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크루엘라' 줄거리
어린 에스텔라는 태어날 때부터 반반(흑백) 헤어 스타일로 눈길을 끌며, 어머니 캐서린과 함께 살다가 사립학교에 맡겨집니다. 하지만 동급생들의 따돌림과 엉뚱한 장난 탓에 퇴학당하고, 런던으로 향하던 중 어머니는 고용주인 바로네스의 저택에서 열린 파티 도중 친구 개들을 쫓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사망하고 말았죠. 고아가 된 에스텔라는 거리에서 재스퍼, 호레이스와 함께 살며 훔치기로 생계를 유지하고, 스스로 옷을 제작하며 패션에 대한 열정을 키웁니다 .
10년 후(20대 초중반), 이들은 여전히 런던에서 작은 범죄를 저지르며 살아갑니다. 생일날, 친구들이 마련한 리버티 백화점 단기 아르바이트로 파티 디스플레이를 손보던 에스텔라는, 자신의 재능이 드러나 바로네스 폰 헬먼에게 발탁되어 패션 하우스에 고용됩니다 . 바로네스는 처음엔 순수한 여성 멘토처럼 보이지만, 결국 자신에게 위협이 되자 에스텔라를 배신과 조작으로 몰아넣습니다.
바로네스가 에스텔라의 어머니 목걸이를 착용한 사실을 알게 된 에스텔라는 분노하지만, 이내 패션계에서의 위치를 위태롭게 느낍니다. 재스퍼와 호레이스와 함께 바로네스를 타깃으로 한 고급스러운 '패션 사기극' 즉, 스타일과 비전으로 그녀를 무너뜨리는 일련의 계획을 세워 실행합니다 . 이 일련의 행동을 통해 에스텔라는 과거 자신이 싫어했던 막나가는 이중 인격인 ‘Cruella de Vil’을 완성해갑니다.
계획은 최고조에 이르러 바로네스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그녀의 비리(어머니 죽음 책임 등)가 공개됩니다. 패션쇼 장면에서 에스텔라는 ‘크루엘라’로서의 자아를 완전히 받아들이며 반짝이는 혁신적 디자인과 파격적 패션으로 무대를 지배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Rolling Stones의 "Sympathy for the Devil"이 깔리며, 에스텔라/크루엘라는 자신이 본래 ‘악’과도 친숙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듯 말하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2. 시대적 배경
영화 속에서 에스텔라/크루엘라의 패션과 태도는 70년대 중후반 런던에서 일어난 펑크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같은 디자이너가 당시 펑크 스타일을 패션에 도입했고, 영화는 이 미학을 적극 차용합니다. 삐죽한 헤어스타일, 가죽, 체인, 스터드, 찢어진 옷 등 반항적이고 실험적인 패션 요소가 가득합니다. 바로네스는 귀족적이고 전통적인 패션 하우스를 상징하는 인물이며, 크루엘라는 이를 정면으로 도전합니다. 70년대 영국은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였으며, 청년층의 권위에 대한 저항과 신분 상승 욕구가 강했습니다. 영화도 이 흐름을 반영합니다.
에스텔라가 ‘크루엘라’로 변모하면서 스스로를 억누르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기 시작하는 모습은 여성 해방 운동과도 연결됩니다. 이 시기는 패션, 음악, 영화 등에서 여성의 표현과 자율성이 두드러지게 등장하던 때였습니다. 영화는 당시 런던의 거리, 시장, 백화점, 클럽 등을 사실적으로 그리며, 하위문화와 주류 문화의 충돌을 잘 표현합니다.
3. 총평
'크루엘라'는 디즈니의 고전 악역 '크루엘라 드 빌'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 오리진(기원) 스토리입니다. 단순한 ‘악의 화신’이 아닌, 상처받은 젊은 여성의 성장과 복수극으로 그려지며, 관객의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영화는 크루엘라를 비극과 억압의 결과물로 설정하며 인간적인 면모를 부여합니다.
엠마 스톤은 반항적인 크루엘라의 열정과 광기, 유머와 슬픔을 절묘하게 표현하며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엠마 톰슨은 전형적인 ‘디즈니식 악당’이 아닌, 냉혹하고 현실적인 권력자로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합니다. 두 사람의 카리스마 충돌이 극의 핵심 동력입니다. 가장 돋보이는 요소는 바로 화려하고 파격적인 의상, 메이크업, 세트 디자인입니다. 펑크 시대의 반항적 미학과 하이패션이 결합된 스타일은 패션 영화로서도 완성도 높습니다. 오스카 의상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롤링 스톤스, 블론디, 니나 시몬 등 70년대~80년대 락/소울 음악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감정과 장면의 리듬을 극대화합니다. 음악과 함께 한 쇼 시퀀스들은 MV처럼 시각적 에너지가 넘칩니다. 이야기 전개는 다소 익숙한 “복수극+자아 각성” 구조이며, 후반부 전환(트위스트)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클리셰를 스타일과 연기로 극복하며 몰입감 있는 흐름을 유지합니다.
“스타일과 감정, 연기와 음악이 폭발한 디즈니 악역의 새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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