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카고' 줄거리
1920년대 시카고.
록시 하트(Roxie Hart)는 무대에서 스타가 되는 꿈을 꾸는 평범한 주부입니다. 그녀는 유명한 나이트클럽 가수 벨마 켈리(Velma Kelly)처럼 되기를 갈망하며,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남성 프레드 케이슬리를 통해 기회를 얻으려 합니다. 그러나 프레드가 그녀를 속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록시는 충동적으로 그를 총으로 쏘아 죽입니다. 한편, 벨마는 자신의 남편과 여동생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며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록시는 체포되어 벨마가 수감된 감옥에 들어가게 됩니다. 감옥을 운영하는 냉철한 간수 마마 모튼(Matron "Mama" Morton)은 돈과 권력으로 움직이는 인물이며, 수감자들에게 유리한 대우를 해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습니다.
록시는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유명한 변호사 빌리 플린(Billy Flynn)을 고용합니다. 빌리는 세련되고 교묘한 변호사로, 언론을 조작하고 대중을 선동하는 데 능숙합니다. 그는 록시를 무고한 희생자인 척 포장하며 세간의 관심을 끌어냅니다. 이로 인해 록시는 급속도로 유명 인사가 되며, 언론과 대중은 벨마 대신 록시에 열광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벨마는 질투심을 느끼고 록시와 경쟁하기 시작합니다. 록시는 자신의 인기가 떨어지자 새로운 쇼를 벌입니다. 임신했다고 거짓말을 하며 언론의 주목을 다시 끌고, 빌리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대중은 또 다른 살인사건에 관심을 옮기며 록시의 인기는 시들해집니다. 빌리는 법정에서 록시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언론을 극적으로 조작하고, 감성에 호소하는 쇼 같은 변론을 펼칩니다. 결국 록시는 무죄 판결을 받게 되지만, 법정 문을 나서자마자 대중은 이미 다른 스캔들에 관심을 옮긴 상태입니다. 그녀의 스타로서의 꿈은 허무하게 무너지는 듯 보입니다. 벨마도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납니다. 록시와 벨마는 서로의 재능과 필요성을 깨닫고 협력하기로 합니다. 두 사람은 함께 무대를 꾸미며 "2인조 쇼"를 성공시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두 여성이 화려한 무대 위에서 공연을 선보이며, 현실의 부조리함과 쇼 비즈니스의 허상을 통쾌하게 풍자합니다.
2. 시대적 배경
미국 전역에서 알코올 제조, 판매, 운반, 수입이 금지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밀주업자, 갱스터, 비밀 술집(스피키지) 등이 번성했습니다. 시카고는 알 카포네(Al Capone) 같은 악명 높은 범죄자들의 활동 무대였으며, 범죄와 부패가 일상화되었습니다. 경찰과 정치권은 뇌물과 유착되어 있었고, 법과 정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도시였습니다. 영화에서 법정이 ‘쇼’처럼 연출되고, 돈이 정의를 사는 구조가 이 시대의 현실을 반영합니다. 재즈 음악과 화려한 나이트클럽 문화가 번성한 시기로, 자유분방한 젊은 세대의 문화를 상징합니다. 여성들은 짧은 치마와 단발머리, 흡연과 음주를 거리낌 없이 하는 “플래퍼(Flapper)” 스타일을 즐기며, 이전과 다른 여성상을 보여줬습니다. 영화 속 벨마와 록시의 의상, 태도, 퍼포먼스는 당시 ‘신여성’의 이미지를 반영하며, 재즈 시대의 에너지와 반항성을 표현합니다. 여성의 참정권이 1920년에 미국 전역에서 보장된 이후, 여성들은 점점 더 많은 사회 활동을 하게 됩니다. 동시에, 사회는 여전히 여성에 대한 이중 잣대와 억압적 시선을 가지고 있었으며, 여성은 자극적인 스캔들의 중심 인물로 소비되기 쉬웠습니다. 록시와 벨마는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언론 플레이와 외모, 퍼포먼스로 대중의 관심과 연민을 유도합니다. 이는 여성의 상품화와 동시에 생존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당시 언론은 진실보다는 자극적인 스토리, 스캔들, 연예 뉴스에 집중했습니다. 실제로 1920년대 시카고에는 여성 살인범이 언론에 의해 마치 연예인처럼 소비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는 당시 미디어가 여론과 재판 결과를 결정짓는 강력한 힘을 가졌음을 상징합니다. 영화 '시카고'는 단순한 시대 재현을 넘어서, 1920년대 미국 사회의 부패, 자본주의, 언론 조작, 여성의 상품화, 정의의 왜곡 등을 뮤지컬이라는 형식으로 통렬하게 풍자합니다. 결국 1920년대는 화려함 뒤에 타락과 허상이 공존하던 시대였으며, '시카고'는 그 이면을 리드미컬하고도 날카롭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3. 총평
보브 포시(Bob Fosse) 스타일의 댄스와 연출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뮤지컬 시퀀스는 무대와 현실을 넘나드는 몽타주 방식으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All That Jazz", "Cell Block Tango", "Razzle Dazzle" 등은 스토리와 캐릭터 심리를 동시에 전달하는 음악과 내러티브의 완벽한 결합을 보여줍니다. 르네 젤위거(록시), 캐서린 제타 존스(벨마), 리처드 기어(빌리) 모두 역할에 완벽히 녹아들며, 노래와 춤, 연기를 고루 소화해냅니다. 특히 제타 존스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할 정도로 카리스마 있는 무대 장악력을 보여줍니다. 언론 조작, 쇼 비즈니스화된 재판, 대중의 무관심과 환호의 반복 등은 오늘날의 미디어 소비 현실과도 닮아 있습니다. “정의는 돈과 쇼로 조작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뮤지컬이라는 화려한 형식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뮤지컬 형식에 익숙하지 않거나 현실과 쇼가 뒤섞이는 전개에 불편함을 느끼는 관객에게는 다소 낯설거나 과장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정의는 연기이고, 인기는 진실을 덮는다.”
'시카고'는 눈부신 퍼포먼스와 음악을 통해, 1920년대 미국의 타락한 사회를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비판한 작품입니다. 단순한 살인극이 아니라, 자본과 미디어에 의해 조작되는 현대 사회의 ‘진실의 쇼’를 꼬집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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