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킬 빌' 줄거리
주인공 ‘신부’(우마 서먼 분)는 임신한 채로 결혼식을 준비하던 중, 예전 동료들이 교회에서 신부와 하객들을 몰살시키고 그녀에게 총을 쏩니다. 이 동료들은 암살집단 ‘데들리 바이퍼 어쎄시네이션 스쿼드(DVASS)’ 소속이며, 이들의 리더는 신부의 전 애인이자 조직의 수장 빌입니다. 신부는 총에 맞고 혼수상태에 빠지며, 영화는 이 비극적인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4년 후, 신부는 병원에서 깨어나 자신이 혼수상태에 있던 동안 아기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고, 그녀를 성적으로 이용하려던 병원 직원과 그의 공범을 처단한 뒤 탈출합니다. 그녀는 복수를 결심하고, 자신의 과거 동료 5명을 처단하기 위해 리스트를 작성합니다.
신부는 전 동료인 베르니타 그린의 집을 찾아가는데. . . 베르니타는 암살자로서의 삶을 청산하고 평범한 주부로 살고 있으며 어린 딸도 있습니다. 두 사람은 집 안에서 격렬한 싸움을 벌이다가, 베르니타는 딸 앞에서 신부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신부는 딸에게, 만약 나중에 복수하고 싶다면 자신을 찾아오라고 말합니다.
신부는 다음 목표인 오렌 이시이를 처단하기 위해 일본으로 향합니다. 오렌은 일본 야쿠자의 수장이며, 혼혈 아시아인으로 어린 시절 가족이 마피아에 의해 살해당한 뒤 암살자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실력을 인정받아 야쿠자의 두목 자리까지 올라갑니다. 신부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설적인 칼 제작자인 하토리 한조를 찾아가 최고의 일본도를 만듭니다. 한조는 과거 빌의 동료였지만, 이제 그와 결별하고 신부를 돕기로 결심합니다. 신부는 오렌이 있는 도쿄의 고급 술집 ‘블루 리프 하우스’에 잠입해 오렌의 부하들, 특히 ‘크레이지 88’이라 불리는 야쿠자 무리를 상대로 혼자 싸우게 되며, 수십 명을 칼로 베며 처치합니다.
(이 장면은 흑백 화면, 실루엣, 스플래터 효과 등 타란티노 특유의 스타일이 집약된 시퀀스로,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신부는 오렌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은 소녀 고고 유바리를 죽이고 떠납니다. 그리고 오렌의 오른팔이었던 소피를 고문하여 정보를 얻고. . . 결정적인 대사 “그녀는 아직 자기가 엄마라는 걸 모른다.” 즉, 신부의 딸이 살아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영화는 강렬하게 끝납니다.
2. 시대적 배경
'킬 빌 Vol. 1'은 명확한 시대가 직접적으로 명시되지는 않지만, 영화의 분위기, 기술, 등장인물들의 배경 등을 통해 2000년대 초반의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는 의도적으로 시대와 장소를 모호하게 하여 현실과 영화적 허구가 뒤섞인 독특한 스타일을 창조했습니다.
자동차, 병원 장비, 통신기기(핸드폰) 등의 디테일은 2000년대 초반 기술 수준과 유사합니다. 일본 도쿄의 고급 클럽 ‘블루 리프 하우스’의 외관, 실내 분위기, 야쿠자의 복장 등도 현대적 도시 분위기를 반영합니다. 영화 전반에 걸쳐 1970~80년대 홍콩 무협, 일본 사무라이 영화, 이탈리아식 스파게티 웨스턴의 스타일이 혼합돼 있어 실제 시대 배경은 현실보다 훨씬 더 '영화적 세계관' 에 가깝습니다. 오렌 이시이의 과거 장면은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연출되고 ‘크레이지 88’과의 싸움은 1970년대 무협극 스타일로 과장된 액션 연출, 신부의 복장은 브루스 리의 트레이닝복에 대한 오마주로 표현되었습니다.
미국, 일본, 멕시코 등 현실의 지리적 배경을 따르지만, 이들 공간은 실제 도시라기보다는 타란티노가 만든 '스타일화된 공간'입니다.
3. 총평
쿠엔틴 타란티노는 이 작품을 통해 무협, 사무라이, 스파게티 웨스턴,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영화 등 자신이 사랑하는 장르영화들을 집대성하며, 강렬하고 독창적인 스타일을 선보입니다. 타란티노 특유의 챕터 구조, 비선형 서사, 과장된 폭력, 팝 컬처 인용, 감각적인 음악 선곡이 잘 살아있습니다. 각 장면은 만화적이면서도 폭력적인 잔혹미와 미학을 동시에 담고 있어, 마치 하나의 스타일화된 미술 작품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주인공 '신부(블랙 맘바)'는 한때 사랑했던 사람과 조직에게 배신당하고 모든 것을 잃은 뒤 복수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이 여정은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상실, 고통, 생존, 의지, 여성의 분노와 힘을 응축시킨 서사입니다. ‘여성 액션 히어로’의 대표적인 캐릭터로 자리잡은 우마 서먼의 신부 캐릭터는 이후 수많은 복수극과 여성 서사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도쿄 클럽에서의 대결(크레이지 88과의 혈투) 장면은 영화사에 남을 명장면으로 꼽히며, 연출, 촬영, 음악, 무술 안무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룹니다. 장면마다 톤이 다르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하나의 영화 안에 다양한 장르의 감성을 담아냅니다. 기존 영화나 음반에서 가져온 다양한 음악들이 의외의 순간에 삽입되며 장면의 감정과 스타일을 극대화합니다. 영화 음악감독이 아닌 큐레이터처럼 음악을 고르는 타란티노의 역량이 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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