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렌디피티' 줄거리
크리스마스 시즌, 뉴욕 맨해튼의 블루밍데일즈 백화점. 조너선(존 쿠삭)은 여자친구를 위한 장갑을 사러 들렀고, 같은 장갑을 사러 온 낯선 여성 사라(케이트 베킨세일)와 우연히 마주칩니다. 처음엔 장갑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지만 곧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리게 됩니다. 커피를 마시고 함께 스케이트를 타며 뉴욕 밤거리를 즐기고, 서로의 감정이 깊어지지만 사라는 '운명이 허락한다면 다시 만날 것'이라는 신념 때문에 연락처 교환을 거부합니다.
사라는 실험을 합니다.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중고 책 '사랑의 기술'에 적어 헌책방에 넘기고, 조너선은 그의 번호를 5달러 지폐에 적습니다. 그들이 정말 운명이라면 언젠가 이 책과 지폐를 통해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믿으며 헤어집니다.
몇 년이 흐르고, 조너선은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사라와의 그 짧은 인연이 잊히지 않습니다. 그녀를 찾아보려 애쓰지만 흔적은 없고, 사라 역시 런던에서 약혼까지 했지만 조너선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습니다. 각자의 결혼을 앞두고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서로를 찾아보기로 결심합니다. 조너선은 우연히 헌책방에서 사라의 연락처가 적힌 '사랑의 기술'책을 발견하고, 사라를 찾기 위해 뉴욕으로 향합니다. 사라 역시 조너선의 단서를 따라 뉴욕으로 오며 서로 엇갈리는 순간들이 계속되다가, 결국 둘은 조너선이 첫날 사라와 함께 스케이트를 탔던 센트럴파크 아이스링크에서 마주칩니다. 두 사람은 미소 짓고, 마침내 운명은 그들을 다시 연결해줍니다.
2. 시대적 배경
2000년대 초반 미국. 영화는 휴대폰이나 SNS가 보편화되기 전인 2000년대 초 뉴욕을 배경으로 합니다. 연락처 하나만으로도 다시 만나기 어려운 시대였기 때문에 ‘연락처를 교환하지 않고 운에 맡긴다’는 설정이 현실감 있게 작동합니다. 당시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우연’과 ‘운명’을 테마로 한 작품들이 인기를 끌던 시기로 'You've Got Mail', 'Notting Hill' 등과 함께 '세렌디피티'는 이 흐름 속에서 탄생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맨해튼, 센트럴파크, 블루밍데일 백화점 등 도심의 명소들이 등장하고 도시의 낭만적 분위기와 북적임, 화려한 조명이 주인공들의 감정선과 맞물려 흐릅니다. 특히 센트럴파크 아이스링크는 두 주인공의 추억과 재회를 연결하는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세렌디피티'는 뉴욕의 겨울이라는 낭만적 배경과, 아날로그 시대 특유의 감성이 조화를 이룬 영화입니다. "운명이 있다면, 다시 만나게 될 거야"라는 믿음이 설득력을 갖던 마지막 시기. 그 시대의 순수한 로맨스를 대표하는 공간과 분위기가 영화 전반을 감싸고 있습니다.

3. 총평
연락처를 일부러 놓아버리고 책·지폐에 메시지를 남기는 ‘운명 놀이’는, 디지털 이전 시대라서 가능한 아날로그 로망을 극대화합니다. 관객이 스스로에게 “정말 이런 우연이 올까?”를 묻도록 만드는 ‘우연 속 필연’이라는 판타지적 설렘의 영화적 장치가 효과적으로 작용합니다.
센트럴파크 아이스링크·블루밍데일스·Serendipity3 디저트 카페 등 실제 명소를 따라가며, 알란 실베스트리의 따뜻한 스코어가 영롱한 겨울 풍광을 감성적으로 감싸고 존 쿠삭 특유의 낭만적·조금은 신경질적 연기와 케이트 베킨세일의 차분한 매력이 어울려, 관객이 두 사람을 자연스럽게 응원하게 만듭니다.
6-7 년간 상대 이름·얼굴만으로 사랑을 확신한다는 설정은 2020년대 시각에선 비현실적이고 운명론적 메시지에 빠져들면 문제가 없지만, 현실적 사랑을 기대하면 허술해 보일 수 있는 단점이 있지만 휴대폰·SNS가 일상을 지배하는 지금 ‘연락처도 없이 재회하기’라는 설정이 오히려 ‘향수 자극’ 포인트로 작용해 크리스마스 단골 재방송 리스트에 오르는 영화입니다.
'세렌디피티'는 “우연히 찾아온 뜻밖의 행운”이라는 제목처럼, 논리보단 감성을, 현실보단 로망을 신뢰하는 작품입니다. ‘전혀 가능성 없을 것 같은 일도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잠시라도 품고 싶다면, 뉴욕 한가운데 눈 내리는 어느 밤으로 당신을 데려다 줄 것만 같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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