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를 책임져, 알피' 줄거리
알피 엘킨스(Alfie Elkins)는 런던에서 살아가는 젊고 매력적인 플레이보이입니다. 그는 여러 여성과 가볍게 사귀고, 깊은 관계나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합니다. 처음에 그는 기혼 여성 '길리'(Gilda)와 사귀고 있으며,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자 처음엔 관심 없던 알피도 어느 정도 부성애를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결국 길다는 아이를 데리고 다른 남자와 함께 떠납니다. 알피는 자신의 외모와 매력을 무기로 여성들을 유혹하며 살아가지만 그의 관계는 점점 공허하고 허무하게 변해갑니다. 그가 만나는 여성들은 다양한 배경과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알피는 그들에게서 육체적 만족을 얻지만 감정적으로는 거리감을 유지합니다.
그는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폐 이상 소견을 듣고 일시적으로 건강에 대해 불안해합니다. 이후 알피는 중년 여인 루비(Ruby)와 관계를 가지며 위안을 찾지만, 루비 역시 알피를 단지 일시적인 즐거움으로 대합니다. 알피는 자신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가장 결정적인 사건은 그가 어떤 여성 친구(릴리, Lily)를 임신시키고, 그녀가 아이를 원치 않아 불법 낙태를 하게 되는 장면입니다. 알피는 낙태 장면을 목격한 뒤 엄청난 충격을 받습니다. 그는 처음으로 생명의 무게, 자기 행동의 결과를 직면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알피는 자신이 얼마나 공허한 삶을 살았는지, 타인을 단지 쾌락의 도구로만 대했던 자신의 태도를 되돌아보기 시작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알피는 혼자 런던 거리를 걷습니다. 이제까지 그가 유혹했던 여성들도 모두 그를 떠나버리고, 알피는 깊은 외로움을 느낍니다. 카메라를 향해, 곧 관객을 향해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What's it all about, Alfie?")
그는 삶의 의미와 인간관계의 진정한 가치를 찾아야 함을 깨닫지만, 이미 많은 걸 잃고 난 후입니다. 영화는 알피가 변화했는지, 변화할 수 있는지는 명확히 말하지 않으며, 관객이 판단하도록 열어둔 결말로 끝납니다.
2. 시대적 배경
1960년대의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보수적이었던 사회가 급속히 자유로워지고 변화하던 시기였습니다. 젊은 세대는 섹스, 음악, 패션, 라이프스타일에서 더 이상 기존의 규범을 따르지 않고 자기 표현과 자유를 추구했습니다. 피임약의 확산은 성에 대한 태도를 크게 변화시켰습니다. 성은 더 이상 결혼과 직결되지 않았고, 자유로운 연애와 동거도 늘어났습니다. 알피는 이런 흐름 속에서 태어난, 성적 자유와 무책임을 동시에 구현하는 인물입니다.
런던은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로, 전통적인 가족 중심 가치에서 개인 중심 가치로 이동하던 시기입니다. 알피는 전통적인 가족이나 헌신을 거부하고 도시적 개인주의자로 살아갑니다.
알피는 전형적인 영국 노동계급 출신 남성으로 교육 수준은 높지 않지만, 매력과 재치, 외모로 여성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 그는 부유하지 않지만 런던이라는 대도시의 소비문화 안에서 '겉만 화려한 삶'을 추구합니다. 알피의 자유분방한 태도와 대조적으로, 그가 피하는 책임(아이, 가족, 일, 감정적 헌신)이 어떤 식으로든 그를 다시 무너뜨리는 구조를 보여줍니다.
1966년 당시 이 영화는 성적 자기표현과 남성의 감정 회피를 날카롭게 풍자하면서도, 여성의 권리와 감정을 소외시키지 않고 드러냅니다. 당시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주제(임신, 낙태, 일시적 관계, 여성의 성적 주체성 등)를 다뤘으며, BBC나 주류 매체에서도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4차 벽(Breaking the Fourth Wall)을 깨고 알피가 카메라를 향해 직접 말하는 기법을 사용하여, 관객을 직접 사로잡고 그를 판단하게 만듭니다. 이는 1960년대 뉴 웨이브 영화 스타일의 영향이기도 합니다.
3. 총평
젊은 마이클 케인의 매혹적이면서도 이기적인 캐릭터 표현은 명불허전이며 알피는 관객을 유혹하고, 불편하게 만들고, 마지막엔 연민하게 합니다. 브렉시 더 포스 월(Breaking the Fourth Wall) 기법은 알피가 직접 카메라를 바라보며 관객에게 말하는 장면들로 당시로선 혁신적이었고, 지금 봐도 강한 몰입감을 줍니다. 관객은 알피를 단순히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입장에 놓입니다.
쾌락주의, 자유 연애, 책임 회피 등은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주제입니다. 영화는 이를 도덕적으로 단죄하지 않으면서도, 감정적으로는 깊은 반성의 순간을 이끌어냅니다. 알피는 단순히 나쁜 남자가 아니라, 자기 시대의 가치관과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인물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타락보다는, 사회의 방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알피가 여성을 대상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은 의도적으로 도구화된 방식이지만, 오늘날 기준으로는 불편할 수 있고 여성들의 서사는 상대적으로 짧고, 알피 중심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강합니다. 알피의 일상과 반복되는 연애 패턴은 중반부 이후 약간 늘어지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를 책임져, 알피'는 1960년대 문화 혁명의 이면, 특히 성 해방이 낳은 책임과 인간관계의 공허함을 진지하게 탐구한 영화입니다. 이후 등장한 수많은 '남성 중심 내레이터' 영화(예: American Psycho, Fight Club, High Fidelity)의 원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알피라는 인물은 지금도 계속해서 반복되는 질문을 남깁니다.
“무책임한 자유는 과연 진짜 자유인가?”
“알피는 웃으며 시작해, 침묵으로 끝난다. 그 침묵이야말로 이 영화의 진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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