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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레이디스 인 블랙(Ladies in Black, 2018), 코미디, 드라마

by 모락모~락 2025.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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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레이디스 인 블랙' 줄거리

주인공 리사(앙고리 라이스)는 대학 진학을 꿈꾸는 16세 소녀로, 여름 방학 동안 구즈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합니다. 그곳에서 그녀는 다양한 배경을 지닌 여성 동료들을 만나게 됩니다.

  • 매그다: 슬로베니아 출신의 이민자로, 고급 패션 부서를 관리하며 리사의 멘토가 됩니다. 그녀는 리사에게 유럽 문화와 세련된 감각을 소개하며, 리사의 시야를 넓혀줍니다.
  • 패티: 결혼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으로, 남편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합니다.
  • 페이: 사랑을 찾고자 하는 로맨틱한 성향의 여성으로, 매그다를 통해 헝가리 이민자 루디를 만나게 됩니다.

리사는 매그다의 영향으로 자신감을 얻고, 대학 진학을 결심하게 됩니다. 어느 날, 리사는 매그다의 고급 드레스 섹션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그녀는 자신이 속한 중산층 가정과는 너무도 다른, 우아하고 세련된 유럽풍의 세계에 매혹당합니다. 그 드레스는 단순한 의상이 아닌 자신이 되고 싶은 미래의 자아를 담은 꿈의 형상이죠. ‘이 드레스를 입는다면, 나도 뭔가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매그다처럼, 매력 있고 세련된 여성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현실은 그녀를 붙잡습니다. 가정 형편, 부모의 보수적인 기대, 그리고 아직 학생에 불과하다는 자기 인식. 드레스는 값비싸고, 그녀에게는 사치처럼 느껴집니다. 리사는 갈등합니다. 그러나 매그다의 격려와 은근한 배려(할인된 가격 제안)는 그녀의 마음에 용기를 불어넣습니다. 드레스를 사겠다는 결심은 단순한 쇼핑이 아닌 자기 선택의 첫걸음입니다. 누구의 허락도 아닌, '자신의 의지로 내린 첫 ‘성인스러운 결정’이기도 합니다.

 

‘이건 단순한 옷이 아니야. 이건 나 자신을 믿겠다는 약속이야. 나는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을 향해 나아갈 거야.’

리사는 마침내 드레스를 사기로 결심하며,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가능성을 품고 한 발 내딛습니다. 그 순간, 그녀는 더 이상 수줍은 여학생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선택할 준비가 된 여성이 됩니다.

 

2. 시대적 배경

'레이디스 인 블랙'의 시대적 배경은 1959년 호주 시드니입니다. 이 시기는 호주 사회가 전통에서 현대로, 폐쇄에서 개방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에 해당하는 시기로, 영화의 주요 주제와 인물들의 갈등과 성장이 이 시대의 분위기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여성의 역할은 대부분 ‘아내이자 어머니’로 한정되어 있었고, 직장 여성은 임시적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리사의 엄마는 딸이 대학을 가는 것을 걱정하며, 오히려 “비서가 되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결혼과 육아가 여성의 삶의 정점으로 인식되던 시기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특히 동유럽에서 많은 이민자들이 호주로 건너왔습니다. 매그다와 그녀의 남편 슈테판은 전형적인 유럽 이민자 가정으로, 음식, 언어, 예술 감각 등에서 전통적인 호주 사회와 차별됩니다. 호주 사회의 주류는 이들을 ‘외국인’으로 경계하지만, 영화는 이민자들이 호주 문화에 신선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리사는 대학 진학을 꿈꾸는 지적이고 야망 있는 소녀입니다. 당시로선 보기 드문 여성형 인물입니다. 리사의 진학은 단순한 학문적 의미를 넘어, 여성이 스스로 미래를 선택할 수 있음을 상징합니다.

 

영화 속 백화점 ‘구즈’는 상류층 여성들의 문화와 욕망을 상징합니다. 드레스와 모자는 단순한 옷이 아니라 ‘신분’과 ‘자기 표현’의 수단이었으며, 이는 리사의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로 활용됩니다. 1959년이라는 시점은 과거(보수적 가치관)와 미래(진보적 이상)가 충돌하던 순간입니다. 리사와 그녀의 동료 여성들은 그 중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균형을 잡고 나아가고 있으며, 이러한 배경 덕분에 '레이디스 인 블랙'은 단순한 성장담이 아닌 사회 전환기 여성들의 자각과 변화를 그린 섬세한 시대극으로 완성됩니다.

 

3. 총평

'레이디스 인 블랙'은 한 소녀의 성장과 더불어, 1950년대 말 호주 사회의 변화를 담백하고 따뜻하게 그려낸 영화입니다. 단순한 백화점 이야기 같지만, 그 속에는 여성의 자립, 이민자와의 문화 교류, 전통적 가치관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각 인물들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은 강요가 아닌 자연스러운 감화로 그려지며, 관객에게도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리사의 성장 서사뿐 아니라, 페이의 사랑, 패티의 결혼생활, 매그다의 정체성까지 모든 인물에게 서사가 주어져 풍성합니다.

 

1950년대 후반 호주의 사회 분위기, 이민자 문제, 여성의 교육과 진로 제한 등 복합적인 사회 요소를 세련되게 녹여냅니다. 매그다 역의 줄리아 오몬드는 영화의 품격을 한층 끌어올립니다. 이국적인 매력과 카리스마, 따뜻함을 모두 담은 연기입니다. 큰 갈등이나 드라마틱한 사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구조는 일부 관객에겐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레이디스 인 블랙'은 시대적, 감성적으로 균형 잡힌 수작으로, 잔잔한 성장 서사를 좋아하는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남길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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