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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르 아브르>, 잊고 있던 희망을 만나다

by 모락모~락 2025.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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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르 아브르'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의 틀을 벗어던지고, 예상치 못한 따뜻함으로 가득 찬 항구 도시의 풍경을 그려냅니다. 건조하면서도 세심한 시선, 한 명의 이민자 소년을 돕기 위해 기꺼이 손을 내미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비춥니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저는 '과연 이것이 현실에서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품기도 했지만, 결국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감동을 억누를 수 없었습니다.

작은 선의들이 만들어낸 기적

주인공 마르셀은 구두닦이로 생계를 이어가는 소박한 남자입니다. 어느 날, 아프리카에서 온 어린 소년 이드리스가 밀입국자로 쫓기는 것을 목격하고, 망설임 없이 그를 숨겨주기로 결심합니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노년의 신사가 보여준 이 용기 있는 행동은, 놀랍게도 주변 사람들에게 전염됩니다. 깐깐한 빵집 주인, 동네 식료품 가게 아주머니, 심지어 이웃집 사람들까지,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이드리스를 보호하기 위해 나섭니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거창한 영웅 서사를 그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정의감이나 사명감에 불타서 행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도리, 혹은 작은 연민에서 비롯된 소박한 선의들이 모여드는 과정이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악당으로 등장하는 경찰은 그저 관료주의의 상징처럼 보일 뿐, 이 따뜻한 사람들의 연대에 결코 균열을 내지 못합니다.

희망의 멜로디가 흐르는 곳

영화 속 배경이 되는 항구 도시 르 아브르는 흐린 날씨와 낡은 건물들로 가득 차 있지만, 그 안에는 결코 꺼지지 않는 희망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마르셀의 아내가 암 투병 중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 그리고 그를 위해 헌신하는 남편의 사랑은 영화의 또 다른 감동 포인트입니다. 이들의 사랑은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삶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힘을 보여줍니다.

 

'르 아브르'는 차가운 현실 속에서 점점 메말라가는 우리의 마음에 따뜻한 물을 부어주는 것 같습니다. 거대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마주하며 무력감을 느낄 때, 이 영화는 우리에게 다시금 작은 희망의 씨앗을 심어줍니다. 이웃을 향한 따뜻한 관심,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기꺼이 손을 내미는 용기. 이 작은 행동들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를 '르 아브르'는 조용하지만 힘 있게 속삭여줍니다. 이 특별한 영화가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제 마음속에 깊은 여운으로 남았기 때문일까요? 현실의 각박함과 쫒기듯 달리는 오늘. . .혹시 삶의 따뜻함을 잊고 살았다면, '르 아브르'를 통해 그 감정을 다시 한번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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