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롤러코스트' 줄거리
한류 스타 마준규(정경호 분)는 일본에서 여자 아이돌과 스캔들에 휘말려 급히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데 그는 비행공포증, 편집증, 결벽증 등 불안 장애를 여러 개 갖고 있는 인물입니다. 비행기 내부의 기묘한 분위기가 보여지는데 승무원들은 과하게 과장된 서비스 태도를 보이고, 탑승객들도 기자, 재벌 회장, 스님, 신혼부부 등 다채롭고 개성 강한 인물로 가득합니다 .
이륙 직후부터 이상한 상황들이 연이어 발생합니다. 승무원들의 과잉 친절이 불안감을 조성하고, 파파라치급 기자 김현기(최규환 분)가 스캔들 취재에 혈안이 됩니다. 곧 기상 악화로 비행기가 한 차례 착륙을 시도하지만 실패합니다. 긴장감은 급상승하고, 탑승객들 간의 갈등도 폭발 직전으로 치닫습니다. 설상가상 두 번째 착륙 시도 또한 실패하며, 비행기는 이제 연료마저 거의 바닥난 상태가 되며 비극인지 코미디인지 모를 상황 속에서 마준규는 내면의 두려움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연료 부족으로 인한 긴박한 생존 위기 속에서, 탑승객들의 속내와 관계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재벌 회장 허승복은 심장병 증세로 위기감을 부추기고, 스님은 염불을 외우며 사고 가능성을 암시하고, 기자는 취재 욕심에 무차별 정보를 수집합니다. 결국 기장은 다급하게 한 번 더 착륙 시도를 하고, 비행기는 간신히 활주로에 무사히 착륙합니다. 마준규는 살아 돌아오지만, 영화는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감독 하정우의 메시지를 담아 코믹하면서도 엉뚱한 질문을 던지는 마무리를 합니다.
2. 배경
영화의 거의 전부는 일본에서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 기내에서 벌어집니다. 기내는 좌석, 갤리(기내식 공간), 화장실 등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여객기 내부입니다. 좁고 한정된 공간은 갈등을 증폭시키고, 코미디적 긴장감을 높이는 데 쓰입니다.
영화는 비행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착륙까지 약 90분간의 과정을 실시간처럼 전개합니다. 이 점은 마치 연극 무대처럼 제한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인물들의 충돌과 반전을 그려냅니다. 물리적 배경 외에도, 인물들 각각은 불안, 위선, 탐욕, 공포 등의 심리적 배경을 갖고 있으며, 이는 기내라는 공간에서 격렬히 드러납니다.
하정우 감독은 비행기라는 배경을 통해 '위기의 순간에 드러나는 인간 군상'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배경이 단조롭지만, 그 안에서 발생하는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과 캐릭터의 변화가 영화의 핵심이죠.
3. 총평
배우로서 이름을 알린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으로, 예상 외의 연출력을 보여줍니다. 전통적인 내러티브보다 대사 중심의 유머와 리듬감 있는 전개에 집중하며 비행기라는 제한된 공간을 무대로, 연극적인 구성으로 긴장과 웃음을 교차시킵니다. 인물 중심의 이야기 전개가 탁월하며, 밀도 있는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정경호가 주연뿐 아니라 여러 상황 속 리액션 중심 역할을 소화하며 돋보이고 다양한 조연 캐릭터들도 각자의 개성과 역할이 분명해 몰입감을 높입니다. 또한 연예계, 언론, 종교, 재벌 등 한국 사회의 단면을 기내라는 축소판 안에서 재치 있게 풍자해 보여줍니다.
하지만 호불호 갈리는 유머로 대사 위주의 말장난식 유머는 취향을 타며, 가벼움이 과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일부 장면은 개그 코드가 다소 진부하거나 억지스럽게 느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상황 중심의 코미디에 치중하다 보니, 인물들의 내면 변화나 서사는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코미디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신선하고 유쾌한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비행기라는 좁은 공간 속, 하정우식 유머가 활주로를 달린다 — 엉뚱함 속에 사회를 비트는 기묘한 블랙코미디.”
'영화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 랍스터(The Lobster, 2015), 멜로/로맨스, 판타지 (2) | 2025.06.18 |
---|---|
베르사이유의 장미(ベルサイユのばら, The Rose of Versailles, 1979), 드라마, TV, 애니메이션 (2) | 2025.06.18 |
마리 앙투와네트(Marie Antoinette, 2007), 드라마 (4) | 2025.06.18 |
오스카와 루신다(Oscar and Lucinda, 1997), 드라마 (3) | 2025.06.18 |
나를 책임져, 알피(Alfie, 2005), 코미디, 드라마, 멜로/로맨스 (6) | 2025.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