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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Chocolat, 2001), 드라마, 멜로/로맨스

by 모락모~락 2025.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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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콜릿' 줄거리

1959년, 프랑스의 조용하고 보수적인 가톨릭 마을 라스케나(Lansquenet-sous-Tannes). 이곳은 주민들이 전통과 규범을 중시하며 살아가는 마을로, 특히 사순절 기간 동안은 금욕과 절제를 엄격하게 지킵니다. 모든 삶은 마을의 시장이자 실질적인 권력자인 레이노드 백작(Comte de Reynaud)의 통제 아래 놓여 있습니다. 어느 날, 차가운 북풍이 부는 날씨 속에 한 여인과 그녀의 딸이 이 마을에 나타납니다. 그녀의 이름은 비앙(비앙느) 로슈포르(Vianne Rocher). 비앙느는 딸 아눅(Anouk)과 함께 이 마을에 정착해, 오래된 빵집 자리에 초콜릿 가게 '라 마야 라떼리(La Maya Latinerie)'를 엽니다. 이 가게는 단순한 초콜릿 가게가 아닙니다. 비앙느는 각 사람에게 맞는 초콜릿을 직감적으로 선별해 주며, 사람들의 마음속에 감춰진 욕망, 상처, 외로움을 어루만집니다. 그녀의 초콜릿은 마치 마법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고, 그들 삶의 금기를 깨뜨리는 계기가 됩니다. 하지만 그녀의 존재는 마을의 보수적 질서에 위협이 됩니다. 레이노드 백작은 비앙느의 존재를 신앙과 도덕을 위협하는 존재로 간주하고, 가게의 성공을 경계하며 주민들에게 경고합니다. 특히 사순절 기간에 금욕을 지켜야 할 시기에 단것을 파는 것은, 백작의 눈에는 죄악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비앙느는 자신의 방식대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습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조세핀(Josephine)을 도와 독립하도록 돕고, 독거노인 아르망 (Armande)와도 친해진다. 아르망드는 딸과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비앙느를 통해 손자 뤼크(Luc)와 다시 관계를 회복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강변을 떠돌며 살아가는 집시 무리들이 마을 근처에 정박하고 그 집시들 중에는 루(루(Johnny Depp))라는 남자가 있습니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그는 비앙느와 감정적으로 가까워지게 되고, 서로의 외로움과 상처를 위로합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집시들을 위험한 존재로 간주하며 배척하고, 백작은 이들을 내쫓으려 합니다. 사건은 점점 고조되고 누군가가 비앙느의 가게를 공격하고, 루의 배에 불이 나면서 위기가 고조됩니다. 백작은 결국 비앙느의 가게에 침입해 초콜릿을 부수려 하지만, 오히려 그 유혹에 굴복해 초콜릿을 폭식하게 됩니다. 다음 날, 그는 부끄러움과 혼란 속에서 비앙느에게 용서를 구하며, 그녀의 존재를 인정하게 됩니다. 결국, 마을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비앙느는 또다시 떠날 준비를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그녀를 진심으로 붙잡으며, 이곳에 정착하라고 합니다. 그녀는 마침내 처음으로 '정착'을 선택하고, 딸과 함께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2. 시대적 배경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는 경제적 재건과 함께 사회문화적으로도 큰 변화를 겪고 있었습니다. 제5공화국(1958년 수립)이 시작되며 정치적 안정이 자리잡고 있었고, 동시에 식민지 해체(특히 알제리 독립운동), 세속화, 여성 해방 등의 조짐이 일어나기 시작한 시기입니다. 하지만 지방 농촌 지역은 여전히 가톨릭적 전통과 보수적 가치관을 고수하며 변화에 저항하고 있었습니다. 영화 속 마을 라스케나(Lansquenet-sous-Tannes)는 가톨릭 신앙이 강하게 지배하는 공동체입니다. 사순절(Lent)이라는 배경 설정은 그 상징을 극대화합니다. 사순절은 예수의 수난을 기리는 시기로, 절제와 금욕을 실천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달콤한 초콜릿 가게를 연다는 것은 단순한 상업 행위가 아니라, 금기와 도덕 규범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주인공 비앙느는 미혼모이자 여행자로서 마을의 전통 사회에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녀는 정착을 거부하고 떠돌아다니며, 가톨릭 신자가 아닌 인물로 묘사되어 마을 주민들과 대조됩니다. 그녀의 존재는 억눌린 감정과 욕망을 해방시키는 동시에, 보수적인 남성 권력자들(특히 시장 레이노 백작)의 질서에 균열을 냅니다. 영화 속 초콜릿 가게는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자유, 다양성, 개방성의 상징입니다. 반면 마을의 교회와 시장은 종교적 권위와 도덕적 억압의 상징으로 작용합니다. 영화는 이 두 가치가 충돌하면서 사회적, 개인적 해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줍니다.

 

3. 총평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초콜릿'은 보수적인 사회 질서 속에서 자유, 관용, 그리고 인간 본연의 욕망에 대한 긍정을 따뜻하고 우화적인 방식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풍부한 상징과 감성적인 연출, 그리고 줄리엣 비노쉬의 섬세한 연기가 어우러져,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품은 인간 드라마로 자리 잡았습니다. 억압과 해방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초콜릿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부드럽게 풀어내고 인물들 각자가 가진 상처와 변화가 설득력 있게 묘사되었습니다. 초콜릿은 단순한 단맛이 아니라 자기 수용, 타인에 대한 포용, 삶에 대한 기쁨을 상징하고 사순절, 가톨릭 질서, 북풍과 남풍 등의 장치로 보수와 변화의 충돌이 섬세하게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줄리엣 비노쉬는 비앙느의 부드러움과 내면의 강인함을 탁월하게 표현했고 조니 뎁과 주연·조연 배우들 모두 캐릭터의 개성과 변화를 자연스럽게 전달했습니다. 따뜻한 색감, 초콜릿의 질감, 고즈넉한 마을 풍경이 영화의 정서를 부드럽게 표현하고 레이첼 포트먼의 음악 또한 분위기를 한층 감성적으로 만들어줍니다. '초콜릿'은 관용과 자유의 달콤한 힘을 조용히 설득하는 감성적인 우화로, 보는 이의 마음에 따뜻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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