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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비포 선 라이즈(Before Sunrise, 1995), 멜로/로맨스, 드라마

by 모락모~락 2025.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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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포 선 라이즈' 줄거리

1994년 여름, 유럽을 여행 중인 미국 청년 제시는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기차 안에서 프랑스 여학생 셀린과 마주 앉게 됩니다. 두 사람은 처음엔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점점 서로에게 끌리게 되고, 제시는 다음 날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오늘 하루만 비엔나에서 함께 보내자고 제안합니다. 셀린은 망설이다가 그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두 사람은 기차에서 내려 비엔나의 거리로 나섭니다. 관광 명소를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주로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카페에 들르거나 레코드 가게에서 음악을 듣고, 시를 듣고, 낯선 사람들을 만나며 시간을 보냅니다. 두 사람은 레코드 가게 부스에서 "Come Here"라는 노래를 함께 듣고, 눈을 마주치며 미묘한 긴장감과 설렘을 느낍니다. 거리의 시인에게 시를 지어달라고 요청하고, '우연히'라는 제목의 시를 받으며 둘 사이의 운명적인 만남을 되새깁니다. 어린아이들의 묘지를 보며 인생과 죽음, 시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둘은 각자의 사랑, 가족, 인생관, 철학적인 문제까지 다양한 주제로 깊은 대화를 나눕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를 점점 더 이해하게 됩니다. 시간이 흐르며 제시와 셀린은 서로에 대한 감정을 감추지 않게 되고, 키스를 나누고, 점점 사랑에 빠집니다. 둘 다 지금의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기에 더욱 몰입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하루가 끝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함도 알고 있습니다. 해가 뜨기 시작하고, 두 사람은 기차역으로 돌아갑니다. 이별의 순간, 연락처를 주고받기보다는 6개월 뒤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합니다. 둘은 서로를 잊지 않겠다고 하며 아쉬운 작별을 하고, 각자의 길을 향해 떠납니다.

2. 시대적 배경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시대적 배경은 1990년대 중반의 유럽, 특히 냉전 이후의 유럽 사회와 관련이 깊습니다. 이 시대적 배경은 영화의 분위기와 등장인물들의 정서, 자유로운 대화, 여행, 관계에 대한 인식 등에 큰 영향을 줍니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유럽은 급속히 정치적 긴장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낙관적인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국경이 열리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유럽 대륙을 오가며 여행하는 것이 쉬워졌습니다. 제시와 셀린이 기차에서 만나 함께 여행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변화의 상징입니다. 당시 유럽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인터레일(InterRail) 티켓을 통한 기차 여행이 유행이었고, 이는 자기 발견과 자유로운 정신을 상징했습니다. 제시(미국인)와 셀린(프랑스인)의 만남은 국적과 언어, 문화를 초월한 소통과 인간 관계를 보여주는 한 예입니다. 이 시기의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의 틀에서 벗어난 사랑과 인생에 대한 탐구를 중요시했습니다. 영화 속 두 사람은 결혼이나 가족 같은 전통적 가치보다 순간의 감정, 인간적인 연결, 대화의 깊이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들은 대학 교육을 받았고, 철학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하며, 인생과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전형적인 90년대 "지적인 청춘"입니다. 1994년 당시에는 스마트폰도, SNS도 없고 이메일조차 널리 쓰이지 않던 시절이어서 제시와 셀린은 연락처를 주고받는 대신 6개월 뒤 같은 장소에서 만나기로 약속합니다.이는 시대가 만든 낭만이자, 우연과 약속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는 장치입니다. 전쟁과 분단의 중심에서 이제는 평화와 예술의 도시로 변모한 비엔나는 두 사람의 만남에 중립적이면서도 낭만적인 배경을 제공합니다.

3. 총평

대부분의 영화가 사건이나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하루 동안 나누는 대화 자체가 영화의 핵심입니다. 제시와 셀린이 나누는 대화는 철학적이면서도 현실적이고, 지적이면서도 감성적입니다.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의 연기는 자연스럽고 솔직하여, 연기라기보다는 실제 인물들을 관찰하는 느낌을 줍니다. 이들의 어색한 첫 만남, 점점 깊어지는 감정, 이별의 아쉬움까지 모든 것이 과장되지 않고 현실적인 모습이고 지금 봐도 전혀 낡지 않으며, 오히려 현대의 디지털 시대에서 잃어버린 낭만과 집중의 가치를 되새기게 합니다. 그들이 느끼는 감정은 강렬하지만, 내일이 있다는 현실도 함께 인식한다는 점에서 ‘이상주의’와 ‘현실주의’가 절묘하게 공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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