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에번스를 부르지 않았지?' 줄거리
웨일스 해안가 마을.
아마추어 골퍼이자 지방 목사의 아들 보비 존스는 해안 절벽 아래에 추락한 한 남자를 발견합니다. 남자는 죽기 직전 의문스러운 말을 남깁니다. “왜 에반스를 부르지 않았지?(Why didn’t they ask Evans?)”
곧 남자는 숨을 거두고, 보비는 근처 부동산 중개인의 명함을 그의 주머니에서 발견합니다. 경찰은 사고로 처리하고, 시신은 신원불명의 상태로 신속히 처리되지만 보비는 남자가 죽기 직전 남긴 말을 계속 곱씹게 됩니다. 보비의 친구이자 상류층 여성 프랜키 더벤햄(프랜시스)는 이 미스터리한 죽음에 흥미를 느끼고, 함께 사건을 조사하기로 합니다.
보비는 죽은 남자 주머니에서 나온 사진이 나중에 바뀌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원래 사진을 다른 인물 사진으로 바꿔치기한 것이죠. 누가 그 사진을 바꿨으며, 왜? 프랜키는 신분을 위장해 정신병원을 운영하는 귀족 가문인 배스커빌 부부의 집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 집에는 정체불명의 인물들이 오가고, 배스커빌 부인의 과거에 얽힌 비밀이 있음을 암시합니다. 보비와 프랜키는 ‘에반스’라는 인물이 실존하는지, 혹은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내려합니다.
조사 끝에, 죽은 남자의 정체는 알렉스 파든으로 밝혀집니다. 그는 오래전 배스커빌 부인의 과거 범죄에 대해 알고 있었고, 그녀를 협박하려고 했다는 정황이 드러납니다. ‘에반스’는 배스커빌 부인의 하녀였으며, 그녀가 과거 위증을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열쇠를 쥔 인물이었습니다. 즉, 죽은 남자가 말한 “왜 에반스를 부르지 않았지?”는 사건의 진상을 밝힐 수 있는 핵심 인물 ‘에반스’를 왜 불러 확인하지 않았냐는 유언이었습니다. 결국 프랜키와 보비는 진실을 밝혀내고, 배스커빌 부인의 과거 범죄가 드러나게 됩니다. 또한 둘은 서로에 대한 감정을 확인하게 되며 이야기는 따뜻하고 통쾌한 결말로 마무리됩니다.
2. 시대적 배경
드라마의 배경은 1930년대 초반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 시기는 정치적 불안과 경제적 침체(대공황)로 인한 사회적 긴장감이 감돌던 시기였습니다. 영국은 여전히 계급이 뚜렷한 사회였으며, 귀족층과 하층민 간의 격차가 크던 시기입니다. 이 작품에서도 귀족 자제 프랜키(프랜시스)와 중산층 출신 보비(목사의 아들)의 관계에서 계급의 벽이 묘사됩니다.
전통 귀족 가문(배스커빌가)과 새롭게 돈을 벌어 부를 축적한 신흥 계층 간의 갈등이 드러나며, 부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위선과 범죄가 주요 주제로 부각됩니다.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아직 제약이 많은 시기였으나, 프랜키처럼 독립적이고 모험적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해 변화의 조짐을 보여줍니다. 정신병원이라는 공간도 이 시기의 억압적 의료 관행과 부도덕한 권력 남용을 반영합니다. 라디오, 전화, 자동차 등 당시 현대 기술이 막 보편화되던 시기를 반영하며, 이러한 요소들이 사건 해결에도 중요한 도구로 등장합니다.
시대 분위기 요약하자면
- 상류층의 위선과 몰락
- 사회 정의보다는 명예와 체면을 중시하는 전통적 가치
- 탐정 미스터리 장르에 적합한 폐쇄적이고 조용한 영국 시골 마을
- 신분제 속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스며드는 시기입니다.
이처럼 '왜 에반스를 부르지 않았지?'는 1930년대 영국 사회의 계급, 도덕, 변화의 물결을 배경으로 삼아, 고전 추리소설 특유의 긴장감과 사회적 풍자를 함께 담아냅니다.
3. 총평
아가사 크리스티 특유의 치밀한 구성과 마지막 순간의 반전이 인상적인 작품으로 ‘에반스’라는 한마디 유언이 전체 사건의 실마리가 되는 전개는 전통 미스터리의 묘미를 잘 살립니다. 휴 그랜트 스타일로 유명한 휴 로리(Hugh Laurie)가 감독과 각본을 맡아, 원작의 매너리즘을 현대적 감각으로 우아하게 재해석했습니다. 웨일스 해안, 영국 시골 마을, 고풍스러운 저택 등 1930년대의 미장센과 복고풍 스타일이 시각적으로 매우 아름답습니다.
보비(윌 폴터)와 프랜키(루시 보인턴)의 유쾌한 호흡과 말장난, 성격 대비가 잘 어우러져 탐정 듀오로서의 매력을 더하며 단순한 추리물이 아닌, 로맨스와 코믹한 순간들도 균형 있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원작보다 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로 프랜키를 강화하는 등, 시대 흐름을 반영한 각색이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전통 추리물에 익숙하지 않다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고 ‘에반스’의 정체와 관련된 복선이 다소 은근하게 처리돼 집중력이 요구됩니다.
우아하고 지적인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인 작품으로 전통적 추리극의 매력을 현대적 감성으로 세련되게 풀어낸 고품격 고전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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