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메멘토' 줄거리
레너드 셸비 (Leonard Shelby)는 전직 보험 조사원이며 아내가 강간당하고 살해당한 사건 이후, 단기 기억을 잃는 희귀 병(선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렸습니다. 그는 기억을 할 수 없기에, 중요한 정보는 폴라로이드 사진에 메모하고, 결정적인 단서는 몸에 문신으로 새겨가며 자신만의 수사 방식을 만듭니다. 어느 날 밤, 누군가 그의 집에 침입해 아내를 강간하고 살해함한 그들을 막으려다 머리에 충격을 받아 그 사건 이후의 기억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경찰은 용의자 한 명을 사살하지만, "공범이 한 명 더 있다."고 레너드는 주장합니다. 경찰이 그의 주장을 무시하자, 그는 스스로 진실을 찾기 위해 사건을 수사하기로 결심하며 "자신을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기억을 대신할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중요 정보는 몸에 문신으로 남기고 사람들과 장소 사진을 찍고 뒷면에 설명을 적어 누구를 믿을지 스스로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경찰관 테디 (John Edward Gammell)는 레너드를 도우며 존 G를 찾는 것을 도와주는 듯하지만, 그의 정체는 모호합니다. 술집 직원 나탈리 (Natalie)는 마약 거래와 연관된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레너드가 그를 죽인 후 그녀와 엮임이게 됩니다. 레너드의 상태를 알고 일부러 그를 조종해 정보를 얻기도 합니다.
레너드는 자신의 기억장애 때문에 사람들의 조작에 매우 취약하고 나탈리는 자신에게 불리한 기억을 레너드가 잊는다는 점을 이용해, 그를 자신의 복수에 이용합니다. 테디 역시 레너드를 조종해 마약 밀거래 범죄자들을 제거하게 만듭니다.
레너드는 수사 끝에 테디가 사실상 진짜 '존 G'일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지만 이건 확실한 사실이 아니라, 그의 주관적인 추론이며, 진실은 모호하게 남습니다. 테디는 레너드에게 "넌 이미 아내의 복수를 끝냈어. 하지만 넌 기억 못해. 그래서 계속 복수만을 반복하는 거야."라고 말합니다. 레너드는 이 말에 혼란을 느끼고 스스로 결심합니다. "기억이 없으면, 진실은 내가 만드는 거다."
레너드는 스스로 테디가 존 G라고 결론내리고, 그를 다음 타겟으로 지목하고 자신의 사진에 "거짓말하지 마라"는 문구를 추가하고, 테디의 차 번호를 문신 후보로 메모했지만 결국, 영화의 첫 장면에서 테디를 죽이게 되며, 이 비극적인 복수의 순환이 완성됩니다.
2. 시대적 배경
디지털 카메라가 보편화되기 전, 특히 90년대까지는 즉석 사진 촬영용 폴라로이드가 널리 사용되고 레너드는 자신의 기억 보완 수단으로 이를 사용합니다. 전화는 유선 혹은 공중전화 위주, 휴대폰은 등장하지 않고 현대적인 정보 검색 수단이 전혀 없습니다. 정보 기록 수단이 아날로그적인 사진, 메모, 문신 등이 유일한 기록 방식이며 디지털 기기나 데이터베이스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영화 배경은 로스앤젤레스 근교로 보이며, 모텔과 뒷골목, 마약 거래 등 도시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고 경찰은 레너드의 주장(공범 존재)을 무시하며, 스스로 복수를 감행하게 되는 원인이 됩니다. 1990년대 미국 사회의 제도 불신, 개인주의적 정서를 반영했으며 권위보다는 개인의 행동 중심이 되어 레너드는 외부 권위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실을 찾아갑니다. 이는 90년대 인디 영화나 네오누아르 영화들의 주제와 일맥상통하는 모습입니다. 2000년에 개봉했지만, 제작은 1999년~2000년 사이에 진행되었으며 당시 포스트모더니즘적 영화 언어가 인기를 끌던 시기로, '메멘토'는 대표적인 예가 되었습니다. 주인공이 현실을 믿지 못하고 자기 내면에 갇혀 있는 모습은 1999년작 '매트릭스', '파이트 클럽' 등과도 공통된 시대정신을 공유합니다.
3. 총평
컬러 장면은 시간 역순, 흑백 장면은 순방향으로 전개되며, 마지막에 두 흐름이 만나는 순간 전체 이야기가 퍼즐처럼 완성됩니다. 관객은 주인공 레너드처럼 혼란과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진실을 추론하고 이 독특한 서사 구조는 서사 자체가 ‘기억상실증’의 체험을 전달하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진실이 중요한가, 아니면 믿고 싶은 것이 중요한가?" 주인공은 기억을 잃어버릴 때마다 진실도 함께 잃습니다다. 결국 그는 스스로 진실을 조작하며 안정을 찾고 이는 인간이 스스로 기억을 선택적으로 해석하거나 왜곡한다는 존재론적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놀란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시간과 정체성에 대한 깊은 탐구가 돋보이고 복잡한 구조 속에서도 철저히 계산된 편집과 시각적 암시로 혼란스러우면서도 통제된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놀란은 이 작품으로 헐리우드 주류에 진입하며 이후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등으로 이어지는 시간 실험의 서막을 엽니다.
가이 피어스(Guy Pearce)는 기억상실증을 앓는 레너드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면서 관객은 그와 함께 기억을 의심하고, 신뢰를 다시 고민하게 됩니다. 조연들(캐리 앤 모스, 조 판토리아노) 역시 선악의 경계가 모호한 인물을 현실감 있게 소화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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