 도심 속 눈 내리는 밤거리를 홀로 운전하고, 머나먼 옥상 위에서 검은 실루엣이 그를 바라보는 듯한 장면으로 영화는 끝납니다.

 

2. 시대적 배경

고담시는 20세기 초~중반의 분위기를 지닌 가상의 도시. 배트맨 리턴즈의 고담시는 현대적인 요소(자동차, 고층 건물, TV 방송 등)를 갖추고 있지만, 도시 전체의 미장센은 1930~1950년대 미국의 대도시를 연상케 합니다. 고딕 양식과 아르데코(Art Deco) 건축이 어우러진 고담의 거리는 과거와 미래가 혼합된 디스토피아적 공간입니다. 이는 감독 팀 버튼 특유의 미학적 해석입니다. TV 뉴스, 헬리콥터, 무기 시스템 등은 현대적이지만, 시민들의 의상이나 거리 풍경은 고전 할리우드 누아르 영화 시대를 반영합니다. 맥스 슈렉의 사업체나 정치 캠페인 방식은 1980~90년대식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이는 레이건 시대 이후 미국 사회의 기업 중심 문화에 대한 풍자이기도 합니다. 펭귄은 19세기 말 유럽 괴담 속의 인물처럼 기괴하고 비극적입니다. 귀족 출신이지만 괴물 취급을 받고 하수구로 내몰린 그의 배경은 빅토리아 시대 계급사회의 메타포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캣우먼의 탄생은 1990년대 초반의 여성 독립성, 억압에 대한 저항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녀의 복수심은 당시 대중문화에서 부상하던 페미니즘적 캐릭터 해석과도 연결됩니다. 영화는 1992년에 개봉되었으며, 이는 냉전 종식 이후 미국 사회가 겪던 정치적 변화와 문화적 혼란, 그리고 개인주의의 확산이 반영된 시기입니다. 따라서 배트맨 리턴즈는 20세기 중반의 누아르 스타일과 1990년대 초기의 사회 분위기를 절묘하게 혼합한 시대적 배경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배트맨 리턴즈의 시대적 배경은 명확한 연도보다는 스타일과 정서로 정의되는 모던-레트로 세계관이며, 이는 팀 버튼의 독창적인 세계 구축과도 직결됩니다.

3. 총평

배트맨 리턴즈는 전통적인 슈퍼히어로 영화의 공식에서 벗어나, 감성적이고 심리적인 깊이를 강조한 작품입니다. 팀 버튼 감독은 고담시를 단순한 범죄의 무대로 그리지 않고, 인간 내면의 어두운 욕망과 상처가 뒤엉킨 상징적 공간으로 재창조했습니다. 이 영화는 배트맨(브루스 웨인)보다도 펭귄(오스왈드 코블팟)과 캣우먼(셀리나 카일)의 이야기에 더 집중합니다. 두 빌런 모두 단순한 악당이 아닌, 사회적 배제와 억압 속에서 탄생한 비극적 인물로 그려집니다. 이들은 정의와 악, 영웅과 악당이라는 이분법을 모호하게 만들며, 관객에게 공감과 불편함을 동시에 유발한다. 팀 버튼 특유의 고딕 스타일은 영화 전반에 강렬하게 드러납니다. 고담시는 고층 빌딩과 음울한 조명, 괴기스러운 상징들로 채워져 있으며, 이는 각 인물들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눈 내리는 성탄절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잔혹한 이야기들은, 전통적인 가족주의나 구원의 서사를 비틀며 어두운 동화를 연상시킵니다. 배트맨 리턴즈는 전작보다 덜 대중적이지만 더 작가주의적인데 이는 개봉 당시 논란이 되기도 했고, 장난감 판매 부진과 어린 관객의 반응 저조로 인해 워너브라더스는 이후 감독을 바꿉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이 영화는 슈퍼히어로 장르의 예외적 수작으로 재평가되고 배트맨 리턴즈는 단순한 히어로 액션이 아닌, 인간의 정체성, 외로움, 억압, 복수에 대한 어두운 심리극이자 미학적 실험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아름답고, 잔혹하면서도 슬픈 이 작품은, 오늘날까지도 슈퍼히어로 영화 중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깊이 있는 작품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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