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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더 랍스터(The Lobster, 2015), 멜로/로맨스, 판타지

by 모락모~락 2025.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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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더 랍스터' 줄거리

가까운 미래, 커플이 아닌 사람들은 사회에서 배제되며 체포됩니다. 독신자는 ‘호텔’이라는 시설로 보내져 45일 이내에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로 변신시켜 버립니다. 이 기간은 다른 독신자를 사냥해 포인트를 얻음으로써 연장할 수 있습니다. 변신할 동물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고, 주인공 데이비드(콜린 파렐)는 ‘랍스터’를 선택합니다.

 

주인공 데이비드는 아내에게 버림받고 호텔에 입소합니다. 그는 호텔에서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며 필사적으로 짝을 찾으려 하지만, 관계는 표면적이고 억지스럽습니다. 데이비드는 일부러 코피를 흘리는 여자를 따라하며 거짓된 유사성을 기반으로 관계를 시도해 보지만, 결국 실패하고 도망칩니다.

 

데이비드는 호텔을 탈출해 숲속에서 살아가는 독신자 집단에 합류합니다. 이 집단은 호텔 사회의 반대로, 사랑이나 연애를 철저히 금지하고 독신만을 이상으로 여깁니다. 이들 역시 억압적인 규칙 아래 살고 있으며, 규칙을 어기면 가혹한 벌을 받습니다.

 

레이첼 와이즈는 '시력을 잃은 여자(The Short-Sighted Woman)'로 등장하며, 이 숲속 집단의 일원입니다. 데이비드는 그녀와 조심스럽게 관계를 맺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서로 몰래 신호를 주고받으며 가까워지지만, 이들은 결국 진짜 사랑에 빠집니다. 둘은 비밀 언어(제스처와 손짓)로 소통하며 관계를 발전시킵니다. 하지만 리더는 이를 눈치채고, 여자의 눈을 일부러 멀게 만들어 버립니다.

 

두 사람은 숲을 떠나 도시로 도망칠 계획을 세웁니다. 호텔을 탈출하고 숲에서도 도망친 둘은 마지막 시도처럼 도시에 있는 식당에 함께 들어가고, 주변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닮은 점’을 만들려고 합니다. 데이비드는 여자와 같아지기 위해 자신의 눈을 찌르려 합니다. 화면은 데이비드가 화장실에서 칼을 들고 거울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멈춥니다. 이 장면 이후는 명확히 보여주지 않으며, 결말은 열린 결말로 남습니다.

 

2. 시대적 배경

'더 랍스터'의 시대적 배경은 특정한 연도나 실제 역사와 연결된 정확한 시대는 제시되지 않지만, 명확하게 가까운 미래(dystopian near-future) 혹은 대체 미래(alternate reality)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 배경은 인간관계, 사회적 규범, 감정, 자유의지를 극단적으로 통제하는 체제로 구축되어 있습니다.

 

디스토피아적 미래 사회에는 결혼이나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은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으며, 법적으로도 처벌 대상입니다. 독신자들은 '호텔'로 강제로 이송되어, 45일 이내에 연애 상대를 찾지 못하면 동물로 변하게 되는 비인간적인 제도에 종속됩니다. 이 제도는 국가 주도의 감시와 통제 사회를 상징하며, 시민 개개인의 감정이나 자유보다는 제도적 적합성을 우선합니다.

 

시대는 미래이지만, 영화 속 기술이나 도구는 현대보다 오히려 퇴보하거나 단순합니다. 병원이나 호텔, 도시 풍경은 현대 유럽과 비슷한 수준이며, 첨단 기술, 디지털, AI 등의 미래적 요소는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는 영화가 과학기술보다 사회 구조의 기형성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연출 의도로 해석됩니다. 커플이 되는 조건이 ‘공통된 특징(예: 코피를 자주 흘린다, 근시이다)’이어야 한다는 비합리적 제도는 현대 사회의 데이트 앱, 소개팅 문화, 이상형 강박 등을 풍자합니다. 또한, 숲 속의 독신자 공동체는 자유를 상징하는 듯하지만, 오히려 또 다른 형태의 억압과 전체주의로 묘사됩니다.

 

의상, 건축, 생활양식은 모두 유럽의 중산층 현대생활과 유사하게 연출(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합작)되고 등장인물들의 차림은 획일화되어 있고, 호텔은 마치 교도소처럼 통제된 환경입니다. 도시 장면은 차갑고 인공적이며 감정이 배제된 분위기를 강조하며, 이는 시대의 비정함과 잘 어울립니다.

 

3. 총평

영화 '더 랍스터'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특유의 냉소적 유머와 기괴한 설정, 인간관계에 대한 철저한 해부, 그리고 사회 규범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결합된 수작입니다. 사랑과 인간관계를 의무화하고 통제하는 미래 사회라는 설정은, 기존 로맨스 영화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동물로 변한다는 비유적 설정은 사회적 낙인이나 주변화에 대한 강렬한 은유로 작용합니다.

 

건조하고 무미건조한 대사와 표정은 오히려 더욱 강한 풍자적 효과를 주고 영화 내내 유머는 있지만, 웃기기보다는 불편함과 통찰을 유도합니다.

  • 사랑은 자발적일 수 있는가?
  • 인간은 혼자일 자유가 있는가?
  •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존재가치가 없는가?
    → 이런 질문을 극단적 상황 속에 던지며 관객 스스로 사고하게 만듭니다.

콜린 파렐은 일부러 살을 찌우고 무표정한 캐릭터를 통해 우유부단하고 수동적인 현대인의 전형을 보여주고 레이첼 와이즈는 감정을 절제한 가운데 강한 내면을 품은 인물을 섬세하게 연기합니다. 촬영과 음악은 차가운 분위기를 극대화하며, 인간 소외를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서사 구조가 느리며, 감정의 변화가 명확히 설명되지 않아 관객이 주도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단점이 있고 상징이 과하게 추상적이라는 평이 있습니다.

 

기존 영화 문법에 피로감을 느끼고, 새로운 형태의 로맨스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 블랙코미디, 디스토피아, 예술 영화 팬에게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더 랍스터'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사회에 의해 규정되고 억압될 수 있는지를 기이하고 냉정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독특한 영화입니다.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사랑, 자유,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심오한 풍자를 담고 있어, 단순 오락보다는 사유와 토론을 유도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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