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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 2018), 드라마

by 모락모~락 2025.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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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틀 포레스트' 줄거리

혜원(김태리)은 서울에서 임용시험에 실패하고 지친 마음을 안고 경북의 한 시골 고향집으로 돌아옵니다. 어머니가 홀연히 떠난 뒤, 비워져 있던 집은 조용하고 익숙한 풍경으로 그녀를 맞이합니다. 혜원은 고향에서 자급자족하며 혼자 살아가기로 결심합니다. 혜원은 어머니가 남긴 낡은 집에서 겨울을 보내며 장작을 패고 직접 키운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혼자의 삶에 적응합니다. 고향 친구 재하(류준열)와 은숙(진기주)와 다시 만나며 천천히 인간관계를 회복합니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겨울처럼 차갑고 무겁게 드리워지는데 어머니는 혜원에게 요리를 통해 사랑을 전했던 인물이지만, 이유도 말하지 않고 떠났다는 상처가 남아 있습니다. 봄이 되자 혜원은 텃밭에 씨를 뿌리고,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살아가는 일상에 익숙해집니다. 친구들과 함께 산나물을 캐고, 봄나물을 이용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점차 마음이 풀립니다. 재하는 도시를 떠나 농사로 자립하려는 청년이고, 은숙은 시골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인물로, 혜원의 삶에 다른 시각을 제공합니다. 혜원은 과거 어머니와의 기억을 되짚으며, 어머니가 자신을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농사일이 본격적으로 바빠지는 여름, 혜원은 땀 흘려 농사를 지으며 살아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기후에 따라 움직이고, 하루의 고단함을 직접 체험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을 얻습니다. 그녀는 서울에서의 실패와 혼란이 오히려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고  어머니의 요리 레시피를 따라 하며 어릴 적 기억과 점점 가까워지면서 어머니와의 단절 대신 연결을 시도해 봅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자, 혜원이 마침내 결심을 내리는 계절. 그녀는 자신이 서울에서 무엇을 원했는지, 왜 고향으로 돌아왔는지를 깊이 있게 되돌아봅니다. 어머니가 아무런 말 없이 떠난 진짜 이유가 암시되며, 혜원은 그 상처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방식으로 치유해 나갑니다. 결국 혜원은 다시 서울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향해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자 합니다.

2. 배경

실제 촬영지는 경북 의성군에 위치한 작은 농촌 마을로, 넓은 논밭과 산, 전통 한옥 형태의 집 등이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보여줍니다. 혜원의 고향집은 마을과 약간 떨어진 외딴 시골집으로, 자급자족이 가능한 환경인데 도시와 단절된 공간이자,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은둔’의 장소로 기능합니다. 혜원이 직접 농작물을 심고 가꾸는 텃밭은 자립과 치유의 상징으로 등장하고  계절의 변화에 따라 색감과 분위기가 달라지며, 삶의 리듬을 시각적으로 전달합니다. 배경은 현대이지만, 스마트폰이나 기술적인 요소는 최소화되어 있어 시대성이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도시에서의 현대적 스트레스(시험, 취업, 경쟁 등)와 대조적으로, 시골은 자연 중심의 삶을 조명합니다. 겨울은 고립과 침묵, 봄은 회복과 소통, 여름은 성장, 가을은 결실과 새로운 출발을 상징합니다. 계절의 변화는 혜원의 심리적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로컬푸드와 요리 장면은 실제 조리 과정을 담담히 보여주며, 요리의 온기와 정성을 강조합니다. 인공 조명보다 자연광을 활용해 리얼리즘을 살리고, 잔잔한 카메라 워킹으로 느린 시골의 리듬을 따라가고 색감은 계절감에 따라 뚜렷하게 변화하며 감정의 뉘앙스를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3. 총평

'리틀 포레스트'는 화려한 플롯이나 갈등 구조 없이도, 삶의 본질적인 따뜻함과 평온함을 전하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주인공 혜원이 도시 생활에서의 좌절과 공허함을 뒤로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자연 속에서 자급자족하며 스스로를 치유해 가는 과정을 담담히 그려냅니다. 계절마다 바뀌는 풍경과 색감이 인물의 정서 변화와 자연스럽게 맞물려, 영화 그 자체가 하나의 감성 에세이처럼 느껴지고농사와 요리, 바람소리와 자연의 소음들이 시청각적 힐링 요소로 작용합니다. 각 장면에 등장하는 요리는 단순한 식사 그 이상이며 어머니와의 기억, 자신과의 대화, 친구들과의 교감 등 다양한 감정의 언어로 기능합니다. 주인공 혜원을 연기한 김태리는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삶의 막막함과 정체성 혼란을, 자연으로 돌아가 자립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모습은 보는 이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며 도피가 아닌 ‘잠시 멈춤’의 의미를 성찰하게 합니다. 도시적 삶의 문제나 사회적 메시지를 날카롭게 파고들지 않고 개인적 내면에 집중함으로써, 일부에게는 공감의 폭이 좁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 자연과 요리를 사랑하는 이들, 자아를 찾고 싶은 청춘에게 잠시 멈춰 서서, 나를 들여다보고 다시 나아갈 수 있는 조용한 숲 같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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