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데이지' 줄거리
혜영은 네덜란드에서 화가로 활동하며 인생을 조용히 그려 나갑니다. 하루는 시골 숲속에서 그리다가 발이 미끄러져 미끄러진 나무다리를 부숴뜨리고 붓과 도구가 든 가방을 잃어버립니다. 박이는 구해주며, 다리를 보수하고 잃어버린 가방을 걸어둔 채 사라집니다. 며칠 뒤 혜영은 새다리에 걸린 잃어버린 가방과 도구를 발견하고 감동받아 풍경화를 걸어 놓아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후 매일 오후 4시 15분, 혜영의 집 앞에 데이지 화분이 배달됩니다. 보낸 이의 익살 섞인 메시지에 그녀는 호기심과 설렘을 느끼며, 익명의 연인에 대한 기대가 커집니다. 그러나 이 모든 준비는 박이가 혜영에게 다가갈 수 없는 자신의 처지 때문에 은밀히 행하는 것이었습니다.
인터폴 요원 정우는 밀수 조직을 추적 중 우연히 혜영의 초상화를 그리게 됩니다. 손에 들고 있던 데이지 화분 때문에 혜영은 그가 자신의 미스터리 연인인 줄로 착각합니다. 정우 역시 혜영에게 호감이 생기지만, 이중적 접근으로 인해 진실을 숨기며 두 사람의 관계는 발전합니다.
어느 날, 정우를 표적으로 한 갱 조직이 나타나고, 박이는 스나이퍼 라이플로 사건에 개입합니다. 정우를 살리려다 오히려 총상을 입히고, 혜영은 정우를 보호하다 목에 총을 맞아 큰 부상을 입어 영구 실명에 이어 언어마저 잃는 비극에 이릅니다. 정우는 자책하며 한국으로 떠나고, 혜영은 절망과 상실 속에 남게 됩니다.
1년 후, 정우는 혜영에게 사과하기 위해 다시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옵니다. 경찰 당국은 박이의 존재를 파악하고 정우를 통해 덫을 놓아 그를 체포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박이가 등장해 정우의 목숨을 노립니다. 정우는 '친구와 사적인 대화'라 속이지만, 뒤이어 다른 암살자의 총격으로 사망합니다. 정우의 장례식에서 혜영은 박이가 배후라는 단서를 포착합니다. 이어 박이와 마주치지만, 차마 총을 쏘지 못하고. . . 박이는 정우를 죽인 암살자를 처치하고, 조직 보스인 조 회장과 총격전을 벌여 결국 보스를 처치하고 도망칩니다. 영화는 우중의 에필로그로 마무리됩니다. 비가 내리는 지하철 역 입구 아래, 박이, 정우(영혼?), 혜영이 웃으며 서로를 알아보는 듯한 모습으로 끝맺습니다. 수많은 비극 속에도 ‘함께한 시간’만큼은 아름다웠음을 암시하며 여운을 남깁니다.
2. 시대적 배경
영화는 실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알크마르 등지에서 로케이션 촬영되었으며, 도시의 아름다운 운하, 골목, 시골 풍경이 자연스레 등장합니다. 혜영은 암스테르담에서 거리 초상화를 그리는 이민자 출신 예술가로, 유럽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우는 인터폴 요원으로 등장하며, 박이는 청부살인 업계에서 활동하는 국제 암살자입니다. 영화에는 첨단 장비보다는 고전적인 감시, 추적, 도청, 은신 등이 묘사되어, 2000년대 초반 특유의 스파이/첩보물 톤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주인공들은 모두 한국인이나, 이국적인 배경 속에서 한국적인 정서인 순애보, 운명적 사랑, 말하지 못하는 감정이 강하게 표현됩니다. 이는 한국형 멜로와 유럽 누아르 분위기가 결합된 형태로, 시대적으로 한류 영화가 국제 진출을 시도하던 시기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3. 총평
암스테르담의 고즈넉한 풍경, 거리의 정취, 숲과 빗속의 장면 등은 회화적인 미장센으로 표현되어 관객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특히 매일 오후 4시 15분에 배달되는 데이지 화분이라는 설정은 영화 전반의 시적 정서를 강화합니다. 전지현, 정우성, 이성재라는 캐스팅은 비주얼과 정적인 감정 표현에 큰 힘을 보탰습니다. “보는 영화”라기보단 “느끼는 영화”라는 평이 많습니다.
멜로와 스릴러, 누아르가 혼재된 장르는 신선하면서도 구조적으로 어긋난 부분이 있어 몰입이 어렵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삼각관계 중심의 줄거리는 감정의 깊이를 잘 살리지만, 인물 간의 감정 변화가 명확하지 않거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대목도 있습니다.
사랑을 고백하지 못한 남자(박이), 사랑을 오해한 여자(혜영), 사랑을 속인 남자(정우). 이 삼자의 관계는 ‘소통의 부재’가 낳는 비극을 강조합니다. 특히 혜영이 실명과 실어증에 이르는 장면은 몸으로 겪는 상처와 침묵의 사랑이라는 상징적 메시지를 전합니다. 음악 감독 조성우의 서정적이고 절제된 OST는 영상과 잘 어우러져, 잔잔한 여운을 남깁니다.
'영화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Tokyo Godfathers, 2007), 애니메이션, 드라마, 액션 (0) | 2025.06.16 |
---|---|
판타스틱 4(Fantastic Four, 2005), 액션, SF, 판타지, 모험 (0) | 2025.06.16 |
타임 머신(The Time Machine, 2002), SF, 모험, 액션 (0) | 2025.06.15 |
창 속의 여인(The Woman In The Window, 1944), 범죄, 드라마 (0) | 2025.06.15 |
베스트셀러(Bestseller, 2010), 미스터리 (2) | 2025.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