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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오스카와 루신다(Oscar and Lucinda, 1997), 드라마

by 모락모~락 2025.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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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스카와 루신다' 줄거리

영국에서 자란 오스카는 어릴 적 매우 경건한 삶을 강요받으며 자라던 어느 날, '우연'의 개념을 신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도박을 하게 되면서 그의 인생은 전환점을 맞습니다. 신학을 공부하던 그는 내면의 모순으로 기독교적 윤리와 도박에 대한 집착 속에서 갈등합니다. 한편,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루신다가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며, 남성 중심 사회 속에서도 유리공장을 소유하며 독립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그녀 역시 도박에 매력을 느끼고, 당시 여성으로서는 매우 드문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지닙니다.

 

오스카는 선교사의 길을 따르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나고, 배 위에서 루신다를 만나게 됩니다. 두 사람은 도박이라는 공통된 취미를 통해 가까워지고, 금지된 감정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는 유대감을 느끼게 됩니다.  루신다는 오스카에게 유리로 된 교회를 만들자는 제안을 합니다. 이는 도박 같은 상징적 행위로, 두 사람은 이 거대한 과업을 실현하기 위해 내기를 합니다: 오스카가 유리 교회를 안전하게 아웃백까지 운반하면 루신다는 전 재산을 그에게 넘기겠다는 것.

 

오스카는 험난한 여정을 거쳐 유리 교회를 들고 외딴 지역에 도달하지만, 도착 직후 교회는 강물에 떠밀려 무너지며 그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갑니다. 동시에, 주변 사람들의 오해와 기독교 사회의 경직된 도덕심에 의해 오스카는 성직자로서의 신뢰를 잃고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루신다는 그 후 그의 아이를 낳고 홀로 남게 됩니다.

 

2. 시대적 배경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 초중기)은 엄격한 개신교 윤리가 사회 전반에 깊게 자리 잡고 있었으며, 금욕, 근면, 도덕적 자기규율이 미덕으로 여겨졌습니다. 산업혁명이 진전되며 자본주의가 본격화되었고, 신분 상승에 대한 욕망과 사회적 불안정이 공존했습니다. 종교적 분열과 토론이 활발했으며, ‘신의 섭리’와 ‘자유의지’ 같은 주제가 중요했습니다. 오스카의 내적 갈등은 이 시대적 배경을 반영합니다. 도박은 죄악시되었지만, 실제로는 상류층, 중산층 모두 비밀리에 즐겼다는 이중성이 존재합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영국의 유배 식민지에서 점차 이민자 중심의 개척지로 변화하고 있던 시기입니다. 종교, 계급, 성별의 규범이 여전히 엄격했지만, 유럽과 달리 신세계적 자유가 가능하다는 이상이 존재했습니다. 특히 여성의 독립적 경제활동(루신다의 유리공장 운영 등)은 당시로서는 매우 이례적이지만,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약간의 여지가 있었습니다. 교통·통신이 미비하고 자연환경이 가혹하여, 문명의 이상(유리 교회)과 현실적 한계의 충돌이 두드러집니다.

 

3. 총평

'오스카와 루신다'는 단순한 러브스토리를 넘어, 신앙과 도박, 이상과 현실, 도덕과 욕망, 그리고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역할 같은 주제를 예술적으로 풀어낸 철학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작품입니다. 독창적인 소재와 상징성은 유리로 만든 교회라는 설정으로 놀라울 만큼 상징적입니다. 이는 신앙의 투명함, 이상주의의 취약함, 인간의 순수한 욕망이 모두 이 구조물에 투영됩니다.

 

랄프 파인즈(오스카)는 신경질적이지만 순수한 내면을, 케이트 블란쳇(루신다)는 지적인 독립성과 억눌린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둘의 감정선은 복잡하면서도 감정적으로 설득력이 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억압적 분위기와 개척지 오스트레일리아의 거친 자연이 훌륭하게 대비됩니다.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도전은 시적이면서도 처절합니다.

 

대중적 재미보다는 문학적 깊이에 집중한 작품으로 내러티브가 느리고 철학적입니다. 명확한 클라이맥스 없이 흐르기 때문에 일반 관객에게는 지루하거나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고 감정의 완성도보다는 아이디어 중심의 스토리에 스카와 루신다의 관계는 사랑이라기보다 '정신적 유대'에 가까워 감정적 카타르시스가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오스카와 루신다'는 전통적 장르 문법에서 벗어난 지적이고 실험적인 영화입니다. 인간 존재의 모순, 종교적 신념과 자유의지, 그리고 사랑과 꿈의 경계를 그려낸 이 작품은 생각할 거리와 감성적 울림을 동시에 제공합니다.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문학적이고 철학적인 영화를 찾는 이에게는 매우 인상적인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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