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 오브 워터(he Shape of Water, 2018), 드라마, 판타지, 멜로/로맨스, 스릴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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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이프 오브 워터' 줄거리

영화는 1962년 미국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주인공 엘라이자 에스포지토는 정부의 비밀 연구시설에서 야간 청소부로 일하고 있으며, 말을 할 수 없는 장애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녀는 조용한 일상을 보내며, 이웃인 동성애자 화가 자일스, 말 많은 동료 젤다와 우정을 나눕니다.

 

어느 날, 정부 연구시설로 극비리에 한 생명체가 반입됩니다. 아마존에서 포획된 양서류 인간형 생명체인데, 미국 정부는 이를 소련보다 앞서 우주개발이나 군사적 우위에 이용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엘라이자는 생명체의 존재를 목격하고, 호기심과 동정심으로 그와 교류하기 시작합니다. 엘라이자는 매일같이 괴생명체에게 삶은 달걀을 주고, 음악을 들려주며 손짓으로 대화를 시도합니다. 시간이 흐르며 둘은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강한 유대감이 생깁니다. 엘라이자는 그가 단순한 실험 대상이 아니라, 지능과 감정을 지닌 존재임을 확신하게 됩니다.

 

이 생명체를 연구하는 책임자 리처드 스트릭랜드는 극도로 폭력적이고 냉소적인 인물로, 생명체를 학대하며 실험을 강행합니다. 스트릭랜드는 소련 스파이들의 침투를 우려하며 시설 보안을 강화하고, 생명체를 해부하려는 결정을 내립니다. 엘라이자는 이를 막기 위해 결심합니다. 그녀는 자일스와 젤다, 그리고 연구시설에 잠입해 있던 소련 스파이이자 생명체에게 연민을 품은 과학자 로버트 호프스태틀러(본명 드미트리) 의 도움을 받아, 생명체를 탈출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엘라이자는 그를 자신의 욕조에 숨기고, 비 오는 날 도시의 운하로 그를 풀어줄 계획을 세웁니다.

 

시간이 흐르며 둘은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도 서로를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스트릭랜드는 계속해서 그들을 추적하고, 결국 엘라이자의 정체를 알아냅니다. 그는 생명체를 죽이려 하고, 그 와중에 호프스태틀러를 살해합니다.

 

엘라이자는 괴생명체를 운하로 데려가려다 스트릭랜드에게 들켜 총에 맞습니다. 그러나 괴생명체는 엘라이자를 물속으로 데리고 가고, 자신의 치유 능력으로 그녀를 살려냅니다. 영화의 마지막, 그녀의 목에 있던 흉터가 아가미처럼 변하고, 엘라이자는 마치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는 새로운 존재가 되어 괴생명체와 함께 사라집니다.

 

2. 시대적 배경

배경은 미국 vs. 소련의 첩보전과 군비 경쟁이 격화된 시기입니다. 영화 속 비밀 연구소는 소련과의 우주 및 무기 개발 경쟁을 반영하며, 괴생명체는 이 경쟁에서 이용될 수 있는 '군사적 자산'으로 취급됩니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은 실제로 소련 스파이(호프스태틀러/드미트리)로, 미국과 소련의 이중적 갈등 구조를 드러냅니다.

 

연구시설은 생명보다 기술과 무기 우선 사고를 보여줍니다. 괴생명체는 인간이 아닌 존재지만, 과학자들은 그것을 해부해서 정보를 얻으려 하며, 인간적인 교감은 무시됩니다.

• 엘라이자: 말을 하지 못하는 여성으로, 사회적 약자이자 침묵의 상징입니다.
• 자일스: 나이 든 동성애자 화가로, 시대적 관용 부족 때문에 광고업계에서 밀려났습니다.
• 젤다: 흑인 여성 노동자로,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동시에 경험합니다.

이처럼 사회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연대하는 모습은 그 시대의 억압적 분위기와 대조를 이룹니다. 스트릭랜드는 ‘이상적인 미국 백인 남성’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폭력적이고 위선적입니다. 그의 집과 가족은 표면적으로 완벽하지만, 그 이면은 억압과 권위주의로 가득합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이 시기를 '희망과 두려움이 공존하던 시기'로 보았습니다. 이 시대적 배경은 괴생명체와 엘라이자의 사랑이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대신, 오히려 현실보다 더 인간적인 사랑으로 다가오게 만듭니다.

3. 총평

'셰이프 오브 워터'는 단순한 인간-괴물 간의 로맨스를 넘어서, 판타지·멜로·스릴러·사회풍자가 절묘하게 섞인 영화입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특유의 몽환적 분위기와 괴물에 대한 연민은, 기존의 괴수영화 문법을 완전히 뒤집습니다. 괴물이 괴물이 아닌 영화, 오히려 인간이 괴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말을 못하는 여성, 흑인 여성, 동성애자, 노인, 괴생명체 등 ‘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이야기입니다. 사회로부터 밀려난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연대하며, 진정한 소통과 사랑을 이뤄내는 과정이 중심입니다. 사랑이란 언어도, 종족도, 규범도 초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 색채 사용: 초록빛은 냉전 시대의 비정함과 연구소의 냉기를, 물의 이미지는 감정의 흐름과 자유를 상징합니다.
• 음악과 사운드: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음악은 영화의 감정을 섬세하게 이끌며, 무성한(無聲) 주인공 엘라이자의 내면을 풍부하게 전달합니다.
• 무성 영화 오마주: 꿈속 장면에서 엘라이자가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은,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상징화합니다.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음악상, 미술상 등 총 4관왕을 수상하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습니다. 괴물 영화라는 장르적 한계를 뛰어넘어, 순수한 감정의 서사로 세계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