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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묻혀있던 진실과 함께, 생전에 열리는 장례식 <겟 로우(Get Low)>

by 모락모~락 2025.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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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자의 장례식?

1930년대 미국 남부, 외딴 숲 속 오두막에서 수십 년째 혼자 살아가는 노인 펠릭스 부시는 마을 사람들에게 공포의 존재입니다. 누구도 그의 과거를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사람들 사이에는 그가 젊었을 때 살인을 저질렀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그의 이름 앞에는 언제나 불신과 두려움이 따라다닙니다.

 

'겟 로우'는 1930년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외딴 오두막에서 홀로 살아가는 펠릭스 부시는 어느 날 도시로 내려와 장례식장을 찾아간다. 그런데 그의 요청은 기이하다. "내가 죽기 전에 장례식을 열고 싶소. 사람들이 와서 내 이야기를 하게 해주오." 그는 자신에 대한 온갖 소문인 살인자, 괴짜, 마법사 같은 이야기들이 지겨워졌고, 이제 진실을 말하고자 한다. 조건은 하나. 장례식에 오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어야 한다는 것.

 

장례식장 주인 프랭크 퀸과 그의 조수 버디는 처음엔 황당해하지만, 이 기묘한 제안에 점차 끌리게 되고, 결국 마을 전역에 '살아있는 장례식' 소식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한편, 펠릭스의 과거와 얽힌 인물 매티 대럴이 등장하면서, 감춰져 있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납니다. 그녀는 펠릭스가 오랫동안 사랑했지만,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입니다. 장례식 당일,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펠릭스는 마침내 오랜 침묵을 깨고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젊은 시절의 잘못, 죄책감, 그리고 스스로를 벌하며 살아온 외로운 세월까지. 그의 고백은 단순한 참회가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진심을 건네는 마지막 선물이 됩니다.

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

로버트 듀발은 펠릭스 부시 역으로 분해, 말보다 눈빛과 침묵으로 모든 감정을 전합니다. 그의 연기는 마치 오래된 나무처럼 무겁고 단단하게 다가옵니다. 빌 머레이는 약간은 장삿속에 능한 장례식장 주인 프랭크로 등장하는데, 그 특유의 시니컬하면서도 따뜻한 유머가 영화에 균형을 잡아줍니다. 여기에 시시 스페이식이 과거의 연인으로 등장하며, 펠릭스의 숨겨진 과거와 진실에 감정을 더합니다. '겟 로우'는 단순한 드라마가 아닙니다. 살아있는 동안 용서받을 수 있을까?, 오래된 죄는 침묵으로 덮고 갈 수 있을까?, 우리는 죽기 전에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을까? 펠릭스는 외면당한 채 살아왔고, 그 스스로도 세상과 벽을 쌓았지만, 마지막 순간에 그는 자신의 고통과 진실을 세상에 꺼내놓기로 합니다. 그 용기가, 오히려 죽음보다 더 큰 사건처럼 느껴집니다.

 

이 영화는 큰 사건도, 반전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 느린 흐름 속에 삶의 무게가 고요히 깔려 있습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오지만, 진심으로 살아간 흔적은 남는다.” '겟 로우'는 조용히, 그러나 오래도록 마음속을 울리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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