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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자리노(Nazareno Cruz and the Wolf, 1979), 드라마, 공포, 판타지

by 모락모~락 2025.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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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자리노' 줄거리

아르헨티나의 외딴 시골 마을, 한 가족의 일곱 번째 아들로 태어난 소년 나자리노는 태어날 때부터 저주받은 운명을 안고 있습니다. 마을에서는 일곱째 아들은 '로비손', 즉 늑대인간이 된다는 민속 전설이 내려오고 있었고, 이에 따라 사람들은 나자리노를 경계하거나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그의 가족은 나자리노를 따뜻하게 키우고, 그는 건강하고 선한 청년으로 성장합니다. 청년이 된 나자리노는 아름답고 순수한 처녀 그리셀다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두 사람의 사랑은 진실했고, 마을에서도 그들의 관계를 흐뭇하게 지켜보는 이들도 있었지만, 전설과 저주의 그늘은 점점 두 사람을 향해 다가옵니다. 어느 날, 나자리노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가 나타납니다. 그는 자신을 '만딩가'라고 소개하는데, 실은 악마 그 자체였고 만딩가는 나자리노에게 운명을 경고하며, 사랑을 포기하면 원하는 부와 힘, 자유를 줄 수 있다고 유혹합니다. 그러나 나자리노는 사랑을 선택하고, 악마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합니다. 그러자 그의 저주받은 운명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보름달이 뜬 밤, 나자리노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늑대인간으로 변하고 맙니다. 그는 자신의 변화에 괴로워하며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본능은 통제할 수 없었습니다. 마을에서는 점차 가축이 죽어나가고, 그 정체를 알지 못한 채 공포에 휩싸입니다. 결국 마을 사람들은 늑대의 정체를 파악하고 그를 쫓기 시작합니다. 나자리노는 도망치며 그리셀다를 마지막으로 만나 진심을 전하지만, 자신이 짊어진 운명의 무게 앞에 무너지고 맙니다. 사랑과 저주 사이에서 끝내 인간으로 남기를 선택했지만, 그는 마을 사람들의 손에 쫓기다 결국 총에 맞아 죽습니다. 그의 죽음은 한 사람의 희생이었고, 순수했던 사랑의 비극적 결말이었으며, 전설 속 괴물로 낙인찍힌 한 인간의 슬픈 운명이었습니다.

2. 시대적 배경

영화는 근대화 이전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며, 산업화의 영향이 거의 미치지 않은 공동체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말이나 마차를 이용해 이동하고, 농사와 가축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전기나 현대 문물의 흔적이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1930년대 후반~1950년대 초반의 라틴아메리카 농촌과 유사하며, 특히 전통적 가톨릭 신앙과 민속 전설이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두드러집니다. 영화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늑대인간(로비손)에 관한 전통 민속 신앙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기독교적인 상징들(십자가, 교회, 구원의 개념)도 등장합니다. 이는 스페인 식민지 시기부터 남아 있던 전통 신앙과 가톨릭 신앙이 뒤섞인 농촌 사회의 특징을 반영합니다. 영화가 제작된 1970년대 아르헨티나는 정치적 혼란과 군부 독재의 시기로, 개인의 자유와 운명, 공동체의 억압과 희생 같은 주제가 영화 전반에 투영됩니다. 하지만 영화 속 시대 자체는 정치적 현대성이 배제된 신화적, 전설적 시간으로 연출되며, 시공간을 초월한 상징적 배경으로 이해될 수도 있습니다. '나자리노'의 시대적 배경은 20세기 중반 이전의 아르헨티나 농촌, 즉 전통적 가치관과 민속 신앙이 강하게 남아 있는 시기와 공간입니다. 현대성과는 차단된 채, 인간 본성과 저주, 사랑과 희생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신화적 시간 속에서 풀어내고 있는 영화입니다.

3. 총평

'나자리노'는 단순한 늑대인간 전설을 넘어서 운명, 인간성, 사랑, 희생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 아르헨티나 민속 판타지 드라마입니다. 이 영화는 전통 신화와 기독교적 상징, 인간 내면의 야수성과 순수성의 갈등을 감성적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신화적 상상력과 현실의 절묘한 결합으로 늑대인간이라는 전설을 바탕으로,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선택을 극적으로 그려냅니다.  레오나르도 파비오 감독 특유의 서정적인 연출과 조명, 카메라워크가 시대 배경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담아내고 나자리노 역을 맡은 주연 배우의 순수함과 고통을 표현하는 연기가 특히 돋보입니다. 슬픔과 순수함을 동시에 담은 배경음악은 영화의 정서를 깊이 있게 만들어 줍니다. '나자리노'는 아르헨티나 영화사에서 가장 상징적이고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단순한 괴물 영화가 아니라, 사랑을 위한 희생과 인간의 운명적 고통을 그린 감성적이고 철학적인 영화입니다. 그리셀다와 나자리노의 비극적 사랑은 단순히 개인의 비극을 넘어서 사회와 전통, 인간 본성의 한계에 대한 은유로 읽힐 수 있습니다. 오늘날 다시 보면 시대적 감수성과 미학이 낯설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유효한 인간적 진실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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