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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그녀가 죽었다(Following, 2004), 미스터리, 스릴러

by 모락모~락 2025.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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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녀가 죽었다' 줄거리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는 고객이 맡긴 열쇠를 이용해 그들의 집에 몰래 들어가 일상을 관찰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남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행위를 '단순한 관찰'이라며 정당화합니다. 그러던 중,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에게 흥미를 느끼고 그녀의 삶을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 구정태는 한소라의 집에서 그녀가 소파에 죽은 채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자신이 범인으로 몰릴 것을 우려한 그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다음 날, 한소라의 시신은 사라지고, 누군가로부터 협박을 받기 시작합니다. 구정태는 자신을 협박하는 인물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한소라의 SNS를 통해 그녀의 주변 인물들을 조사합니다. 그 과정에서 한소라의 이중적인 삶과 그녀의 숨겨진 과거를 알게 됩니다. 또한, 폭로 전문 유튜버 ‘호루기’와 한소라에게 집착하는 스토커 이종학이 사건에 연루되어 있음을 의심하게 됩니다.

 

조사 끝에 구정태는 한소라가 살아있음을 알게 되고, 그녀가 자신을 함정에 빠뜨렸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한소라는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구정태를 이용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구정태와 한소라는 경찰에 의해 체포되고, 각자의 죗값을 치르게 됩니다. 영화는 구정태가 출소 후 형사 오영주(이엘)를 찾아가 감사 인사를 전하지만, 오영주는 그에게 "당신도 가해자예요"라는 말을 남기며 마무리됩니다.

 

2. 배경

정태와 소라가 사는 서울의 아파트들은 철저히 개인화된 공간입니다. 겉보기엔 현대적이고 편리한 공간이지만, 내부에서는 고립된 외로움과 이중적인 삶이 펼쳐집니다. 특히 구정태가 고객의 집을 몰래 드나드는 행위는, 현대 도시인의 프라이버시가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드러냅니다.

 

한소라는 SNS 속에서는 화려한 일상을 보여주는 인플루언서지만, 실제로는 극도의 외로움과 불안에 시달립니다. 그녀의 집 내부는 연출된 일상을 찍기 위한 소품들로 가득 차 있어, 가짜와 진짜 삶의 경계가 모호해 보입니다. 이는 SNS에서 ‘보여지는 나’와 ‘실제 나’ 사이의 간극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이 영화는 공간보다는 인물의 내면 세계에 집중합니다. 인물들이 처한 공간은 실제보다는 심리적 밀실로 묘사됩니다. 예를 들어 정태의 사무실, 한소라의 아파트, 공사 중인 주택 등은 모두 관찰당하고 있다는 불안을 상징하는 장소로 기능합니다. 형사 오영주가 등장하는 장면들, 경찰서, 추적하는 골목길 등은 전형적인 도시 스릴러의 분위기를 더해 줍니다. 어두운 밤, 골목길, CCTV, 감시 카메라 등도 등장하며, 이 도시에서는 누구든지 쉽게 노출되고, 누군가의 시선 속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녀가 죽었다'의 배경은 현대 서울이라는 물리적 공간이자, 동시에 관찰과 고립, 자아 분열이라는 심리적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 배경은 영화의 주제인 관음, 거짓된 정체성, 진실의 탐색을 더욱 강하게 뒷받침합니다.

 

3. 총평

'그녀가 죽었다'는 현대 사회에서 누구나 타인의 삶을 엿보고, 또 스스로를 ‘보여주기 위해’ 연출하며 살아가는 시대상을 스릴러적 장치를 통해 예리하게 비판합니다. 단순한 살인 미스터리 이상의 깊이를 갖춘 이 영화는, 심리적 긴장과 구조적 반전을 기반으로 현대인의 고립과 위선, 그리고 욕망을 차갑고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을 활용해 ‘남의 삶을 훔쳐보는’ 설정은 참신합니다. SNS 인플루언서를 소재로 현실과 가상의 간극을 날카롭게 보여줍니다. 변요한은 내향적이고 죄의식에 흔들리는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신혜선은 다면적이고 모순적인 인물을 설득력 있게 연기하며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습니다. 후반부에 드러나는 ‘한소라의 시점’은 관객에게 충격과 깨달음을 안겨주며, 영화의 서사를 입체적으로 만듭니다. “당신도 가해자예요”라는 마지막 대사는 단순한 살인의 선악 구도를 넘어서, 관찰과 무관심, 방조가 결국 누군가를 파괴할 수 있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남깁니다. 관음증, 사생활 침해, 가스라이팅 등 민감한 주제를 다루기에, 불쾌하거나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시청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불안과 심리를 깊이 있게 조명한, 현대적 스릴러의 수작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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