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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어톤먼트(Atonement, 2008), 드라마, 멜로/로맨스, 전쟁

by 모락모~락 2025.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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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톤먼트' 줄거리

13살 소녀 브라이오니 탈리스(시얼샤 로넌)는 상상력 풍부하고 극작가를 꿈꾸는 소녀입니다. 그녀는 언니 세실리아(키이라 나이틀리)와 하인 출신 대학생 로비 터너(제임스 맥어보이)가 우연히 벌이는 일련의 사건들을 목격하고 오해하게 됩니다. 브라이오니는 세실리아와 로비가 도서관에서 정사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습니다. 그녀는 이를 강간으로 착각하며 혐오감을 느낍니다. 그날 밤, 브라이오니의 사촌 로라가 숲속에서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합니다. 브라이오니는 자신이 본 그림 조각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로비가 범인이라고 확신하며 그를 고발합니다. 로라 역시 범인의 얼굴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로비는 억울하게 체포되고 감옥에 수감됩니다. 수감 후 로비는 전쟁에 참여하여 프랑스로 파병됩니다. 그는 던케르크 철수 작전에 참여하며 전장의 참혹함을 경험합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로비는 오직 세실리아와의 재회를 희망으로 버팁니다. 한편, 세실리아는 가족과 인연을 끊고 간호사로 일하며 로비의 무죄를 믿고 기다립니다. 브라이오니는 성장하여 간호학교에 들어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뼈저리게 반성합니다. 그녀는 로라의 진짜 강간범이 사촌 롤랜드(피에르스)였음을 알고 있지만, 가문의 체면과 자신의 과거 죄책감에 갇혀 이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못합니다. 브라이오니는 세실리아와 로비를 찾아가 사과하며 진실을 밝히겠다고 다짐하지만, 둘은 이미 그녀의 행동으로 인해 인생이 망가졌음을 지적하며 냉담하게 대응합니다. 노년이 된 브라이오니(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분)는 유명한 작가가 되었고, 자신이 저지른 죄를 속죄하기 위해  '어톤먼트'라는 소설을 집필하게 됩니다. 브라이오니가 소설 속에서 묘사한 세실리아와 로비의 재회 장면은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 로비는 전쟁 중 감염병으로 죽고
  • 세실리아는 런던 대공습 중 사망합니다.

브라이오니는 실제로는 그들에게 제대로 사과할 기회조차 없었고, 결국 책 속의 허구를 통해서나마 그들에게 재회를 안겨주고, 그들의 사랑을 완성시켜 주려고 했던 것입니다.

 

2. 시대적 배경

영국의 전원 대저택 (서리 지방)이 된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의 전간기(戰間期) 시기이며 영국 사회는 여전히 계급 구조가 뚜렷한 시대로, 귀족 출신과 하인(로비처럼) 사이의 연애는 금기시되었습니다.  세실리아는 상류층, 로비는 하인의 아들로 하급 계층 출신이지만, 세실리아의 아버지 후원으로 케임브리지에 다니고  당시 여성은 아직 제한적인 사회적 역할을 맡고 있었으며, 브라이오니처럼 예술적 꿈을 꿔도 현실은 제약이 있었습니다. 세계2차대전 중 로비가 참전하여 독일군에게 쫓기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세실리아는 간호사로 일하며 고립된 삶을 살며 브라이오니도 간호사 훈련에 참여했습니다. 영화는 이 전쟁의 비인간적이고 비극적인 면을 조명하며, 로맨스와 대비되는 참혹함을 보여줍니다.  이 시기 인물들은 육체적으로는 전쟁에, 심리적으로는 과거의 죄와 사랑의 무게에 짓눌려 있습니다. 노년이 된 브라이오니는 치매 초기 진단을 받으며 기억을 잃어가기 시작하고  반성, 속죄, 회고의 시간으로, 브라이오니가 과거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마지막 책인 '어톤먼트'를 출간했습니다.

 

3. 총평

'어톤먼트'는 단순한 멜로 영화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과 시점의 전환을 통해 이야기를 풍부하게 풀어낸 문학적 서사가 특징입니다.브라이오니의 시점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후반부에 이르러 그 신뢰성과 진실성이 흔들리며 충격적인 반전을 만듭니다.  '진실은 무엇인가?', '속죄는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며, 감정적으로도 지적으로도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영화의 중심에는 순수하지만 치명적인 오해, 그리고 그것이 사랑과 인생을 어떻게 파괴하는지가 있습니다. 브라이오니의 잘못된 증언은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고, 또 다른 사람의 사랑을 빼앗습니다. 그녀는 작가로서 허구 속에서만 두 연인을 "재회"시키며 문학이라는 매체를 통한 속죄를 시도하지만, 그 진정성에 대한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남습니다. 조 라이트 감독은 회화적인 화면 구성과 자연광을 활용한 영상미, 느리고 서정적인 카메라 무빙으로 고전적인 비극미를 자아냅니다. 특히 던케르크 해변 롱테이크 씬(5분 이상)은 기술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큰 찬사를 받았으며, 전쟁의 공포와 허무함을 사실감 있게 전달합니다. 시얼샤 로넌은 13세 브라이오니 역할로 세계적으로 주목받았으며, 불안정한 시선과 감정의 미묘한 변화까지 훌륭히 소화하고  제임스 맥어보이와 키이라 나이틀리는 극한의 감정, 억제된 사랑, 절망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극을 이끕니다.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의 짧은 노년 연기는 영화 전체를 반추하게 만드는 묵직한 감정의 종결점 역할을 합니다. 타자기 소리, 잉크, 물(수영장과 분수, 바다), 복도와 문, 거울, 도서관 등은 기억, 분열, 의사소통의 단절을 상징하며, 소설적 깊이를 더합니다.

  • “허구 속에서라도 사랑을 완성시키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
  • “진심 어린 속죄는 과거를 바꿀 수 있는가?”

“한 사람의 잘못된 말이 부순 인생, 그리고 평생에 걸친 문학적 속죄.”
'어톤먼트'는 사랑과 죄, 그리고 기억의 본질에 대한 섬세하고 비극적인 명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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