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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로즈(The Secret Scripture, 2017), 드라마, 멜로/로맨스

by 모락모~락 2025.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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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즈' 줄거리

현재 시점의  로즈 맥널티(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80대의 노인으로, 수십 년을 아일랜드 슬라이고(Sligo)의 정신병원에 감금된 채 살아왔습니다. 병원이 철거될 예정이라 환자들을 다른 곳으로 이송해야 하는데, 의사인 그린 박사가 로즈의 상태를 평가하기 위해 방문합니다. 그는 그녀가 과연 정신병자인지를 판단하고자 합니다. 그린 박사는 로즈가 성경에 몰래 적어둔 비밀 일기(Secret Scripture)를 발견하고 읽게 됩니다. 이 기록은 그녀의 청춘, 사랑, 억울한 감금의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과거 시점의 1940년대, 젊은 로즈(루니 마라)는 아름답고 총명한 여성으로, 부모를 잃고 이모와 함께 아일랜드 시골에 살게 됩니다. 로즈는 외모와 성격으로 마을 남성들의 관심을 받지만, 특히 지역 신부 패더 골먼의 시선이 집요합니다. 로즈는 어느 날 영국 공군 소속의 마이클 맥널티(잭 레이너)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당시 아일랜드는 중립국이었고, 영국군과의 관계는 배신으로 여겨졌습니다. 로즈와 마이클의 사랑은 곧 마을의 분노와 교회의 적대감을 사게 됩니다. 결국 마이클은 전쟁터로 떠나고, 로즈는 그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임신합니다. 로즈는 아이를 낳지만, 교회와 지역 사회는 그녀를 '부도덕한 여성'으로 몰아 정신병원에 강제로 수용합니다.

 

병원에서 로즈는 아이를 빼앗기고, 반복적으로 전기충격치료와 약물 투여를 받으며 삶을 이어갑니다. 그러나 그녀는 끊임없이 일기를 써내려가며 정신을 붙잡습니다. 그린 박사는 로즈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가 정신병자가 아닌 억울한 피해자임을 점점 확신하게 됩니다. 그는 과거 기록과 병원 문서를 조사하며 그녀가 감금된 진짜 이유를 밝히려 합니다. 그러던 중 그린 박사 자신이 사실 로즈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그는 입양되었지만, 생모인 로즈를 찾게 되었고, 자신의 뿌리를 알게 됩니다.

 

2. 시대적 배경

1940년대 아일랜드는 보수적이고 억압적인 사회로 가톨릭 교회의 절대적 권위를 가지고 있었으며 당시 아일랜드는 종교, 특히 로마 가톨릭교회가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쳤습니다. 여성의 성적 자유, 혼외 임신 등은 사회적으로 낙인 찍히는 일이었고, 교회는 그러한 여성을 ‘구제’한다는 명목으로 마그달렌 수녀원이나 정신병원에 강제 수용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로즈는 단지 영국군 병사와 사랑에 빠지고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정신병자로 낙인찍히고 수십 년 동안 병원에 수감됩니다. 이는 당시 여성의 자유가 얼마나 제한적이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아일랜드는 전쟁에 중립을 유지했으나, 많은 젊은이들이 영국군에 자원입대했고, 이는 아일랜드 내에서는 반역으로 여겨졌습니다. 로즈의 연인 마이클이 영국군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로즈가 배척당하게 된 배경입니다.

 

2000년대 초반인 현대시점은  로즈가 오랜 세월 정신병원에 수용된 채 살아온 현실이 현재에서 조명됩니다. 의사인 그린 박사는 로즈가 ‘정신병자’가 아님을 파악하고, 그녀의 과거를 파헤치며 사회적 불의와 억압된 진실을 복원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이는 아일랜드 사회가 과거의 잘못된 제도와 종교적 억압에 대해 반성하고 재조명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상징합니다.

 

3. 총평

'로즈'는 한 여성의 억울한 수감과 삶을 통해 아일랜드 현대사의 어두운 단면을 조명한 작품입니다. 종교적 권위, 여성 억압, 그리고 사회적 낙인의 문제를 개인의 서사로 풀어내며 관객에게 감정적 울림과 역사적 통찰을 함께 전달합니다. 로즈라는 한 인물의 삶을 통해, 여성이 목소리를 잃고 살아가야 했던 시대적 현실을 보여줍니다. 성경 속에 몰래 써내려간 "비밀의 기록(Secret Scripture)"은 여성의 내면성과 저항의 상징이 됩니다.

 

루니 마라(젊은 로즈)와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노년의 로즈)는 절제된 감정 속에 깊은 고통과 사랑을 담아냅니다. 조연 배우들 또한 시대의 위선과 억압을 설득력 있게 그려냅니다. 아일랜드의 풍경과 어울리는 고요하고 서정적인 영상미. 잔잔하면서도 깊이 있는 음악이 전체 분위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듭니다. 한 개인의 삶을 통해 국가와 종교가 개인을 억압했던 구조적 현실을 폭로하며, 사회적 성찰을 유도합니다.

 

감정선을 차분히 쌓아가는 구조라 일부 관객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고 미스터리 구조가 있지만, 강한 극적 반전은 적은데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방식이 처음엔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사회적 약자와 여성에 대한 공감, 그리고 과거를 다시 들여다보는 용기를 요구하는 작품입니다. 조용하지만 깊은 감동을 주는 영화로, 역사와 감성의 교차점에 있는 드라마를 선호하는 분께 특히 추천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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