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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베이비티스(Babyteeth, 2020), 코미디, 드라마

by 모락모~락 2025.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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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베이비티스' 줄거리

밀라 파니치(Milla Finlay)는 16살의 소녀로, 음악을 사랑하고 감수성이 풍부하지만, 말기 암에 걸려 투병 중입니다. 그녀는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며, 어머니 안나는 전직 피아니스트로 우울증 약을 복용 중이고, 아버지 헨리는 정신과 의사입니다. 가족은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밀라의 병과 안나의 심리 상태로 인해 위태로운 균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밀라는 기차역에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모지스(Moses)라는 청년을 만납니다. 모지스는 23살의 무직자이며 마약 중독자, 범죄 전과도 있는 인물입니다. 그는 즉흥적이고 거칠지만 동시에 자유롭고,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밀라는 그에게 금방 매료되고, 두 사람은 독특한 유대를 형성합니다. 밀라가 모지스를 집에 데려오자, 부모는 충격을 받습니다. 특히 아버지 헨리는 모지스를 즉시 위험 요소로 인식하지만, 딸이 오랜만에 활기를 띠는 모습을 보면서 내면적으로 갈등을 겪습니다. 어머니 안나 또한 불안해하지만, 딸의 마지막 소원이자 소중한 경험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점점 받아들이게 됩니다.

 

모지스는 처음에는 단순히 기댈 곳이 필요해 밀라의 집에 얹혀사는 듯 보였지만, 점차 밀라를 아끼게 되고, 나름의 방식으로 그녀를 배려합니다. 이들의 관계는 로맨틱하기보다는 서로에게 치유와 위안을 주는 방식으로 전개되며, 삶과 죽음을 초월한 교감이 형성됩니다. 밀라의 병세는 점점 악화되며, 가족은 그녀가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족 간의 묵은 감정들이 폭발하고, 억눌렸던 진실들이 드러납니다. 안나는 약에 의존하던 자신을 돌아보며, 헨리는 의사로서가 아닌 아버지로서 딸과 소통하려 애씁니다.

 

영화 후반부, 밀라는 삶의 마지막을 앞두고 모지스에게 자신의 처지를 솔직히 털어놓습니다. 모지스는 처음엔 회피하려 하지만, 결국 밀라와 함께하기로 결심합니다. 마지막 순간, 밀라는 바닷가에서 가족과 조용한 시간을 보내며, 삶을 온전히 받아들인 채 평화롭게 세상을 떠납니다.

 

2. 배경

영화는 특정 역사적 사건이나 과거의 시점을 배경으로 하지 않고, 현대적인 감각 속에서 전개됩니다. 스마트폰 사용, 현대 대중음악, 패션 등 모든 요소가 현실감 있고 현대적인 청소년 문화와 맞닿아 있습니다. 시대를 특정하지 않지만, 암묵적으로 영화 제작 시기와 같은 2010년대 후반의 도시적 삶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시드니의 중산층 가정이 주 배경으로, 조용한 교외 주택가, 바닷가, 병원, 음악 학교 등이 주된 공간입니다. 도심보다는 가족 중심의 생활 공간과 자연환경(해변, 정원 등)이 강조되어, 정서적 여백과 인물의 내면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배경은 다문화적인 시드니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담고 있으며, 오스트레일리아 특유의 여유롭고 따뜻한 자연광이 시각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영화 전반에 등장하는 인디/클래식/일렉트로닉 음악은 시대적 감수성과 밀라의 내면을 반영하며, 2010년대 청소년 문화에 걸맞습니다.  밀라의 옷차림과 머리 스타일 등은 틀에 박히지 않고 개성 있는 10대의 모습으로, 현대 청소년의 자아 탐색과 표현의 자유를 상징합니다. 모지스의 모습과 태도는 2010년대 이후 청년 세대가 겪는 경제적 불안, 무기력함, 탈사회화 현상 등을 투영합니다.

 

영화는 일부러 특정 시대적, 정치적 사건이나 사회적 메시지를 강조하지 않지만, 배경은 보편적인 현대 사회에서의 가족과 청소년의 문제를 함축합니다. 밀라의 병과 죽음을 바라보는 주변 인물들의 태도는, 현대사회에서 죽음과 질병을 회피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대면하려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베이비티스'는 2010년대 후반의 시드니를 배경으로, 특별한 사건 없이도 삶의 진실과 감정을 담아내는 '동시대적 성장 드라마'입니다. 이는 특정 시대를 재현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일어날 수 있는 삶의 한 단면을 사실적으로 포착하려는 연출 의도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3. 총평

'베이비티스'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펼쳐지는 청소년의 성장통과 가족의 변화를 감성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말기 암에 걸린 10대 소녀 밀라와 그녀의 곁을 지키는 거칠지만 진심 어린 청년 모지스의 관계를 중심으로, 사랑의 다양한 형태와 가족 간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엘리자 스캔런(밀라 역)의 깊이 있는 감정 연기와 토비 월러스(모지스 역)의 자연스러운 캐릭터 표현이 돋보입니다. 특히 두 주인공의 케미가 영화의 감정선을 탄탄하게 받쳐줍니다.

 

셰넌 머피 감독은 원작 연극의 감성을 잘 살리면서도, 영화 매체에 맞는 섬세한 시각 연출과 절제된 대사를 통해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과도하게 감상적이지 않으면서도 진한 여운을 남기는 균형감각이 뛰어납니다. 삶의 덧없음, 가족의 치유, 청춘의 사랑과 고통을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내며, 관객에게 삶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인디 음악과 자연스러운 도시 배경이 어우러져, 현대 청소년의 감성과 고뇌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베이비티스'는 단순한 병마와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안에서 피어나는 인간 관계와 사랑, 성장의 진실을 아름답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감성적이면서도 현실적이고, 무거운 주제를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영화로서, 인생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원하는 관객에게 추천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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