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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2013), 일본 WOWOW 드라마

by 모락모~락 2025.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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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줄거리

아키코는 잡지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며 나름대로의 커리어를 쌓고 있던 여성입니다. 어느 날, 출판사에서 인사이동 명령이 떨어지고, 그녀는 만족하지 못한 채 회사를 그만둡니다. 그런 가운데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가 생전에 운영하던 작은 식당이 남겨집니다. 어머니의 식당은 오래된 스타일의 정식 가게였지만, 아키코는 공간을 개조해 단출한 메뉴(주로 수프와 빵)를 제공하는 가게로 다시 열기로 결심합니다. 빵과 스프라는 심플한 구성은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이기도 하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음식을 제공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어머니의 가게 근처를 배회하던 고양이 ‘에피’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면서, 아키코는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기 시작하고 고양이는 그녀의 외로움과 생각을 함께 나누는 존재가 되어 갑니다. 아키코는 가게 운영이라는 새로운 도전 속에서 사람들과의 관계, 손님과의 교류, 과거 직장 동료들과의 재회 등을 겪으며, 점차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갑니다. 메뉴를 고민하고, 재료를 준비하며, 날씨에 따라 조금씩 메뉴를 바꾸는 일상은 소소하지만 충만합니다. 드라마는 극적인 사건이나 반전 없이, 아키코가 매일 조금씩 자신과 주변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독립적인 삶, 사람과의 거리, 일과 삶의 균형, 그리고 자아를 돌아보는 여정을 고양이와 함께 그려갑니다.

2. 배경

이야기는 주로 도쿄 근교의 한적하고 정감 있는 주택가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복잡하고 번화한 도심과는 거리가 있는, 조용하고 느릿한 리듬이 살아 있는 동네입니다. 이 지역은 마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주인공 아키코의 내면과도 닮아 있습니다. 아키코의 어머니가 생전에 운영하던 전통 일본식 식당이 이야기에 중요한 공간으로 등장합니다. 아키코는 이 식당을 리모델링하여 ‘빵과 스프’를 파는 가게로 바꾸고, 이곳이 이후 작품의 중심 무대가 됩니다. 인테리어는 소박하면서도 아늑하게 꾸며져 있고, 큰 창문으로 햇살이 들어오며, 식당 내부는 나무 소재로 따뜻한 느낌을 주고 메뉴도 단출하여, 공간 전체에서 단순함과 정돈됨이 강조됩니다. 식당과 이어진 아키코의 거주 공간 역시 중요한 배경입니다. 그녀는 고양이 에피와 함께 생활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이 공간은 사적인 감정과 성찰이 드러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현대 일본(2010년대 초반 기준)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계절의 변화에 따라 음식과 분위기도 함께 변화합니다. 특히 가을과 겨울의 정취가 자주 묘사되며, 따뜻한 수프와 포근한 실내, 고양이와의 조용한 오후 등이 자연스럽게 그려집니다. 일본 특유의 정갈함, 간결함, 여백의 미학이 작품 전반에 깔려 있고 혼자 살아가는 여성이라는 설정은 일본 사회에서 점점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의 삶, 특히 중년 여성의 자립과 정체성에 대한 탐구로도 볼 수 있습니다.

3. 총평

이 작품은 일상 속의 사소한 선택과 변화가 얼마나 큰 울림을 줄 수 있는지를 조용히 보여주는 드라마입니다. 극적인 사건이나 갈등 없이도 시청자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하는 드문 작품으로, 다음과 같은 점들이 인상 깊습니다. 화려하지 않은 일상, 빵과 스프라는 단순한 메뉴, 조용한 동네의 풍경이 모여 평온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도시에서 벗어나 느릿하고 자연스러운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큰 공감을 줍니다. 고양이 ‘에피’는 주인공의 감정 변화와 고독, 회복을 함께하는 중요한 존재로, 말없이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이 따뜻합니다. 드라마틱한 전개나 큰 사건을 기대하는 시청자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은 빠르고 복잡한 세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정돈된 공간, 따뜻한 음식, 말없는 고양이, 그리고 자립적인 한 여성의 삶이 어우러져 진짜 ‘쉼’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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