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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High Fidelity, 2004), 코미디, 멜로/로맨스

by 모락모~락 2025.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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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줄거리

롭 고든(Rob Gordon)은 시카고에서 중고 음반 가게 Championship Vinyl을 운영하는 30대 남성. 음악을 사랑하며, 자신의 삶을 'Top 5 리스트' 형식으로 정리하는 것을 즐깁니다. 영화는 롭이 여자친구 '로라(Laura)'에게 이별 통보를 받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충격을 받은 그는 '인생 최악의 이별 Top 5'를 떠올리며, 자신의 연애 인생을 되짚기 시작합니다.

 

롭은 왜 자신이 항상 이별당하는지를 이해하고 싶어져, 과거 여자친구들에게 연락하기 시작합니다.

  1. 앨리슨 – 중학생 시절 첫사랑. 결국 다른 남자에게 떠남.
  2. 패니 – 고등학교 시절. 강하게 밀어붙이다 부담스러워서 차임.
  3. 사라 – 대학 시절, 그녀가 더 우울하고 외로웠던 시절.
  4. 찰리 – 지적이고 매력적인 여자. 결국 더 멋진 남자와 함께 떠남.
  5. – 짧은 만남. 서로 감정 없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오해.

이 여정을 통해 롭은 점점 자신이 이별의 피해자라기보다는, 스스로 관계에 책임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롭의 전 여자친구 로라는 현명하고 독립적인 여성. 롭은 로라가 떠난 이유가 단지 '그녀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성숙하지 못하고 책임을 회피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점점 깨닫습니다. 게다가 로라는 이별 직후, 롭의 친구였던 이안(Ian)과 잠시 만나고 있는 상태. 롭은 이를 질투하지만, 이안과 로라의 관계 역시 진지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고, 오히려 자신에게 변화를 결심하게 됩니다.

 

음반가게에서 함께 일하는 두 직원, 배리(잭 블랙)와 은 독특한 개성과 음악 취향을 지닌 인물들로, 로브의 주변을 코믹하게 채웁니다. 이들과 함께 지내며 음악과 일상 속에서 작은 성장을 이루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결국, 로브는 로라에게 돌아가 "책임 있는 연애"를 해보겠다고 고백하고, 둘은 조심스럽게 화해합니다. 또한, 로브는 그동안의 자기중심적인 음악 취향에서 벗어나, 로라를 위한 믹스테이프를 만들고, 직접 음반을 제작해보는 등 삶의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합니다.

 

2. 시대적 배경

영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 미국 시카고를 배경입니다. 이 시기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던 문화적 과도기로, 음악과 감성이 인간 관계의 중심에 있던 시대였습니다. 스마트폰과 스트리밍 서비스가 등장하기 전, 사람들은 음악을 카세트 테이프와 바이닐 레코드를 통해 나누었고, 음악은 곧 개인의 정체성과 취향을 대변하는 중요한 수단이었습니다.

주인공 롭은 중고 음반 가게를 운영하며 하루 대부분을 음악에 둘러싸여 보내며 그는 과거 연애를 되짚으며 자신이 왜 항상 이별당하는지 회고하는데, 이는 당시 30대 남성들이 겪는 ‘감정적 성숙’과 ‘자아 탐색’의 과정을 반영합니다. 90년대 후반은 이처럼 연애와 감정, 정체성을 음악과 연결하여 해석하던 시대였으며, 영화는 이러한 시대 정서를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블루스와 재즈, 인디 록의 중심지였던 시카고는 록 음악 애호가들의 도시이자, 자유롭고 내면적인 방황을 수용하는 공간으로 등장합니다. 등장인물들이 음악을 통해 과거를 회고하고, 자신을 성찰하며, 관계를 회복하려 하는 모습은 바로 이 시대가 지닌 아날로그 감성과 정체성의 혼란을 상징합니다. 결국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는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를 넘어, 디지털 시대 이전의 마지막 감성적 연애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잡았습니다.

 

3. 총평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는 단순한 연애담을 넘어, 한 남자의 정체성과 감정의 성장 과정을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주인공 롭은 과거 연애를 되짚으며 자신이 왜 사랑에 실패했는지를 반추하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객관화하며 성찰하는 이 과정은 감정에 미숙한 한 인간이 어떻게 어른이 되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성장 서사로 읽힙니다.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음악’. 롭과 주변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 추억, 감정 표현의 방식은 모두 음악을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언어이자, 관계를 잇는 정서적 다리로 기능합니다. 이처럼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는 음악을 통해 삶을 이해하고, 감정을 소통하며, 사랑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존 쿠삭의 현실적인 연기와 잭 블랙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존재감은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도 진지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비선형적 구조와 주인공의 내레이션은 관객으로 하여금 롭의 내면과 더욱 가까워지게 만듭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90년대 말이라는 아날로그 감성의 끝자락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데 스마트폰도 SNS도 없던 시절, 사람들은 음악과 테이프를 통해 감정을 표현했고, 느리지만 진심이 오가는 방식으로 사랑했습니다. 그 시대의 정서를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그리고 사랑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싶은 이들에게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는 여전히 유효한 울림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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