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레미제라블' 줄거리
장 발장(휴 잭맨)은 빵 한 조각을 훔쳤다는 이유로 19년형을 살고 가석방됩니다. 하지만 감시관 자베르(러셀 크로우)는 발장이 다시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며 그를 주시합니다. 사회에서 냉대받던 발장은 한 주교의 자비를 통해 다시 인간다운 삶을 살기로 결심하고, 신분을 숨긴 채 성공한 공장주 겸 시장 ‘마들렌 씨’가 됩니다. 공장에서 일하던 판틴(앤 해서웨이)은 미혼모라는 이유로 해고당하고, 병든 딸 코제트의 양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머리카락, 이빨을 팔고 창녀가 됩니다. 그녀는 거리에 쓰러졌다가 자베르에게 체포될 뻔하지만, 발장은 그녀를 구하고 병원에 데려갑니다. 그녀는 발장에게 딸 코제트를 맡아달라고 부탁한 뒤 죽습니다. 발장은 테르디에 부부(악덕 여관 주인)에게 착취당하던 어린 코제트를 데려가 도망자 신세로 숨어 살아가고 자베르는 계속 그를 추적합니다. 세월이 흘러 코제트(어맨다 사이프리드)는 청년 마리우스(에디 레드메인)와 한눈에 사랑에 빠집니다. 마리우스는 파리의 혁명 단체 ABC 친구들의 일원으로, 민중 봉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베르는 혁명 세력에 잠입하지만, 정체가 드러나고 발장에게 붙잡힙니다. 그러나 발장은 자베르를 죽이지 않고 풀어줍니다. 혁명군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봉기를 일으키지만, 정부군에게 전멸당합니다. 에포닌(사샤 바론 코헨과 헬레나 본햄 카터의 딸 역할)이라는 소녀는 마리우스를 사랑하지만 그를 지키다 죽습니다. 발장은 부상당한 마리우스를 구해 하수구를 통해 탈출시키고, 자베르와 다시 조우합니다. 자베르는 또다시 발장을 체포하지 않고 갈등 끝에 자살합니다. 마리우스와 코제트는 결혼하고, 발장은 홀로 떠나 수도원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는 죽은 판틴과 혁명가들이 기다리는 환상 속 세계로 걸어갑니다. 뮤지컬의 대표곡 'Do You Hear the People Sing?'과 함께 자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남기며 영화는 끝납니다.
2. 시대적 배경
영화의 시작 시점은 1815년,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한 직후입니다. 프랑스는 왕정이 복고되었고(루이 18세, 이후 샤를 10세), 사회 혼란과 계층 간 갈등이 심화되었는데 장 발장이 가석방되는 시점이 바로 이 해입니다. 귀족과 부자들은 권력을 회복했지만, 노동자와 서민은 극심한 빈곤에 시달렸습니다. 사회 복지 제도는 전무했고, 빵을 훔친 죄로 수십 년형을 받을 만큼 법은 가혹했습니다. 여성과 어린이의 인권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고, 판틴처럼 미혼모는 사회에서 버려졌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청년 혁명가들의 봉기는 실제 역사적 사건인 1832년 6월 봉기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는 파리의 공화주의자들이 당시의 부르봉 왕정(루이 필리프 1세)에 저항해 일으킨 시민 봉기였습니다. 민중의 지지를 충분히 받지 못해 짧은 기간 안에 진압되었고, 영화처럼 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자베르는 당시 체제의 권위와 법률을 상징하고 그의 인물상은 ‘법은 절대선’이라는 구시대적 가치관과 그것이 개인의 양심과 충돌할 때의 비극을 보여줍니다. 원작자인 빅토르 위고는 이 작품을 통해 사회 개혁, 인간 존엄성,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염원을 표현했습니다. 그는 당시의 프랑스 사회 구조, 가난한 사람들의 삶, 부패한 권력 등을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3. 총평
톰 후퍼 감독은 뮤지컬 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라이브 녹음(현장 실연)을 도입했습니다.
→ 감정을 그대로 담아내기 위한 시도로, 대사와 노래 사이의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카메라가 배우의 얼굴을 집요하게 따라가는 클로즈업 중심 연출은 감정 몰입도를 높였으나, 일부에서는 시각적 피로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휴 잭맨(장 발장)은 죄인에서 성자로 성장하는 인간의 내면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습니다. 앤 해서웨이(판틴)는 단 15분 남짓한 분량으로도 “I Dreamed a Dream” 한 곡으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러셀 크로우(자베르)는 연기력은 좋았으나, 상대적으로 뮤지컬 창법에 약하다는 평도 받았습니다. OST는 원작 뮤지컬의 명곡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현장성을 살려 감정선을 극대화했습니다. “One Day More”, “Do You Hear the People Sing?”, “Bring Him Home” 등은 집단의 열망과 개인의 절절함을 동시에 담고 있어 감동을 줍니다. 영화는 단지 고전 뮤지컬의 재현을 넘어, 정의란 무엇인가, 인간은 구원받을 수 있는가, 사랑과 희생은 어떤 의미인가 등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빈곤, 불평등, 억압, 그리고 변화에 대한 열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주제입니다. 모든 대사를 노래로 처리하는 형식은 뮤지컬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피로감을 줄 수 있지만 '레미제라블'은 문학, 역사, 음악, 인간 정신이 결합된 대서사극으로, 고전의 감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뮤지컬이라는 형식 안에서 인간의 죄와 구원, 억압과 저항, 사랑과 희생을 노래하는 영화사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을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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